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획부동산 사기 꿈틀···"치고 빠지는 '먹튀'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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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획부동산 사기 꿈틀···"치고 빠지는 '먹튀'에 당했다"
공동소유권 합법 등록 악용
/ 반드시 개인분할 등록 가능한 토지 확인
/ 주요 일간지 광고나 공사 명 시용해 믿게 속여
  • 강문정 기자
  • 승인 2020.07.1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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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장사한테 속았다"
한 억울한 토지부동산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말이다.

[공공투데이 경기용인=강문정 기자] 부동산 시장의 집값이 폭증하자 값싼 땅을 매입해 비싸게 팔아 치우고 빠지는 이른바 '먹튀 기획부동산' 사기가 또 다시 꿈틀 거리고 있다. 앞서 공공투데이가 지난달 4일 부동산 사기에 대한 기획 보도가 이뤄진 지, 35일만에 같은 사건이 벌어져 가라 앉았던 기획부동산 사기가 점차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11일 본지와 만난 그의 첫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며 머리를 숙인채로 축 처져 있었다.
"내가 살아온 동안 사기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성실히 살아왔는데 제가 이런일이 일어날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가 억울하게 당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누구한테도 챙피해서 하소연 조차 할수도 없었다고 한다.

서울 마포에 사는 한 직장인(46 남) 김씨는 가족들과 모처럼 집에서 주말을 보내며 신문을 보다 땅을 분할 판매 하겠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 광고를 조심스럽게 아내가 보지 않게 책장에 숨겨 뒀다 잠시 부인이 외출한 사이에 신문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신문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고척동 인근 땅을 싸게 분할 판매 하겠다' 는 내용과 함께 '입금주는 'L'변호사사무실을 통해 진행하고 등기까지 완료해 주겠다' 는 내용이 게재 돼 있었다. 여기다 상호까지 '경기도개발공사' 라는 주식회사까지 붙어, 공기업처럼 보이는 믿음가는 상호로 돼 있었다.

주요 일간지에 광고가 게재 돼 믿음이 갔던 김씨는 업체측 담당부장과 전화상담을 거친 뒤 시간을 쪼개 용인시 고척동의 사무실을 찾았다. 현지 사무실에는 '콘테이너 박스' 로 이뤄졌고 직원은 3명 남짓 됐다.

일단 경기도 용인시에서 구한 지도와 자료를 보여주며 "이곳은 새로운 용인과 서울로 약 15분이면 갈수 있는 국도가 나게 된다" 는 쏠깃할 만한 얘기를 했다. 용인시에 국도가 설립된다는 기사를 보여줬고 관공서측 도로건설 확인 고시 문서를 보여 주었다. 또 자체 도면을 그린 가분할 지적도면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사실을 믿게 했다.

일단 믿었던 김씨는 현장을 뒤따라 임야를 살펴봤다. 그곳은 경사가 완만했고 전원주택 등이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경기개발공사측은 "이곳에 관공서 건설과 공무원 2명도 두필지(땅 2조각)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공장 등을 설립하기 위해 많은 필지들을 구입해 갔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김씨를 포함한 93명의 공동소유권으로 등록 돼 있어 개인 소유권 분할 등록이 불가능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구매한 땅.ⓒ박승진 사진기자
김씨를 포함한 93명의 공동소유권으로 등록 돼 있어 개인 소유권 분할 등록이 불가능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구매한 땅/사진=박승진 사진기자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가분할도면'을 보여주며 원하는 필지를 선택하라고 했다. 가분할도면에는 '1번 필지'에서 '103번 필지'까지 넘버링이 돼 있었다. 다시 말해 3만3천평 부지에 달하는 임야를 103개 임야로 각기 분할, 이른바 '쪼개기식 판매'를 하고 있었다. 거의 팔린 상태였고 실제 몇개 안 남아 있었다.

김씨는 도로 인근에 가장 좋은 입지를 생각해 2필지를 골랐고 여느때와 처럼 부동산 매각 계약서에 서명후 입금, 모두 완료했다. 김씨가 구입한 2필지중 1필지는 4천만원을, 다른 1필지는 6천만원을 총 1억원을 입금시켰다.

경기도개발공사측 관계자는 "중간에 땅값이 오르면 제가 다시 되팔아 들이 겠다" 는 책임 있는 약속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L'변호사사무실로부터 개인분할 신청을 해야 된다며 250만원의 소송비를 요구하는 문서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변호사사무실에서 왔기 때문에 믿고 통장에 250만원의 토지 개인분할 신청 소송비를 냈다.

정상대로 등기권리증이 나왔고 각종 토지 취득세 등 영수증이 정상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꼼꼼하게 살펴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함정이 있었다. 소유주가 개인이 아니라 93명의 공동소유주로 돼 있었다.

즉각 김씨는 자신이 계약한 주소를 갖고 수원 법원 등기소를 찾아 등기부 등본을 떼 확인해 봤더니 전체 3만3천평에 대한 93명의 공동소유자로 되있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L'변호사사무실측에서 개인분할 소송비를 낸 돈이 바로 개인분할을 하기 위한 관공서와 행정소송비를 말한 것임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김씨는 경기개발공사측에 전화를 해보니, 회사 폐지신고는 순식간에 되버린 상태였고, 담당자는 전화번호를 바뀌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순간 'K'씨의 머리는 노래졌고 "내가 사기를 당했구나" 하는 온갖 잔상들이 떠올랐다. 성난 아내의 얼굴과 불쌍한 자녀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바로 '치고 빠지는 먹튀' 수법으로 사기친 기획부동산 이었던 것이다.

당황하지 않고, 당장 'L'변호사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사사무실측은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관공서와 협의를 하고 있다" 고 말했고 "곧 개인분할이 이루어 질 것이다" 는 답변만 벌써 2년이 흘렀다.

용인시 건축과를 찾아 이 문제를 말했다. 용인시 담당자는 "공동분할 소유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면서 "개인분할은 사실상 저희 지자체에서 금지를 했기 때문에 개인분할은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공동소유권 등기권리는 인정해 주되 개인소유권은 인정할수 없다" 는 황당한 소리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제야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했구나" 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본지 기자에게 한참을 하소연 했다.
특히 그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함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며 "어떻게 큰 피해를 입은 개인소유권은 내주지 않고 공동소유권 인정은 허가해 주는지 도대체가 이해가지 않는다. 또 전국 팔도에서 몰린 98명의 공동소유자가 되버린것이 현실적으로 말이 되느냐?" 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아직도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고, 'L'변호사사무실측과 통화를 하고 있지만 "해결 될 것이다" 는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고,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씨는 현재 2년째 공동소유권을 갖고 '되팔지도 갖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다
/강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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