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이재명, "지역화폐에 '공(功)' 들이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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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이재명, "지역화폐에 '공(功)' 들이는 이유가···"
지역화폐가 뭐길래?
눈에 가시가 된 '조세연의 지역화폐 비판자료
결국, '여야 정치적 설전으로'
그런데도 '이재명 지지율' 이 자꾸 오른 이유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9.2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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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지난 9월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조세재정브리프 105호-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다음달 발간 예정으로 기재된 연구 보고서다.

그런데 성남시장부터 줄곧 지역화폐 확대 정책을 고집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요약문을 보고 '얼빠진 기관" "관계자를 문책해야한다" 고 발끈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지역화폐에 대한 효과를 비판하자 이를두고 경제학계에서는 '입맛에 안 맞는다' 고 연구에 대한 자유를 억압한다고 맞섰다.

  지역화폐가 뭐길래?

사실 기존에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지류(종이상품권) 형태로 시행한 곳이 있었으나 경기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 산하 31개 시·군별로 발행하고 도내 지역화폐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이 지사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이 지역 화폐의 '경기버전 확장판' 이라고 볼수 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 전역으로 본격 시행했고 발급 대상은 누구나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구매해 도내에서 사용토록 했다. 다시말해,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니어도, 직장이 그 곳에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는 등 소비를 하게 되면 인센티브를 줬다.

특히 지역화폐는 발급된 관내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게 해, 도내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였다. 한마디로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업그레이드판 온누리상품권 또는 각 지역화폐인 셈이다.

그동안 도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밀려나면서 매출이 급속도록 악화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호주머니에는 '지역화폐가' 들어왔고 경기 경제도 제법 살아났다. 또한 같은 도내 직장인들은 이를 공감하듯 적지 않게 이용했다.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눈에 가시가 된 '조세연 비판자료'

이런 이 지사의 지역화폐 정책을 정면 비판이라도 한듯, 이 연구서적의 인용 문구에는 "지역화폐는 부작용이 많지만, 좋은 점도 있는데 그 좋은 점은 온누리상품권으로 달성 할 수 있으니 그쪽을 더 활성화하자" 는 혹평 문구가 담긴 일부 내용이 언론에 나가면서 순식간에 정치판 뉴스로 옮겨갔다. 이 지사는 "이재명을 때린 국책연구기관" 이라며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한 정책을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한다" 는 게 그 이유다. 지난 16일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까지 조세연 보고서를 반박하면서 지역화폐 효과를 둘러싼 갈등을 심화 시켰다.

또 조세연의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은 최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통계청의 2010년~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분석해 "지역화폐가 지역외 소비지출 차단이라는 단기적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동일한 규모의 인접 지자체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지역화폐 대부분이 동네마트나 식료품점에서 사용돼 다른 업종에선 매출 증대 효과가 없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자료에 이 지사는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얼빠진 기관" 으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이다.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 고 날을 세우며, 전날까지 3번의 SNS 게시글을 올리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정부여당이 "내년에는 15조 원까지 그 규모를 확대하겠다" 는 시점에서 80페이지 분량의 '그 효과와 부작용'이 나와 이 지사에게는 눈에 가시가 된 셈이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6세 남성 이 모씨는 공공투데이와 20일 인터뷰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제도와 효율성이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면서도 "지역화폐가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책연이 경제전문가이기는 맞지만 (이 지사처럼) 직접 시장 상인을 돌아보고 자영업자외 어려운 실태를 확인하고 체험식 연구를 진행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고 애둘러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경기연구원도 지난 16일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조세연 비난에 가세했다. 경기연구원은 입장문에서 "(조세연의 보고서는)지역화폐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공공투데이 DB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공공투데이 DB

  '결국 정치적 정쟁으로'

정치적 논쟁도 번지며 소설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여야간 설전도 이어갔다.
윤희속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페이수북에서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자체장이 비난하고 위협하면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전문가집단을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지적 인프라를 위협하는 일인 동시에 전문성의 소중함에 대한 본인들 식견의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라며 지적하면서 이 지사가 문제가 있다고 본 보고서는 "분석과 서술방식 모두 잘 쓰인 보고서' 라고 옹호했다.

같은당 같은날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가 좀 과한 표현을 했다고 더 과하게 돌려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소인배의 모습이지 군자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일에 대한 '공적 분노'가 없으면 공인이 아니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과 '공적 분노'는 구별하셔야 할 것 같다"고 윤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 두 의원을 겨냥해 "언론 뒤에 숨지 말고 공개 토론하자" 고 응수했다. 이는 윤 의원이 글을 올린 뒤 3시간도 안돼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보수언론 뒤에서 불합리한 일방적 주장만 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 이라는 게시글을 또다른 페이스북을 통해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연의 한 관계자는 이날 공공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비판과 관련해 "큰 대도시에서 외부로 가는 소비를 차단해버리면 대도시 인근에 있는 식당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할 수 있잖나. 도시 사이즈가 상이할 경우 오히려 소형 지자체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정책 보고서는 해당 정책을 발전·보완하기 위해 분석한 자료인데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엄중 문책' 등을 운운하면 누가 비판 의견을 내겠느냐"고 말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그래도 '지지율 오르는' 이유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라고 부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 주력 브랜드인 기본소득에 이어 최근 기본대출권 도입, 지역화폐 확대 등을 주장하면서 찬반 논란에 불을 짚였다. 여권내 한 관계자는 본지에 "대권을 염두해둔 이 지사의 이같은 달콤한 복지 행보가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수도 있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여권 당내 분위기 차기 대권주자로 국민들의 지지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 지사의 정책 행보가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사실에 대해 '조용한 지원' 을 해불수 밖에 없다. 또 지난 국무총리 시절 국민들의 많은 지지율을 모았던 이낙연 더블어민주당 대표 역시 모른채 할 수도 없다. 현재는 지지율을 높여 두 사람이 여당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재밌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지사는 남성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고, 반면 이 대표는 여성 지지율이 높은 이른바 '표 갈림'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이 지사의 남성 지지율이 지난달 이 대표를 처음으로 넘어서면서 관심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이 지사의 지지율은 23.3%로, 이 대표의 지지율 24.6% 보다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남성 지지율은 각각 23.7%와 25.0%로, 이 지사가 1.3%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달 이 지사 지지율은 지난 1월과 비교했을 때 17.7%가 올랐는데, 남성 지지율이 18%나 늘었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25.4%로, 전체 지지율(24.6%)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이 대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여성 지지율도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 결과는 이 지사가 과거 형수 욕설 사건, 모 배우와의 스캔들, 최근 친형의 정신병동 감금 등에 휘말린 것을 두고 여성 표심을 놓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느슨한 정책 행보를 보여온 이 대표의 경우 앞으로 '딱 떨어지는 리더십'의 남성 표심을 사로잡는 전략을 재구성 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현재까지 지역화폐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는 정쟁속에서 더블어민주당은 아예 '경제에 효자'라며 "내년 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을 15조원대로 확대하겠다" 고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 정부 지원 예산이 큰 만큼 지역화폐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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