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기념관 국가보물은 창고에…결혼식 돌잔치 장소로 운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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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기념관 국가보물은 창고에…결혼식 돌잔치 장소로 운영 논란
  • 이길연 기자
  • 승인 2020.10.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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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아=서울 이길연 기자] 올해 서울시가 선정한 ‘10월의 미래유산’인 ‘세종대왕기념관’이 실상은 결혼식장으로 전락해 운영되면서 소장한 국가 보물 등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관리 운영 중인 '세종대왕기념관'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국가 보물과 문화재는 창고 속에 방치한 채 결혼식과 돌잔치 장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 [사진=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 [사진=세종대왕기념사업회]

기념관은 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공보부’ 시절이던 1973년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건립되어 3500평 규모의 대지 위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면적 750평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기념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유의 국유지에 건립됐으며, 건립 당시 3500평 사용 대지에 연간 3억 원 가량의 사용료를 문체부에 납부해 오다 문체부가 기념관의 부담경감을 위해 사용 대지면적을 1400평으로 축소해주면서 연간 1억 5000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기념사업회가 재정이 빈약해 대지 사용료를 비롯한 관리 운영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수익을 위해 기념관을 활용한 웨딩홀 임대사업에 몰두하면서 비롯됐다는 것.

기념관이 세종대왕을 기린다는 본래 목적이 온데간데없이 웨딩홀 사업 등의 수익사업에 치중하면서 기념관에 보관된 보물 등의 수량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을 만큼 부실하게 문화재를 관리해 온 것이다.

현재 기념관에는 보물 제76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2권, 보물 제769호 ‘몽산화상법어약록’ 1권, 보물 제722-1호 ‘금강경삼가해’ 2권 등 국가 보물 5점과 서울시 유형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 등이 보관되고 있다.

이병훈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념관에서는 기타 문화재의 수량에 대해서는 인수인계 등의 미비로 현재 파악 중이라고 한다.

또한, 이병훈 의원실 측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수장고라고 밝힌 협소한 창고에는 보물과 각종 문화재가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방치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관리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에서는 "기념관은 문화재청 소관이 아니며, 기존 유지관리사업이 있음에도 기념사업회와 해당 지자체가 신청을 하지 않아 그동안 지원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념관 수장고는 문화재청 지원으로 1억 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설계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념사업회 측에서는 "수장고는 항온항습이 매우 중요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기료가 만만치 않고, 전문인력 고용 등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운영비 걱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과 국가 보물 등의 주요 문화재가 기념사업회의 무능과 재원 부족과 해당 지자체, 문화재청의 무관심 속에서 위태롭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의 문화재 위탁과 수탁기관 관리 부실 문제는 문화재보호 측면에서 늘 불안과 위험을 키워왔다.

현행 '문화재 보호법'은 문화재 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보, 보물 등 4900여건에 이르는 국가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를 문화재청이 모두 관리하기 어렵고, 각 지역별로 산재한 문화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함이다.

그러나 지자체 역시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다시 법인 또는 단체에 관리를 재위탁하는 실정이다.

국가(문화재청)가 지방자치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이나 단체를 또 다른 단체로 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재 관리를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단계, 하청방식의 문화재 관리문제가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바로 숭례문 화재이다.

숭례문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대신 서울시 중구를 관리단체로 지정해 관리를 위임했으나, 중구청은 예산 절감을 위해 숭례문 야간 관리를 월 30만 원에 사설 경비업체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대왕기념관도 불만 나지 않았을 뿐 국가 보물에 대한 관리를 맡겨놓고 알아서 관리하라는 문화재청이나, 위인의 업적을 기리는 시설물을 지어놓고 나 몰라라 하는 문체부의 부적절한 대응은 숭례문 화재 당시와 다를 게 없다.

기념사업회도 문제가 크다. 문화재청은 올해 들어서야 세종대왕기념관에 지방비 포함 1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수장고 보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향후 기념사업회가 제대로 국가 보물과 기념관을 관리 운영할 여건과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이병훈 의원은 "문화재청의 수장고 리모델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문화재 보존의 기본원칙인 문화재의 ‘원형 유지’를 위해 수탁기관의 ‘선의(善意)’에 의존하기보다 수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한 경제효과가 1조 8000억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다. 또 한글이 우리에게 끼친 경제효과는 상상도 어려울 정도다. 세종대왕을 기리는 사업에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세종대왕기념관이 이름에 걸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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