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월북' 김씨, 의문 투성이의 '합참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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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월북' 김씨, 의문 투성이의 '합참 조사'
찝찝한 배수로 탈출
/ 철인3종 선수보다 '빨라'
/ 긴가민가한 식별장비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8.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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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지난달 31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의 발표로 강화도 '헤엄 월북' 사건이 일단락 되며 잠잠해진 분위기다.

25살 탈북자 김 모 씨는 지난달 18일 새벽 2시 46분쯤 강화도 연미정 근처의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한강에 입수했고 새벽 4시쯤 북한 탄포 지역에 상륙했다는 게 합참의 결론이다.

헤엄쳐 탈북을 하는 약 75분 동안 김 씨는 군 감시장비에 7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전비태세검열단은 밝혔다. 합참은 김 씨의 월북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병대 2사단장의 보직해임과 지휘 계선에 있는 다른 직위자, 관련자들의 문책을 군 징계위에 회부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 결과 중에 객관적 증거는 아주 적다. 오히려 추정들이 많을 뿐이다. 특히 월북의 결정적 장면들과 관련해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 결과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추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 결과 발표가 '너무 성급했던 게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씨가 탈출했다고 합참이 추정 하는 배수로.
김씨가 탈출했다고 합참이 추정 하는 배수로.

# 발자국 없는 배수로
김씨의 헤엄쳐 월북한 조사 결과 발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방부 기자실에서 이뤄졌다. 그것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백그라운드(back ground) 브리핑 형식이다.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씨가 연미정에 도착하고 배수로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소초 위병소 CCTV에 찍혔다"고 말했다. 은행 통장 등이 들어있는 김 씨의 가방은 연미정 옆 배수로 입구에서 발견됐다. 객관적인 사실은 여기까지이고 배수로 통과, 입수, 수영, 상륙으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들은 섞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김 씨가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배수로는 가로 1.84m, 세로 1.76m, 길이 5.5m 크기이다. 안에는 창살처럼 수직으로 철근 장애물들이 박혔고 그 뒤, 강쪽으로는 윤형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조사 결과 발표에서 "윤형 철조망은 견고하지 않아 옆으로 밀고 통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가 밀고 통과한 증거가 있다"고는 말을 아꼈다.

사실, 연미정 옆 배수로 안에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한 결과 사람이 통과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배수로의 바닥은 성인이 밟으면 발목,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 같은 땅이다. 그곳에 사람 발자국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물이 들고 나면서 깊은 발자국이라도 없앨 수는 있다.

특히 철근 장애물은 틈을 비집고 통과했다고 쳐도 윤형 철조망은 한쪽으로 걷어내야 지나갈 수 있는데 "윤형 철조망이 인위적으로 치워진 흔적도 전혀 없었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씨가 배수로를 통과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가방이 배수로 입구에 있었으니 김 씨가 그 배수로를 통과한 걸로 추정할 뿐이다. 가방은 지나가던 길에 그곳에 버릴수도 있고 고의적으로 행적을 묘연하게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버릴수도 있는 것이다.

합참이 발표한 김 씨의 월북 경로./사진=SBS 뉴스 방송 캡처
합참이 발표한 김 씨의 월북 경로./사진=SBS 뉴스 방송 캡처

# 철인3종 선수보다 '빨라'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이 추정하는 김 씨의 월북 출발지 연미정부터 상륙지점인 북한 탄포까지 물길의 거리는 4.5km이다. 새벽 2시 46분 입수했고 새벽 4시쯤 상륙했다. 밀물의 흐름을 타면 4.5km의 물길도 수영으로 약 7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합참은 주장하고 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 4.5km를 75분 만에 건넌 게 빠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작년 8월 부산 영도구에서 열린 부산 국제 철인3종 대회의 바다 수영(1.5km) 기록을 살펴보면 헤엄쳐 건너간 월북자 김 씨와 같은 나이대인 25~29살 동호회 부문은 1위부터 3위 모두 33분대에 돌파 했다. 10위권 이내에는 40분, 46분도 있었다.

철인3종 대회 1~3위자가 만약 같은 속도로 4.5km를 수영하면 99분이나 걸린다. 163cm에 54kg으로 왜소한 김 씨는 강화도에서 북한까지 4.5km 어두운 물길을 75분에 끊었다고 합참은 말하고 있다.

김 씨가 아무리 밀물의 흐름을 탔다고 하지만 강철 체력 소유자들의 부산 바다 수영 속도보다 빠르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물의 흐름도 월북하기에 그리 좋지 않았고 연미정 앞바다의 7월 18일 만조(滿潮) 시간은 새벽 4시 20분이다. 만조 전후로 길게는 1시간씩 정조(停潮), 즉 물의 흐름이 거의 멈춘다. 짧게 잡아도 3시 30분부터 4시까지는 물의 흐름을 이용할 수 없었다.

# 긴가민가한 식별장비
김 씨의 헤엄쳐 간 월북 장면은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에 5회, 열상감시장비(TOD)에 2회 찍혔다. 합참은 조사 결과 발표 때 촬영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해당 영상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검은 화면에서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점들이 떠다니는 장면이었다. 그 점들 중 하나가 김 씨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이 "저게 그거"라고는 했지만 기자는 "저게 그거구나"라고 도무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영상 속 희미한 점을 김 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치와 시점 상 김 씨의 머리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할뿐이다. 영상 속 물체가 월북자가 맞냐 틀리냐를 놓고 군 내에서도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발표에서 합참 관계자도 "국군지휘통신사령부의 영상장비분석관이 특정 시간대, 특정 지역의 촬영본을 수시간 동안 몇 번씩 반복해서 돌려본 뒤에 해당 장면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감시장비 촬영 영상의 판독 전문가가 찾으려고 마음먹고 보고 또 봐야 "사람인 것 같다"고 할 정도다.

7번 찍힌 것도 결국 김 씨를 추정할 뿐이다.

김 씨의 월북 경로 중간에는 유도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여기에서 또 하나 짚을 점이 있는데, 군 최고의 영상 판독 전문가도 월북하는 김 씨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여러 번 영상을 돌려보고서야 긴가 민가한 장면을 찾았다. 최고 전문가라도 7월 18일 새벽 강화도 현장에서는 월북자를 식별할 수 없었다는 뜻이고, 하물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어오는 물체들을 응시하며 대북 경계 근무에 열중했던 해병대 2사단 장병들도 별수 없었다는 뜻이다.  해병대 2사단은 육군 3~4개 사단이 맡아도 쉽지 않을 지역을 홀로 지키고 있다는 의미다.

김씨의 월북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합참은 추정 투성이로 의혹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자 문책이 부당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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