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서울대 '기초 학력 저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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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서울대 '기초 학력 저하' 심각
수학 5명 중 1명, 영어 3명중 1명 꼴 기초미달
전문가, '논리적 언어사고 위주' 학습 필요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1.0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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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최근 국내 학생들의 '기초 학력저하'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 등 명문대 이공계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이 떨어지고 있어 문제다. 사회 환경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입시제도의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초 학력의 바탕은 사회 구성원이 논리적으로 정직하게 사고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논리적인 언어구사로 한 사고방식이 필요한데, 이런 훈련과정이 바로 수학교육이다.

수학 또한 기술력으로 이를 주도하는 계층의 수학실력에서 판가름 난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보다 수학실력이 떨어지지만,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대학 신입생 혹은 2학년 수준의 수학을 고등학교에서 공부한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근처의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기도 한다. 미국의 기술력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유럽을 비롯해, 최근 정보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대학교 정문./사진=박승진 사진기자
서울대학교 정문./사진=박승진 사진기자

지식기반의 핵심이 수학으로 물자와 노동력이 산업발전을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수학은 다른 응용과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산업현장에 투입된다. 지난 50년대 인공위성 발사에서 소련에 뒤진 미국은 그 이유가 수학교육의 부실에 있다고 판단하고 수학에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 했는데, 최근 정보산업과 금융산업에서 그 결실을 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학실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논리적 언어구사를 위해 기본적인 지식이 깔려있어야 한다. 최근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 오고 있다. 국내 대표할만한 명문대인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저하문제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어 국제적 망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물리학과 교수는 2일 공공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신입생들의 수준이 물리 실력도 매우 떨어졌는데, 그 근본 이유는 미적분학의 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할 만큼 수학 기초지식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닭고 대한수학회 등 여러차례에 걸쳐 수학교사와 교수등이 좌담회를 갖고 문재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현장에서 전문가들은 ▲이공계조차 고등학교부터 수학을 아예 포기한 학생들이 많다 ▲수강인원 미달을 우려해서 공대교수들이 수학과 관련된 과목을 기피한다 ▲전공과목에서도 학생들의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끝까지 따라오는 학생은 한두명이다 ▲본고사가 없어진 이후 상위권 학생조차 수학에 관심이 없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 2학년까지 고급수학을 공부하다가 3학년이 되면 수능시험에 대비하여 암기과목 위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학력인증시험의 영어과목에서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렀는데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의 점수 차이가 거의 없다 ▲우수한 학생이 모이는 예비대학에서도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 ▲"다양한" 입시제도에서 결국 "학력"이 경시된다. ▲물리학과 편입 응시생 대다수가 x 제곱 미분을 모른다 ▲수학교사 상대 연수를 하다보면 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교사가 많다 등 기타 다양한 문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머리 아픈 삼각함수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전기공학의 기본 언어로 활용되는 첨단 디지털 통신산업에서는 그 자체가 삼각함수라고 해도 관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그들은 "삼각함수나 미적분의 기본적인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대를 졸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낭비"라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편입하는 준비 과정에서, 편입학생이 몰린 노량진 전문학원에서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 편입학 시험에 통과한다고 한다. 결국 수도권 공과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대학 강의실 칠판에 수학공식이 빼곡한 것을 보고 대부분 한달도 못가서 강의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강을 들은 학생들은 수학지식 평가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좀 어렵지만 따라갈만 하다", "그저 그렇다" 등 수학 관심도 또한 현저히 낮았다.

이같은 상황이 실제 서울대학교 신입생의 학력 저하에서도 나타났는데, 수학은 5명 중 1명 꼴로 기준이 미달됐다. 이와 함께 영어도 3명 중 1명이 실력 미달을 보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곽상도 의원(국민의힘)이 서울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학년도 연도별 신입생 수학 및 영어 성취도측정시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평가 결과, ,수학 과목 부족자는 15.02%, 영어 과목 부족자는 33.26%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대학교 신입생 중 기초

2017~2020학년도 연도별 신입생 수학 및 영어 성취도측정시험 평가 결과 (영어 600점 만점, 수학 100점 만점)./자료=서울대학교 제공
2017~2020학년도 연도별 신입생 수학 및 영어 성취도측정시험 평가 결과 (영어 600점 만점, 수학 100점 만점)./자료=서울대학교 제공

영어 실력에 미달하는 학생의 비율이 2017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했고, 수학은 2019년부터 기초 실력에 미달하는 학생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대 신입생 중에서 수학 실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기초수학’ 혹은 ‘미적분의 첫걸음’등 그 이하의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학생의 비율은 2017년 20.66%, 2018년 18.07%로 줄어들었다가, 2019년 14.37%에서, 2020년 15.02%로 늘어나면서 하위권 학생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어 실력이 기초에 미달하여 ‘기초영어’를 수강해야 하는 학생의 비율은 2017년 29.55%, 2018년 30.42%, 2019년 32.48% , 2020년 33.26%로 4년 간 3.71% 증가했다.

반면 성적우수자의 비율은 줄어 들었다. 최고 난이도의 ‘고급수학’ 수강 대상 비율은 2019년 10.93%, 2020년 10.16%로 줄어들며 상위권 학생의 비율은 감소하였다. 영어성적이 우수해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영어면제’ 대상 비율은 2019년 3.76%에서 2020년 2.82%로 줄어 들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평준화 일변도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2019년부터 가시화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이후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등 획일적인 평등과 경쟁 없는 균등주의 교육을 추진하다 보니 그 결과가 하위권 학생 비율의 증가와 상위권 학생 비율의 감소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과목 편중이 대학 신입생들의 학력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공계열 교수들이 최근 10년 간 신입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게 보고 있어 각 대학들은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공학 교육의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서울대 내부에서도 나왔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는 최근 이같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이공계열 교수들이 최근 10년 간 신입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하고 있다"며 "서울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수학 과학 수준이 처지는 학생을 위한 신입생 예비과정이나 기초과목을 개설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다수 의견들은 대학 입학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수능에서 요구하는 학력수준이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수학공부를 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을 이끌고 나갈 주역들인 학생들에게 보다 수준 높고 깊이 있는 수학을 공부할 동기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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