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전날(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며 악화되자 김 전 장관이 사의를 표한 가장 큰 이유다. 특히 김 전 장관은 대북선전 삐라 살포 문제를 일으킨 탈북자 단체 고발과 인근 접경지역 감시를 강화 하면서까지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소 폭파가 이뤄지는 시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전 장관은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여기에 와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통일부는 ‘무력 도발’까지 언급한 북한을 향해 “남북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고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를 고발할 방침을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힘써왔으나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을 수 없었다는 질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회의장을 급하게 떠날때 기자들과 만나 “가서 보고를 받아야 한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게 맞느냐’, ‘파악된 거냐’, ‘예상했던 사안이라고 했는데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통일부도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되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 되면서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북한이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단행해 최악의 남북 교착국면으로 몰고갔다. 이에 대한 책임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통일부 장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처한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기 위해 통일부 장관 사퇴로 북한을 조금이나마 진정 시키보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다는 또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는 2년여만에 파국으로 치닫게 된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제7기 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로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항공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쯤 김 위원장이 국내 시찰을 할 때 이용하는 전용기인 고려항공 An-148이 평양 인근에서 함흥 방면으로 비행하는 항적이 포착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행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참다 못한 청와대 "북한 작심 비판"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을 앞세워 대남적대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간 정치적 협상 카드는 남겨두고 김 부부장의 대남 공세와 분리해 기획된 의도라고 진단했다. 지난 3월 3일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보냈는데. 중요한 순간에 정면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대화 방식은 지난 과거와 비슷한 패턴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6.15 기념사를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 “파렴치한 배신”이라는 표현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참다 못한 청와대가 북한의 수위에 강경한 대응 태도로 바꿨다.
이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부장의 비난 발언을 두고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며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청와대가 낸 대북 반응 가운데 가장 강경한 톤이다.
특히 북한에 비공개 특사 파견을 제안한 것과 관련 북한이 특사 제안을 거절하고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수석은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북측은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는 전례없는 비상식적 행위로 대북 특사 파견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을 끊고 아예 폐지 하겠다는 예고까지 나온 상황속에서, 정부의 북한 특사 파견은 시기 적절하지 못했고, 특사 제안 다음날 실제 남북공동연락소 폭파 실행은 더욱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빌미를 주게 된 것이 아니었냐는 논란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북한이 특사 제안 사실을 공개한 것은 물밑 대화조차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의 군사도발까지 감행하겠다고 나선 남북 긴장고조 국면에서 김 전 장관의 사퇴로 인한 공백은 고스란히 청와대와 국방부가 떠 안게 됐다. 이 시국에 김 전 장관의 사퇴가 과연 적절했느냐에 대해 정치권의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다만, 현재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북한의 위협적 태도에 그냥 둘 경우 국민들과 야권에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청와대의 '북한 경고사격'은 시기 적절한 타이밍으로 진단 하고 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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