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무원 시험에 죽도록 매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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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공무원 시험에 죽도록 매달리는 이유···
정부 '공공일자리 155만개 늘리겠다지만 '효과는 글쎄'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1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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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20대가 선호하는 직업 부동의 1위는 단연 공무원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대기업, 공기업 취직이 뒤따른다. 매년 수십만명의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도 공무원 준비를 독려하고,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 스터디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공무원 사관학교라는 슬로건을 내 건 학교까지 생겨났다. 이런 이유는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꾸준히 ‘철밥통’이라고 불려 올 만큼 공무원은 해고에 대한 불안이 없다는게 가장 선호하는 배경이다. 9급 공무원을 기준으로 공무원 합격률은 겨우 2%에 불과하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할 격'인 낮은 합격률에도 해마다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이 공무원 시험과 자신의 젊은 날을 맞바꾸고 있다.

​공무원 준비생의 경우, 그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일분일초가 아까워 컵밥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때가 많다. 공무원 학원에 다니며 2%의 합격률을 바라보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책상 앞에 붙어 공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합격하지 못하는 많은 취준생들은 수년의 시간을 이런 식으로 보낸다.

​또 다른 선호 직업인 대기업 입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 취준생들도 100:1 이상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외국어 학원, 컴퓨터학원 등의 각종 자격증 학원,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의 각종 스펙들을 끝도 없이 쌓고 있는 이유 때문에 취준생들의 40% 정도가 우울증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취업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이렇게 '미래의 고용안정' 이라는 팻말을 머리속에 상기하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한 생각과 계획들이 현재 불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15일 공공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들이 공무원, 그리고 기업에서 하는 일과 적성이 맞아 진정성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면 이러한 경쟁률이나 준비과정의 어려움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면서 "문제는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보다 ‘안정성’만을 바라보는 취준생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다" 고 말해, 공무원 시험이 몰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지적했다.

# 공공일자리 늘어도 '효과는 글쎄'
​현재 코로나19로 사회 취업대란과 함께 '있는 직장마저 잃는' 고용 사정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가 약 155만개에 이르는 공공부문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로 중단된 사업은 재개하고, 추가 사업은 서둘러 재원을 마련해 실행한다는 것이다. 공무원·공공기관 채용도 이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사태는 당장의 일자리 상실은 물론 노동·고용시장 전반에 양적·질적으로 큰 충격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긴급 일자리 대책과 함께 더 큰 시각에서 노동·고용제도의 보완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공공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태도다. 우선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 경제방향’에 포함된 직접 일자리 창출 94만5천개를 신속히 추진한다. 현재 77만8천명을 뽑았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이중 44만5천명이 휴직 중이다. 이 일자리를 야외나 온라인 등 감염 우려가 적은 활동으로 최대한 전환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 아직 대상을 뽑지 못한 16만7천개는 선발 절차, 교육 일정 등을 신속히 진행해 5~6월 중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 공무원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이 정부의 발표가 조금은 숨통 트일 소식이긴 하지만 사실은 공무원 취준생들의 속마음은 다르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촌에 7급 행정 공무원을 준비중인 32세의 박모 씨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시험을 보고 등수 매겨지며 획일성을 강요 당해 왔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몇 년의 시간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죽도록 공부했습니다" 라고 말해며 이같은 고충을 드러냈다.

​박모 씨는 "우리는 꿈꿀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미술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패션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어른들은 ‘그런 것은 취미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꿈이 꺾인 채 어른이 된 우리가 할 줄 아는 것은 오로지 7년간 학교가 우리에게 가르친 책상 앞에서 오래 버티기입니다. 또다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책상 앞에서 버티고, 직장을 가진 후에도 사무실 책상 앞에서 버팁니다" 며  "이런 식으로 우리는 그렇게 하기 싫은 것을 붙잡고 버티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언제까지 하기 싫은 일만 하며 살까요" 라고 원치 않는 공무원 준비에 대한 설움을 토로했다.

적은 임금, 고용 불안, 주변의 시선 등이 두려워 마치 수능을 향해 맹목적으로 공부하던 그때처럼 또다시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요즘 공무원 취준생들에 대한 현실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달려온 취준생들은 공무원 시험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혀 힘든 과정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24세 김모 씨는 "우리가 대입의 이후 또 이런 어려움이 있을 줄 생각했었나요? 다들 수능만 잘 보면 끝인 줄 알았지요. 대학교만 들어가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 김모 씨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대입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취업을 한다는 것도 똑같을 것입니다. 뭐가 되기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그 내막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며 "우리는 또다시 강제된 선택에 의한 고통을 받겠지요.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한 선택도 아닌데 말입니다. 모든 직업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온전히 나의 선택이라면 덜 억울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 공무원 준비 "2년 정도는 해봤다" 가장 높아
최근 한 잡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취준생과 직장인 10명중 2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다' 고 나타났다. 20-30대 취준생과 직장인 총 2,858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거나 현재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32.9%(941명)로 10명중 3명에 달했다.

또 '과거 공무원 시험을 준비 했었다'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21.6%에 달했고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전체 응답자중 11.4%(325명)로 각 10명중 1명꼴로 조사됐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는 응답자는 취준생이 10.9%, 직장인이 12.6%로 직장인이 소폭 높아 기업에 대한 고용불안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는 조사결과 였다.

공무원 시험은 예상대로 '9급'이 64%로 가장 높았고 이어 '7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16.%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직장인 중에는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을 준비한다는 응답자가 13.9%로 10명중 1명 정도에 달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민간경력자 채용을 늘리고 공채에 비하여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 됐다.

공무원 준비는 최대 2년 정도 도전해 보겠다는 취준생과 직장인이 많은 반면 '합격할 때까지 도전 할 것' 이라는 취준생도 제법 높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가장 힘든 점은 치열한 경쟁률이 단연 높았고, 채용 빈도율에 따라 준비에 대한 불안도 많았는데, 특히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서 스트레스 지수도 함께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고 밝혔다

# 안정된 직장에 연금까지 '공무원 선호'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고 노후연금 등 복지혜택이 좋기 때문에 적성에 맞든 안맞든 공무원을 선호한다는게 대부분의 이유였다.

그런데, 요즘 퇴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사직서를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인력개발원 연구원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28% 이상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고 나타났다. 이들은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프리랜서나 사업가로 전향하기도 한다고 조사 됐다.

이렇게 젊은 20-30세대들은 10년간 평균 네 차례의 이직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한 직장에서 평생 머무르던 사회적 관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젋은 청춘들은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윗세대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라고 짧은 답변만 내뱉고 있다
/공공투데이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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