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수원, 성추행 끝나는가 했더니···'직원 도덕적 헤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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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수원, 성추행 끝나는가 했더니···'직원 도덕적 헤이' 심각
최악의 경영실적에도 오히려 임원연봉은 올라
사회적 기업이미지 탈바꿈 노력중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2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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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조경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조경

[공공투데이 경북경주=유성원 기자] 우리 삶과 밀접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전국 340개사,  41만594명 직원이 이곳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2만여명 정도의 한국전력과 같은 대형 공기업도, 영화진흥위원회처럼 직원수가 100명이 채 안되는 소규모 산하 공공단체도 있다.

공공기관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며 누구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된 일과에 치이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감시와 관리가 소홀한 곳을 틈타 부조리를 저지르거나 이를 악용하는 직원들도 꽤 있다.

그 중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공공기관에서 '직원의 도덕적 헤이 및 성추행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 되며 국민들에게 지탄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수원은 모 기업설문조사에서 '성추행 사건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 의 오명을 쓰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1일 한수원이 운영하는 A발전소 정문에서 출입증 발급 업무를 담당한 김모씨는 주 20시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지난 2016년부터 4년째 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2월 김씨에 대한 한통의 제보가 한수원 감사실로 들어왔다. 김씨가 모 병원에서 다른 명의로 일하고 있다는 제보 내용이었다.  이른바 '이중취업' 논란이 제기돼 사실 조사를 거쳐 확인해 봤더니 모두 사실이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의 경우 공공기관 직원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 되어 있고 이를 위반시 견책에서 해임까지 징계가 가능한 사안이다. 그런데 한수원은 경고처분을 내리는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유는 주 20시간제 근무로 김씨가 매월 손에 쥐는 돈은 109만 3200원이라 174만 3917원의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쳐 이중취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고민에 빠진 한수원은 김씨의 생활고 사정을 받아들이며 경고처분에서 그쳤다. 민간기업에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겸업은 공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벌어진 케이스다. 이는 분명 국가에 존속돼 일하는 공무원이라 가능한 것이고 '직원들만 잠시 눈감아 주면 아무렇지 않겠지' 라는 공무원 직장의 습성을 슬쩍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한수원 감사실은 '시간선택제 직원에 대한 채용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해, 잘못을 시인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앞서 2018년 11월에 원전을 관리하는 한수원 직원들이 향응과 금품을 받고 부실한 납품을 묵인한 사실로 관련된 직원들이 징계 처리 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효성 측은 원전에 예비용 변압기를 납품하면서 변압기를 보호하는 철제 외함을 빼고 납품 했는데 한수원은 '계약 문건에 외함의 규격과 도면 등이 포함돼 납품하는게 맞다'며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변압기 2대 계약금액은 총 5억 2천만 원인데 외함이 빠진 채 납품되서 효성 측은 1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확인 됐다. 자체 감사결과 금품이나 향응 수수 혐의자 16명 가운데 사실로 확인 된 일부직원을 징계조치 하기도 했다.

  한 해 4건의 수치스런 사건

이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같은해 12월에도 직원들의 잇따른 성추행과 음주, 욕설 등의 파장으로 최악의 공공기관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수원 직원 897명이 파견된, 한국에서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서만 한 해 4건의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종류도 다양하다. 당시 3월 건설직 3급 직원이 술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됐고, 5월엔 시운전 업무를 담당하는 4급 직원이 금지된 주류를 반입하다 단속에 걸렸다. 지난달엔 시운전을 담당하는 또 다른 4급 직원이 동료에게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 3명은 모두 감봉 1~3개월의 징계를 받고 국내에 복귀했다.

또 현지에서 원전 운영 지원을 맡은 한수원 직원의 외국어 능력도 문제가 됐다. 현지 UAE 원전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애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직원 파견 기준'을 만들었는데 원전 운영 지원 직원의 영어 능력은 토익(TOEIC) 점수가 700점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운영 지원 파견 근로자 729명 중 109명(15%)이 이 기준에 미달되는데도 파견됐다. 600점대 73명, 500점대 20명, 400점대 8명, 300점대 5명이었다. 200점대 파견 근로자도 3명이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핵심 기술 인력을 파견하려다 보니 토익 점수보다 기술 능력을 더 중요시한 것"이라며 "기준에는 미달되지만 현지 전문 통역사가 있고, 전문 분야에서 의사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전문가들은 "원전 건설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부품과 전문적 기술명칭들이 잘 못 번역될 경우 고스란히 그 피해와 책임으로 이어질수 있어 기술과 어학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파견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직원 성추행만 한해 10건, 3배늘어

최근 2월에도 한수원에서 직장 내 성비위로 두 건의 징계 처분이 내려지자 조직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10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내부감사에서 직원들의 성희롱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는 내부 제보에 따라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직원 2명이 각각 징계와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수원 직원이 성희롱으로 감사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건 올해 확인된 건만 두 건이다. 비슷한 시기인 2월 11일 이뤄진 감사에서도 사업소 직원이 언어·신체적 성희롱을 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한수원은 성비위로 국회에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당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성 비위로 한수원 직원이 징계를 받은 건은 10건이다. 2017년(3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작년 8월까지 직원 9명이 성비위로 징계에 처했다.

공공기관의 성비위가 끊이지 않으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7년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대책을 발표하며 제재를 강화해왔다. 고위직이 성희롱을 저질렀을 때 상급기관인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건 처리를 지휘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도록 했다. 경영 실적에 성범죄 발생 횟수를 주요 지표로도 평가하고 있다.

한수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자체에서도 가해자를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특별신고기간 마련 등 성비위 근절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여가부의 '2018-2019년 성희롱 실태조사'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은 민간 기업보다 공공기관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공공기관 재직자 가운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람은 16.6%로 민간 사업체(6.5%)보다 2.5배 많았다.

특히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우는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 또는 사업주가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응답은 공공기관 8.4%로 민간사업체(2.6%)보다 네 배 높았다. 경징계로 사건을 종료했다는 응답도 공공기관 6.1%, 민간사업체 3.0%이었다.

  최악의 경영에도 연봉은 올라

이런 직원의 성추행, 음주, 취업, 향응 비리 등 악순환이 발생하며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하고도 경영평가성과급을 오히려 늘려 임원 연봉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지난해 탈원전 정책 여파로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8조9552억 원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1456억 원으로 1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8618억 원에서 지난해 -102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손실을 냈다.한수원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3조 8472억 원에서 2017년 1조 3972억 원, 2018년 1조 1456억 원으로 3년 사이 70%(2조 7016억 원)가 감소했다.

한수원의 실적 악화는 탈원전 정책 여파 때문이다. 한수원은 통상 원전 이용률은 80~85%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엔 65.9%로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한수원의 전력 판매금액은 전년보다 8888억 원 감소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라 손상처리금액이 5652억 원 발생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도 지난해 임원 연봉은 더 올랐다. 한수원은 기관장 1명, 이사 5명을 임원진으로 두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한수원 기관장 연봉은 지난해 2억2662만 원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상임이사의 지난해 연봉도 1억6947만 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임원 경영평가성과급은 오히려 늘어났다. 기관장 경영평과성과급이 8947만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상임이사 경영성과평과급은 5964만 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어났다.

반면 무기계약직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은 줄었다. 무기계약직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4263만 원으로 전년보다 6.3% 감소했다.

  이미지 쇄신 쇄신 중...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수력원자력은 20일 경주 본사에서 '2019년도 올해의 동반성장인상' 시상식을 개최해 성과를 낸 직원 4명과 4개부서에 대해 수상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같이 한수원은 부품·장비 국산화, 공공구매 확대, 판로개척 지원 등 협력 중소기업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제안 또는 동반성장 사업에 적극 참여한 직원들을 포상하며 성과를 올리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민들의 뺏긴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한수원은 요즘 이미지 쇄신이 한창이다. 21일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급여로 기금을 마련해 경주지역 7개 사회복지시설에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했다. 또 지난 7일부터 '한수원 1339 캠페인'을 진행해 '1사람이 3군데 이상의 전통시장 또는 소상공인상가에서 소비하고 다른 3명을 지명해 캠페인을 확산하여 9배의 효과를 만드는 챌린지 켐페인' 등을 전개해 지역소비를 촉진시키는 사회적 활동을 벌이며 한수원의 이미지를 탈바꿈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모양새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지난해 9월 '부품·장비 국산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3년간 100대 과제에 1000억원을 투입해 부품 국산화 및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작년 11월, 동반성장사업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 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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