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예술계 성폭행 미투2년···"쇼맨십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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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예술계 성폭행 미투2년···"쇼맨십에 그쳤다"
국회 문체위 '가장 일하지 않은 상임위' 오명.
정부 국회 상임위 촉구 요구도 부진.
사회적 이슈 'n번방 성폭행'에 밀리기도
국회 민생 경제 우선 처리도 문제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2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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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고은, 김기덕, 이윤택 등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어 놓은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국회가 앞장서며 법안을 마련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이 물건너 갈 형국이다.

20대 국회에 계류중인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약속하겠다던 문화예술계 노동환경 개선 법안들이 모두 이달말 국회 임기 종료로 인해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중 4개 법안은 지난 13일 기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통과 하지 못했고 2개 의결된 법안도 이달 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영화 배급사에서 일하는 A씨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한테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A씨 앞으로 다가와 밀착시키더니 몸을 만졌다"

"예술대학에 다니는 A씨는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교수한테 ‘기습 키스’ 피해를 입었다"

   여성 종사자 57% 성폭력 피해 있다
   피해자 대부분 가해자로 '선배-감독' 등 지목

지난 2018년 3월12일부터 100일 동안 활동한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특별조사단’(특조단)을 꾸려 조사한 결과로 여성의 57%가 성폭력을 겪으면서 흘러 나온 애기들이라 더욱 충격을 주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특조단을 구성한 성폭력 피해 경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 2478명 가운데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7%(1429명)에 달했다. 여성과 남성을 통틀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513명은 가해자로 선배 예술가(982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획자 및 감독(794명), 대학교수·강사(537명) 순이었다. 권력관계에 기반을 둔 성폭력이 널리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또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85% 이상은 문제제기를 못하고 그냥 참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중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 문화예술계에는 강한 위계 관계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제도적 개선 마련을 위해 문화·예술계의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내용 등을 담아 국회로 넘겼다. '#미투 운동' 이라는 사회적 확산 운동탓에 당시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법안 마련에 집중했고 예술인들의 공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였다.

정부 차원에서 '예술인 성희롱 성폭력 방지 대책을 수립' 하고, 2년마다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벌여 국민들에게 결과를 발표 할 책임을 다하겠다고까지 했다.

   여성 영화인 10명 중 6명 성폭력 경험 있다

여성 영화인 10명 중 6명에게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영화인 성폭력 피해 유형을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와 평가나 음담패설이 4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술을 따르게 하거나 술 자리 참석 강요(33.4%)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성희롱(28.9%) ,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27.6%) ,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강요(22.3%) 순이었다. 또 여성 영화인 중 11.3%는 원치 않는 성관계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노출신 강요 등 촬영 중 벌어진 성폭력은 4.1%였다. 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7명은 남성이었고(71.6%), 여성 가해자는 100명 중 5명이었다(5.2%).

배우 성폭력이 벌어지는 장소로는 술자리나 회식 장소를 가장 많이 꼽았다(44.3%). 외부 미팅 관련 장송는 19.4%, 촬영 현장은 16.8%였다. 직군별로는 작가(65.4%)가 성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었고,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다. 고용 형태별로도 차이도 있었다. 비정규직 2명 중 1명(50.6%)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규직은 10명 중 3명(29.9%)에 그쳤다.

여성 배우의 76.0%는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자정 능력에 대한 불신은 여성(86.5%)이 남성(58.8%)보다 컸다. 영화계 성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66.7%가 '인맥, 소문 등이 중요한 조직문화'를 꼽았고, 57.7%가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위계적 분위기'를 짚었다.

영화계 성폭력 고발 운동은 영화 현장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노동 실태가 성폭력과 맞닿아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화계 노동 환경 실태조사를 벌여 고쳐 나가는데 동참했다. 당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함께 했지만 역시 국회 표류중이다.

공연예술 분야의 만연한 성폭력도 잇따라 폭로됐다. 터져 나온 연극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폭탄이 돼 연극계의 어두운 곳을 연이어 터뜨렸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도화선이 돼 번지기 시작한 미투 운동은 미국 사회를 휩쓸고 한국에서 또 다른 불꽃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활시위를 당긴 격이 됐고, 연극계에서는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이윤택 극단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극단원 성폭력 이윤택 구속을 계기로 고은, 김기덕, 조재현, 오달수, 이영하, 김흥국 등 성 추문으로 도마에 오른 나머지 문화계 유명 인사들까지 도마위에 오르면서 완전히 사회적 이슈로 불을 집히게 됐다. 사회적 국민들의 분노가 일자 성폭력 피해 방지를 위해 속전속결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며 방법을 강구했지만 매번 그때 뿐이었다.

   정부 공격적인 국회 요구 하지 않아
   국회 일하지 않아 더 문제

미투 2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이달말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쇼맨십에 그쳤다' 는 예술계의 비난을 피해갈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 모두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018년부터 드루킹 특검도입,패스트트랙 법안 문제 등으로 20대 국회가 장기 파행을 거듭한 탓이 크다. 주무소위인 문화체육위원회는 1년 평균 5번의 회의밖에 안할 정도로 '가장 일 않하는 상임위'로 오명을 썼다. 문화체육위원장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오늘이 문체위 마지막 상임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발언해 사실상 법안 폐기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된 20대 국회가 '최악의 게으른 국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회에 더욱 공격적인 법안 심사를 위한 촉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으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된 '예술인인권리보장법'이 발이 묶여 있는 것에 대해 "문체위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어 법안 제정을 위해 애써주신 문화예술인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 는 사과와 함께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아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의 법률 목적에 포함시켜  성차별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 받고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명시해 예술인들의 성폭력 및 노동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노력했지만 아쉽게 됐다.

15일 기준, 국회 발의된 법안 2만3974건 중 처리된 법안은 불과 약 36%(8556건)다. 정부안 등을 뺀 의원발의 법안은 19대 국회(1만5444건) 대비 약 40% 늘었으나, 그만큼 많은 법안이 버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법안의 처리 과정보다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에 주목하는 언론의 속성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5월까지다.

4·15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를 끝냈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논의가 필요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20대 국회가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141개 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월 임시국회를 열고 회기 내에 처리해야 할 주요 민생·경제 법안에 대한 표결에 나섰다.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이번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법안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 △구직자 취업 촉진법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법 △과거사법 △공인인증서 폐지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응법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번 여러차례 강조한 고용과 경제에 대한 법안이 주로 다뤄졌다. 또한 2년 전의 '미투 운동'으로 시작된 문화예술인 성폭력 사건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사회적 이슈가 커다란 'n번방 성폭행'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끝내 파묻히게 되버린 꼴이 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장벽을 넘지 못하고 예술계 성폭력 법안들이 폐기 되면서, 앞으로 문화예술계 노동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투데이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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