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특집] "기약 없는" 남북 이산가족···"하루 9명씩 죽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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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특집] "기약 없는" 남북 이산가족···"하루 9명씩 죽어가는데"
하루 9명꼴 사망···"기약없는 기다림"
이산가족 상봉' 날린 북미 대화
남북 충돌속 '이산가족 공중분해'
분위기 좋은 남북 정상간 틈타 시도했지만···"北 거절"
정부 계속 촉구하지만 '북한은 아직'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0.29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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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전쟁통에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1·4후퇴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북한에 두고온 두 딸과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한신자(99) 할머니. "어머니가 고생해서 살아 있을 거다"'라고 아직도 애타게 찾고 있는 90대의 또다른 할머니.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까지,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으로 일어난 한국전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70년 동안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 쓰라린 아픔을 마음속에 간직해 왔다. 분단 이후 애타게 찾는 이들의 만남과 소식을 돕기 위해 지난 1971년 8월 12일 대한적십자사가 남북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시작했다. 1985년 9월 남북은 서울과 평양에서 최초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 교환 행사를 마련됐다. 지금까지 21번의 이산가족 상봉과 7번의 화상상봉이 이루어 큰 성과를 거둬 왔다.

가장 최근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가졌던 시기는 지난 2018년 8월 20일 금강산호텔에서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이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 상봉을 가진게 마지막이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꿈에 그리던 헤어진 가족과 상봉은 분단 이후 65년만에 재회 했다. 이날 이산가족들은 2박3일간의 오봇한 식사와 못다한 정을 나누고 70년 쌓인 한을 풀었다. 생각보다 성과와 반응이 좋자 남북 미간교류 차원에서 이를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산가족 상봉' 날린 북미 대화

따지고 보면 이 성과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미리 방석을 깔아 놨기에 가능했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문 대통령은 10cm 높이의 판문점 턱을 넘어 북한 땅을 밟고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웃었다. 이날 남북 간 두 정상이 만나 판문점에서 평화선언을 한 뒤 단기간에 걸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도 오래 가진 못했다. 갑작스런 북한의 돌변한 테도에 남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민간 주도로 이뤄진 행사마저 물꼬가 막혀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27일에서 2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정상 회담의 결과가 좋지 않자, 결국 남북 교착 국면으로 끌고 왔다.

6.25 전쟁으로 헤어졌던 남북 가족이 상봉한 모습
6.25 전쟁으로 헤어졌던 두 남매의 남북 가족이 얼싸안고 펑펑울며 상봉하는 모습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정하면서 북미 대화 창구는 더욱 좁아졌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인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감투를 계속 씌워보려고 집요하게 책동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대화상대 방인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에 사로잡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온갖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테러보고서`를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단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올해 테러지원국 지정 유지 사유로 `국제 테러 행위에 대한 북한의 반복적 지원`을 제시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김 위원장이 뿔났고 고스란히 '불똥'은 남측으로 튀었다.

  남북 충돌속 '이산가족 공중분해'

사실상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간 만남을 성사시키며 '평화 정착' 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나 이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북한의 태도는 냉대해 졌고 급기야 지난 7월 16일,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문을 연 개성 남북공공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켰다. 이는 남측 총괄을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으로 갑작스럽게 임명후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 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불행한 조치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명 '삐라 트집'으로 남북간 교착 국면을 더욱 가중 시켰다. 북한이 지난 6월 22일 대남전단 1천200만장과 풍선 3천개를 비롯한 살포 수단이 준비됐다며 조만간 대남전단을 뿌리겠다고 경고했다. 이도 부족해 전쟁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으나 다행히 김 위원장이 '보류' 조치해 긴박했던 긴장감은 다소 풀렸다. 최근 청와대는 남북 두 정상 간 이른바 '물밑 친서'를 공개 했다. '사이 좋은 두 정상'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하기 위한 적절한 공개였다.

앞서 지난 3월 5일 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다. 남북관계가 장기 교착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상 간 신뢰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가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이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코로나19 사태)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다시 이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해 남측 국민을 떠들썩 하게 했다. 그렇다. 문 대통령과 긴밀하게 비공개 친서를 주고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두 정상간 만나고 싶을때 언제든 돌발적 만남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분위기 좋은 남북 정상간 틈타 시도했지만...

이처럼 두 정상간 점점 좋아지는 분위기를 틈타, 김연철 전 장관이 이끈 통일부는 6·15 선언 20주년, 남북공동행사·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상황속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았는데 역시 빗나가지는 않았다.

통일부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앞서 지난 3월 14일에 열린 한미워킹그룹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논의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앞서 3월 8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우리정부가 신청한 '남북이산가족 화상 상봉' 진행을 위해 필요한 물자들을 대북 반출 허용 요청을 승인해 줬다. 하지만 넘어야할 미국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이 북한 등의 테러지원국으로 반출될 경우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에 걸린셈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한에 두고온 동생을 만나 마음속 깊게 멍든 한을 풀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한에 두고온 동생을 만나 마음속 깊게 멍든 한을 풀었다.

이후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 임명후에도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북한에 요청을 계속했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북측이 호흥할 경우 언제든 가능할수 있도록 스탠바이 태세였다.

9·19 남북공동선언 2주년을 앞두고 이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정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분야와 교류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행해 나가려 한다"며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 추진 계획을 세웠다. 직접 금강산이나 판문점을 통해 '대면 상봉'이 불가능하다면 차선 대안으로 '화상 상봉' 추진을 계획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엄격한 방역조치를 통제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또한 화상상봉 기술력 또한 떨어져 있는 만큼 호락호락 동의할 것이라고는 정부가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

  정부 계속 시도하지만 '북한은 아직'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주도하고 있는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된다면 10월부터라도 판문점 견학과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을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북한에 촉구한 상태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2일 “추석을 맞아 화상 상봉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을 예방했다. 이자리에서 이 장관은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언택트 시대에 화상 상봉은 어쩌면 유일한 대안”이라며 "추석을 계기로 해서 우선 화상 상봉이라도 시작하는 물꼬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를 받고, 북한 측에 관련 장비를 전달하려 했으나 남북 대화가 막혀 장비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일 기술적 장비를 지원 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북한의 자체 '자생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덮썩'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남북의 최대 경제 위기에 직면한 코로나19 사태가 사그러들지 않는한 당분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가족 평균 연령은 81세로 전체의 62.7%에 해당된다. 지난 2018년 마지막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서갑)이 11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산가족 신청 대상자가 하루에 9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남북 가족간 친인척 혈육 확인에 대한 유전자 검사 대상자는 16,452명이다.

현재 분단된 이산가족 사망자가 크게 늘며, 오늘 하루도 9명이 죽어가는 가운데 남북간 상봉은 기약없는 만남이 됐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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