[정책진단] 고용불안에 눈물짓는 '비정규직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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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고용불안에 눈물짓는 '비정규직 근로자'
전체 근로자의 13.2% 로 역대 최대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4.26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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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A(26) 씨는 '계속 다냐야 하나, 이직을 해야 하나?' 를 두고 매일 아침 갈등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5년차 비정규직' 이라는 데 있다. A 씨는 대학 졸업후 안정적인 직장에서 3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

'비정규직' 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만 열심히 하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했고, 무엇보다 이전 회사에 비하면 연봉도 월등히 높은 곳이었다. '나 같은 인재를 회사가 놓칠리 없어' 라는 자신감에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일한 A 씨. 하지만 그의 믿음은 어그러졌고, 지난 5년간 그는 무려 3차례 이직을 해야만 했다. 계속되는 이직에 A 씨는 정규직을 박차고 나와 비정규직에 합류했던 자신을 한없이 한탄하고 있다.

경기 일산에 위치한 유명 방송국 막내 작가로 일하는 B(28·여) 씨는 꿈에 그리던 방송국 생활을 '이제 그만 정리할까' 고민 중이다. 기획부터 섭외, 원고 작성까지 매일 밤을 지새우며 일을 마무리 해도 다음 방송분을 준비하려면 하루 쉬는 날도 쉽지 않다. 반면 아나운서나 기자들처럼 정규직 사원들은 야근 근무수당은 물론 월차나 휴가 등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어, 작가인 자신에 비하면 삶의 질이 월등히 높아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이같은 고민을 선배 작가에게 말해 봤지만 '작가는 프리랜서 개념이니 복지나 처우에 문제를 제기하면 작가로서의 삶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 이라는 말 뿐이었다.

  꿈도 꿀수 없는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불평등을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한다' 고 생각하니 B 씨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견딜 수 없고, 인생의 회의감마저 느끼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 전환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다 보니 처우개선은 커녕 계약기간 동안 살아 남기만 해도 다행으로 여기는 신세다. 업무능력을 마음껏 발휘한다고 해도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없어 의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존감마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불평등이나 직업의 고용 불안정' 등 처럼 조직 내 환경적 요인들이 주요 원인으로 꼽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는 스트레스 o원인 중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수준' 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정규 노동과 근로빈곤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 연구진들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장시간 노동하는 반면 결근 횟수는 정규직 근로자가 훨씬 높다" 면서 "직무 불만족이나 신체적 피로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눈치가 보여'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여성 근로자 실직율이 더 높아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구분 짓는 확실한 경계선은 고용의 안정성 여부다.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2~3년에 한 번꼴로 이뤄지는 재계약 때문에 항상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체계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끊임없는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계속되는 직장 내 두려움, 사기저하, 자존감 하락,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정신적 불안감은 오늘날 고용사회의 노동환경 문제로 크게 인식되고 있다. 근로자 개인의 극심한 불안감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결국 사회 고용 조직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비정규직 근로자들 가운데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2018년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은 여성이 남성(26.3%) 보다 14.9%나 높다. 이는 2014년 39.9%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상승한 수치로,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높은 주된 요인은 '출산 등에 의한 실직' 으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출범 했지만 막상 현실은 개선 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 규제 강화로 노동 유연성이 줄어들자 회사들이 오히려 '해고 하기 쉬운 기간제 근로자(근로 계약 기간을 정한 근로자)만 늘렸다'는 노동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 근로자 수는 집계 이래 사상 최대인 192만5000명까지 치솟았다. 전체 근로자의 13.2%를 차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180만명에 육박해 전체 근로자의 12%에 달한다.

2015년 148만명 10.6%, 2016년 172만명 12%와 비교하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늘었고 비중은 줄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체까지 고려한다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와 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반기마다 발표하는 사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현황조사' 지만, 지난 2010년 4월에서 2013년 12월까지 매월 조사하다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분기별 조사로 바뀌었다. 이후 2017년부터 조사 주기가 반기로 변경해 공개하고 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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