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울고 웃는' 목숨 건 사투 소방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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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울고 웃는' 목숨 건 사투 소방대원
47년만에 국가직 전환 된 '소방대원'···인원 부족은 여전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13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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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블로그 캡처
소방청 블로그 캡처

[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요즘 제일 바쁜 공무원이 소방공무원이 아닐까 싶다.

바쁜 소방 업무로 끼니를 거른 한 소방대원. 주변 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얼마 뒤 도착한 음식을 보고 대원은 놀랐다. "119는 사랑입니다' '화이팅 하세요" 음식 뚜겅에 손글씨로 감사 메모를 적어 보냈다.

이 메모를 본 소방대원은 자신의 SNS에 '밥 시켰는데 감동이 배달 왔네요' 라며 음식을 주문한 식당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이 사진을 공식 페이스북으로 옮겨 훈훈한 소식을 함께 나눴다.  이 소식을 본 또 다른 소방대원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서 자신이 주문한 치킨 사진을 공개했다.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치킨 박스에는 응원의 감사 메모가 붙어 있었다. 어느 식당의 감사 인사가 한 소방대원에게 감동을 주고 , 그 감동에 대한 감사 인사는 또 다른 미담으로 이어졌다

소방대원의 구조활동은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지난해 14일 술에 취한 한 50대 남자가 지름이 80cm인 전봇대 안에 들어갔다가 갇혀 나오지 못해 질식 위기에 처하자 소방대원이 용접기로 전봇대를 절단해 겨우 목숨을 구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이들이 소중한 일상을 빼았겼다. 바이러스 최 전선에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소방관들은 나날이 쌓여 가는 피로와 밀려드는 업무로 끼니도 거른 채 일하고 있다.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햄버거 매장에서 소방관들에게 햄버거 4200개를 전달 하며 주변의 훈훈함을 주기도 했다. 이 햄버거 지점장이 소방관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제보 받았다. 메시지에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덕분에 다들 너무 맛있다고 그러더라구요 다시 한번 저희 소방대원들을 도와 주시고 많이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이 수천개의 햄버거는 단순 햄버거를 보낸 것이 아니라 소방관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이른바 '감동의 버거' 였던 것이다. 사회의 등불이 되어준 소방관들과 달리 어둡고 험난한 곳에서 소방관들은 목숨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도 늘고 있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취객에 폭행당하고 한 달 만에 숨진 전북익산소방서 소속 강연희 소방경은 지난 4월 2일 오후 1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취객 윤모(47)씨가 휘두른 손에 머리를 맞고 구토와 경련 등 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7월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강풍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 축소를 위해 재난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모습이 공개 됐다. 강풍 속에 건물 외장재 등의 추악사고가 빈번하자 소방관들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강풍 속에서 추락 위험이 있는 건물 외장재를 해체 하는 등 피해 축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8일 간이주택 지붕 위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던 도웅 추락한 권채원 지방소방위가 순직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됐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으로 인해 동료 소방대원이 오열하고 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으로 인해 동료 소방대원이 오열하고 있다.

# 지상과 하늘에서 '목숨  건 사투'
가장 위험한 순간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소방관들의 희생은 재난 현장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상에서 대공에서 위험한 사투와의 전쟁을 이시간에도 벌이고 있는 소방관의 목숨을 잃어 갔다.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11시 25분쯤 응급환자와 보호자, 소방대원 5명 등 7명이 탄 소방헬기는 독도에서 이륙한 지 2∼3분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소방헬기는 이날 독도 인근에서 배를 타고 조업을 하던중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태우고 육지를 향해 이륙하다가 사고가 났다. 수색작업에 해경함정 5척, 해군함정 4척, 관공선 3척, 어선 3척 등 총 15척의 함정과 해경 항공기 3대, 소방 항공기 2대 등 총 5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수색했지만 소방관 4명의 시신은 발견 했지만 3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 됐다.

독도 헬기 추락사고가 지난 6개월 뒤에도, 심정지 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환자와 보호자 2명을 태우고 이륙한 후 지리산 로타리산장과 천왕봉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소방헬기가 또 추락했다.

헬기에는 기장, 구조대원 5명, 환자와 보호자 1명 등 총 7명이 탑승했다. 다행히 구조대원 등 5명은 탈출했으나, 환자와 보호자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6개월만에 지리산 소방헬기로 인한 소방관의 참사가 일어날뻔 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 됐다.

울산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후배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50대인 소방관 A씨는 울산의 한 저수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됐고 그의 차 안에는 A4용지 1장 분량의 쪽지가 발견 됐다.

이 유서에는 4년 전 태풍 차바로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동료 소방관을 잃었는데, 동료 소방관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적혔다.

# 스트레스 징후로 고위험 '자살위험군'
지난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발간된 '2020년 주요 소방정책' 상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56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소방공무원 순직이 23명인 것에 비해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수면 패턴 문제를 가장 큰 자살 요인으로 꼽았다.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 현장 목격과 변사체를 대면해야 하고 때로는 동료 소방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는 최책감이 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지난해 8월 소방청이 발표한 '2019년 전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가운데 4.9%에 해당하는 2.453명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 되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의 병을 앓는 소방관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소방청이 지난 5~6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전체의 5.6%인 270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이었다. 우울증 위험군은 2203명(4.6%), 자살 위험군은 2453명(4.9%)에 달했다.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 경험은 연간 평균 7.3회였고, 지난 1년간 자해 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소방관도 1556명(3.1%)이나 됐다. 소방관의 평균 수명이 69세(재직 중 44세)로 공무원 직군 가운데 가장 낮은 이유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81세보다 무려 12년 짧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질 못했다. 같은 제복공무원인 군(軍·9곳), 경찰(8곳), 해양경찰(3곳)과 달리 심신건강수련원은 단 1곳도 없었다. 국립경찰병원과 같은 전문 의료기관인 '소방복합치유센터'도 국회에 발목 잡혀 계획 수립만 번복해왔다.

# 소방관, 47년 숙원인 '국가직 전환'
특히 지난달 4월부터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 1000여 명이 국가직으로 전환 됐다. 국가직과 지방직을 일원화해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소방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자며 만든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8년여 만이다. 소방관들은 이보다 훨씬 전인 옛 소방방재청때부터 바라온 숙원이었다. 

앞서 교착 상태였던 국회의 소방직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안 처리에 탄력을 붙게 한 것은 지난달 4월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소방관과 소방차 820대가 출동했다.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올라왔고, 사흘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정문호 소방청장이 잇따라 국회에 법안의 신속 처리를 호소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본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지난 4월,  소방관의 98.8%인 5만1615명이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인구(1004명)와 면적(1.94㎢)은 상상을 초월해 인력충원이 시급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장 소방인력은 법정 기준보다 25.4%(1만4967명) 부족하고, 소방서가 없는 기초지자체도 27곳이나 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 매년 평균 502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했다. 최근 5년(2014~2018년) 간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2509명에 달했다. 위험직무순직자가 20명, 공상자는 2489명이다. 순직과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소방관의 특수 치료와 함께 공무상재해 입증 자료 확보 및 연구를 맡게 될 소방복합치유센터의 설립 근거가 생겨났고, 고위험과 스트레스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의 심신건강 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소방복합치유센터의 경우 2022년 충북 음성에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공투데이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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