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코레일, 신뢰도 추락···'손병석 사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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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코레일, 신뢰도 추락···'손병석 사장 위기'
한국철도공사 '고객만족 조작, 인사, 안전사고'에 분위기 최악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1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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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오는 6월 발표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철도가 ‘낙제점’을 받을경우 이사회 해임 건의가 가능한 만큼, 현재 손병석 사장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한국철도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매우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의 감사결과 한국철도 직원들이 2020년 1월13일부터 2월1일까지 실시된 ‘2019년 고객 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이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자 정부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 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손병석 사장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손병석 사장

고객만족도 조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실시하게 돼 있고, 이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 반영돼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기준으로도 활용 될 만큼 중요하다

감사 결과, 전국 12개 지역본부 중 8개 본부 소속 직원 208명이 설문조사 총 1천438건 중 222건(15.4%)에 신분을 속이고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체 경영실적 평가를 높혀 성과급을 많이 타기 위한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사업체의 조사원 얼굴 사진을 공유하고 역 CCTV로 조사원의 동선을 파악하면서 직원들이 고객인 양 자연스럽게 조사원과 마주치게 하는 방식으로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은 휴일에 호출돼 설문조사에 응했고 11명은 두세번 중복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들의 일회성 일탈로 보지 않고 이전에도 고객 만족도를 조작하기 위해 시도했던 정황이 있었는데도 '직원들의 성과급과 연관된 관련자들이 모르쇠로 일관 되게 담합하는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18년도 이전 조사에서도 한국철도 일부 지역본부에서 설문 조작행위가 있었던 정황은 있었다" 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정에 따라 관련 자료가 이미 폐기돼 국토부는 설문참여 규모 등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한 관계자는 16일 공공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공기업의 성과급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달렸기 때문에 이를 두고 직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공기업 개개인의 업무가 경영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기관의 특성에 따라 몇몇 평가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내부 인사잡음과 잇따른 안전사고 문제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한국철도는 2018년도 결산오류에 대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기획재정부의 성과급 환수, 징계 등 강도 높은 처분을 겸허히 받아들여 관련자 해임을 포함한 인사조치와 성과급 환수 등 고강도의 후속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지난 4일 기재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즉시 손병석 사장 지시로 자체 감사에 들어가 회계담당 처장에 대한 해임조치와 관련자 전원에 대해서 임원 평균 2,200 만원 등 임직원 성과급 70억원을 환수 조치하고 부사장과 감사 등 6명의 해임 등 중징계 조치 했다.

손 사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회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회계개혁 등 특단의 조치를 시행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했고 내외부 인사의 이중감사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공기업으로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발생한 만큼 조직 전체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책임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해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국민적 비난을 잠재우려 했지만, 올해도 코레일은 그리 순탄한 철로를 운행 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5월 9일 새벽 경부고속선 영동보수기지 인근 전기 유지보수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손병석 사장
2019년 5월 9일 새벽 경부고속선 영동보수기지 인근 전기 유지보수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손병석 사장

# 터지는 '코레일사고'에 난처해진 손병석
한국철도(코레일) 안전사고 관련해서도 지난 2월 14일 구로역 선로보수장비의 궤도이탈로 경인,경부선 전동차 운행이 지연됐고 같은달 21일 수도권 지하철 경의,중앙선 이촌역에서 전기 공급문제가 발생해 열차 운행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라 터졌다. 또 지난달 14일 경인선 신길역 철도차량 탈선사고로 10시간만에 복구되는 등 수도권 전동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다.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손 사장은 지난해 9일 새벽잠을 미루고, 충북 영동 인근 경부고속선 전기설비 유지보수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선로전환기 등 철도 시설물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날 그는 점검차량을 타고 전차선, 전력공급장치 등 전기 시설물을 꼼꼼히 살피며 안전관리를 재차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잇따른 코레일 사고를 피해갈수 없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63세 이모씨는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동차가 자주 고장이 나니까 안전불감증이 생기는 것 같다. 혹시나 '오늘 고장이 안나나...' 하는 생각이 (지하철을) 탈때마다 들어, 정말 불안한 마음이 크다" 면서도 "하지만 교통여건상 어쩔수 없이 (불안해도) 전철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하고 있다" 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 전경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 전경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손 사장도 4월 과거 골프접대 비리로 징계를 받고 물러났던 간부의 복직을 추진했지만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자신의 신뢰성을 추락 시키기도 했다.  손 사장이 강릉 KTX 사고 등을 책임지고 물러난 오영식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만큼 취임 초기부터 안전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일각에서는 손 사장이 한국철도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책임지는 형식으로 중도에 사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는 손 사장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 는 사실을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코레일 내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도에 하차설도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15년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인 E등급을 받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3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해임을 건의했고 결국 해당 기관장들은 관련 절차를 거쳐 해임됐다.

한국철도는 지난해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평가 이후 한국철도의 순이익이 4천억 원 가량 과대 산정된 것으로 밝혀져 기재부가 성과급을 환수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공기업의 내부 징계 건수가 지난 2년 간 20% 넘게 늘어난 반면 해임·면직 등 중징계, 고발로 이어진 경우는 오히려 줄어 ‘솜방망이’ 처벌만 늘렸다는 지적이 컸다.

# 공공기관 '징계처분' A등급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36개 공기업의 내부징계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건수는 580건에서 705건으로 2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사유로 보면 성실의무 위반 건수가 2017년 364건에서 지난해 541건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성폭력, 성희롱, 직원 간 폭행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수 있는 항목이 포함된 품위유지의무 위반 건수도 67건에서 75건으로 증가했다.

징계 건수는 증가한 반면 중징계는 오히려 줄었다. 처벌 수위 중 가장 무거운 해임·면직은 2017년 56건에서 지난해 50건으로 감소했다. 가장 수위가 낮은 견책·근신은 256건에서 340건으로 32.8% 늘었다. 감봉·정직·강등도 268건에서 315건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징계 건수 증가율보다는 낮았다.

견책 처분 건수는 전체 징계의 47.2%(333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감봉(30.1%, 212건)·정직(13.8%, 97건)·해임(4.4%, 31건)·면직(2.7%, 19건)·근신(1%, 7건)·강등(0.9%, 6건) 순이었다.

특히 징계처분 건수를 기관별로 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가장 많았다. 코레일의 징계 건수는 2017년 118건에서 2018년 80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157건으로 다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해 12월 9일 열린 부사장 주재에서 한국철도공사는 ‘철도공사 회계체계 개선 T/F’를 신설하고 공인회계사 채용 등 인력 보강에 나설 계획이며 회계서류 작성 시 외부회계법인과 공동 작업한 후 결과에 대해 다시 외부감사에 의한 회계검증을 받는 이중화된 회계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장담 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손병석 사장은 1986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국토부 1차관을 지낸 뒤 2019년 3월 한국철도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2022년 3월까지다. 
/공공투데이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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