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어르신들의 "더욱 쓸쓸했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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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어르신들의 "더욱 쓸쓸했던 추석"
추석날 수도권,각 지방 경로당 폐쇄
자식이 오지도, 부모가 가지도 못해
  • 강문정 기자
  • 승인 2020.10.0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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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강문정 기자] 매년 추석 명절이면 늘 가족과 친인척으로 북적였던 시골 부모님 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찾아온 뒤부터는 쓸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정부도 이번 추석만큼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이동 자제를 권고하면서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외롭고 한산한 명절을 보내야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영상 촬영을 해가며 자녀에게 보내주면서 어르신들의 '외로움 퇴치'에 나선 모양새다.

어르신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자 청와대도 나서 감사 인사를 국민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예년만 못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마음으로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많은 분들이 만남을 뒤로 미루게 되었지만 평범하고 소중한 날들이 우리 곁에 꼭 돌아올 것”이라며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각자의 자리에서 불편을 참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덕분에 우리 모두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난 분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지켜드리지 못한 분들과 유가족, 병마와 싸우고 계신 분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도 이날 서한을 통해 “어르신들께서 자제분들에게 보낸 영상 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며 “고령인 부모님들을 찾아뵐 수 없는 상황이기에 죄송함과 서운함으로 자제분들도 편치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는 “의성군 어르신들이 보내주신 영상 메시지가 고향과 부모님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 마음을 보듬어 주셨다”며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 온 것처럼 현명하고 강인한 우리 국민은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르신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전북 정읍시 입암면 연월리 마을 어르신들의 경로당이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폐쇄 되고 있다. /사진=박승진 기자
전북 정읍시 입암면 연월리 마을 어르신들의 경로당이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폐쇄 되고 있다. /사진=박승진 기자

서울시는 3만1536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연휴 직전부터 연휴 다음날까지 전화와 방문을 통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과 환경을 돌아보며 안전을 확인 했다. 기초생활수급가구 18만 가구와 요양시설 16곳의 어르신 1121명과 장애인 거주시설 45곳에 머물러 있는 2350명 장애인들에게 추석 위문금품을 지원했다. 특히 양천구의 경우 10개 경로식당중 6곳을 일시적 문을 열고 특식을 제공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공해. 추석 연휴동안 급식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돌봤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비수도권에서는 오히려 방역이 강화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쓸쓸한 추석을 보내야 했다.

경북 상주시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역내 33개 모든 경로당에 문을 걸어 잠궜다. 정부가 특별방역기간을 설정한 기간에 맞춰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잠정 폐쇄한다. 특히 추석날 경로당 폐쇄는 자식을 보러가지도, 내려 오지도 못하는 쓸쓸한 어르신들에게 더욱 외로운 조치였다.

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자녀들 소식을 전해가며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줄 하나밖에 없는 소통창구가 막혀버린 셈이다. 상주시는 결국 코로나19에 대한 안전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할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상주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3일 공공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각 마을의 경로당은 코로나19 방역활동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한 운영해 왔다" 면서 "노인회장을 감염관리책임자로 지정해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등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별탈 없이 잘 준수 해 왔다" 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추석 특별방역기간 동안만큼은 우리 시도 경로당도 방역에 협조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폐쇄 조치로) 어르신들이 더욱 외로워 하는 것 같다" 며 "우리 시는 최대한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도록 잘 돌봐 드릴 것이다" 고 밝혔다.

그런데 이 지역은 운영이라도 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곳들은 사정이 달랐다. 전북 정읍시의 어르신들은 130개 경로당이 지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지금까지 폐쇄되면서 아예 한번도 문을 열지 못하고 안방생활만 계속하고 있었다.

이웃지역 김천시도 이같은 이유로 경로당 522곳을 이달 4일까지 폐쇄했다.김천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방역수칙 준수를 이행하는 조건에서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가 추석날 일시 폐쇄해 마을 어르신들의 소통도 함께 단절 됐다.

역시 포항시도 지난 28일 어르신모임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관내 52개 어르신모임방을 비롯해 경로당과 노인일자리사업 운영을 이달 16일까지 잠정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됐다.

전북 정읍시로 가보면,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선제적 대응에 들어 갔다. 당시 정읍시는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대상자가 한명도 없을 만큼 청정지역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정읍에 거주하는 박 모(70세)씨가 양성 판정이 나와 군산의료원 격리병실에 입원 조치 됐다. 사흘뒤 20대 여성 A씨와 30대 남성 B씨가 지인관계로 각각 잇따라 발생 되면서 같은병원에 입원했다. 청정지역 이미지를 깨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60-80대 고령층이 많은 정읍시는 더욱 추운 추석을 보내야만 했다.

/사진=공공투데이 DB
/사진=공공투데이 DB

정읍시 입암면 연월리에 거주하는 70대 할아버지 이 모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내가 추석때 자식들도 오지 못하게 해서 더욱 쓸쓸한 추석을 보냈다" 면서 "경로당 마저 폐쇄 돼 있으니까 자꾸 자식들만 생각나고 더욱 외롭더라.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 경로당에서 옛날처럼 서로 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으며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도 냉랭한 추석은 마찬가지였다. 이 곳은 평소 어르신들이 이용하던 경로당은 물론 경로식당, 노인회관, 사회복지관 등 코로나19 감염병 우려로 불가피하게 폐쇄 조치했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어르신들께서 건강과 안전을 위해 촘촘한 방역을 지속적으로 하게 됐다" 며 "이 상황을 널리 이해해 달라"고 어르신들은 각자 안방에서 쓸쓸한 추석을 보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전국 여러 지자체가 관내 공공시설을 무기한 휴관 시켰다. 감염 고위험군인 취약한 노인이 자주 모이는 시설물들마다 자물쇠로 문을 꽁꽁 걸어 잠궜다. 그것도 부모가 올라가지도, 자녀들이 내려오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어르신들끼리 모일수가 없어 그 어느때보다 이번 추석은 외로웠다.

수도권도 추석날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시 대표적 노인 쉼터인 탑골공원 출입문을 20일 걸어 잠갔고, 이튿날엔 노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경로당 등 3601곳을 휴관 조치했다. 대구·인천 등 다른 지자체가 뒤를 이었다. '노인분들은 사람 모인곳에 가지 말라'는 정부 방역 지침도 나온상태다. 하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질병과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외로움이 아닐까. 노인들이 야외에서, 혹은 경로당에서 삼삼오오 만나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제는 어려워 졌다. 이번 추석날에 그들은 그렇게 보냈다.

"모든 곳들이 다 문을 닫았다" "이야기 나눌 곳이 여기밖에 없었는데 추워도 버틸수 밖에 없다" 는 말이, 요즘 가장 어르신들 입에서 많이 나오는 말들이다. 이들은 갈데가 없다보니 공원벤츠에 마스크를 쓰고 줄줄이 나와 나홀로 우두커니 사람구경을 하며 서너 시간씩 보내다 집으로 들어간다.

경로당이 문을 닫자 이 씨는 이날 기자에게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 자식들이 생각나고 하늘나라로 먼저 간 우리 할배(남편)가 자꾸 생각난다" 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강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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