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작은 홍대 공연장도, "끝내 버티지 못했다"
상태바
[기획] 작은 홍대 공연장도, "끝내 버티지 못했다"
강남 클럽 문닺자 '홍대로' 갔는데···
연예인 가게도 멈춘 '코로나19'
겨우 버티는데 "반값 임대"라니···
26년 'X세대 클럽 성지' 마저 폐업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1.07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국내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세계랭킹 10위안에 들던 '강남 클럽 1번지-옥ㅇㅇ'이 지난 4월 폐업했다. 친구와 가끔 우울하거나 생일을 맞이 할땐 그 곳에 가서 음악과 춤을 즐겼던 추억의 클럽이 아련하다는 마니아들.

  강남 클럽 문닺자 '홍대로'

그들은 강남, 이태원 등 크고 넓었던 클럽들이 코로나19로 줄도산 되면서 홍대 작은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엔 아담하지만 빼곡히 모여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예쁜 스테이지, 그리 화려하지 않은 조명 속에 은은하게 비치는 출연진과 관객이 가까이서 대면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봤다.

이런 홍대거리의 '터줏대감'으로 불리우는 공연 위주 영업의 '대표 공연장'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 홍대거리에는 96년 개업한 홍대 1세대 소형 클럽 중 하나로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산울림 소극장쪽으로 가는 방향에 '재ㅇㅇ' 이라는 이곳은 평소에는 햄버거를 팔다가 밤만 되면 클럽으로 변신해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생존전략을 나름대로 모색해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

홍대 한 유명 클럽이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8월 결국 폐업했다./사진=박승진 기자
홍대 한 유명 클럽이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8월 결국 폐업했다./사진=박승진 기자

'Funky Funky'(펑키 펑키)라고 불리며 홍대 모던록 계통의 인디밴드들이 거의 한번 씩 갈정도로 자주 찾는 'Fㅇ', 이른바 '조선펑크'라는 별칭이 붙은 한국 펑크 록 씬의 산실로 불리운 공연장 '드ㅇ'부터 영화 수상한 그녀를 촬영한 '얼ㅇㅇㅇㅇ' 등 200명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중형 클럽이 점점 코로나19 여파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홍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해철이 대표로 있는 좌석 270석, 스탠딩 350석 등 총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대형 클럽 '브ㅇㅇ'과 국내 유명 담배,인삼 제조회사가 부도난 상상씨어터 건물을 인수해 2007년에 대형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해 홍대에서 가장 큰 공연장으로 평가 받아왔던 '상ㅇㅇㅇ'도 폐업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자본이 있는 회사는 코로나19가 수그러질때까지 버티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다 'Vㅇ', '무ㅇㅇ', 'Bㅇㅇ', '퀸ㅇㅇㅇ', '라ㅇㅇㅇㅇㅇ', '상ㅇㅇㅇ'.... 등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올해 문을 닫았거나 운영 중단 사태가 발생 됐다.

작년 같으면 한창 공연장이 떠들썩하게 피크를 맞이한 시기였다. 올해 연말까지 더 많은 공연장들이 폐업 신고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춤과 노래로 스트레스 풀던 손님들의 스테이지는 언제부턴가 코로나 뒤로 숨어 버렸다.

  연예인 가게도 멈추게 한 '코로나19'

특히 최근 tvN '1인 기업 성공시대'에 출연한 방송인 홍석천은 "18년간 이태원에서 지켜온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고 속사정을 털어 놨다. 홍석천은 이태원에서 '홍반장'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한때는 잘나갔었는데, 연예인 사장님도 코로나를 피해갈 수 없었다. 현재 홍석천은 9개 중국, 양식 전문점 가게에서 몇개는 벌써 문을 닫았고 올해 더 폐업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폐업 사유로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를 딱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석천은 "다들 아시다시피 홍대, 경리단길 이런곳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건물주들만 신났다"면서 "원래 그 곳을 흥하게 했던 저를 포함한 모든 주인공들은 울면서 떠난지 오래다"라고 하소연 했다. 현재 그자리에는 포차,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 들이 들어선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태원 클럽이 문을 닫아 홍대를 찾는 다는 27세 직장인 여성은 7일 공공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집에만 있으니 숨막혀 죽을 지경이다"며 '원래 이태원 클럽을 1주일에 1-2번 찾아 신나게 놀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잘 지냈는데 코로나19가 이곳에 터지면서 안전한 홍대 클럽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홍대 클럽도 가보니,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도 없는데다 정부가 집합금지나 운영중단 권고가 많아서 그랬는지, 점점 문을 닫고 있다"며 "저 같은 젊은 친구들이 스트레스 풀수 있는 장소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니 서글프고 아쉽다"고 전했다.

  겨우 버티는데 "반값 임대"라니...

이렇게 중.소상공 공연장들의 폐업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운영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공연장을 반값에 빌려주기로 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격이 됐다. 이달 4일 개관한 이 곳은 서교동 역세권 청년주택 지하 1층에 170석 규모의 공연장을 코로나19 여파로 '반값 대여'를 해주기로 하면서 홍대 공연장 소상공인 85곳이 집단 반발했다.

1990년대 인디 음악인들과 함께 줄기차게 홍대 거리를 지켜왔던 이들은 홍대 앞 서교동, 합정동, 동교동, 연남동 일대의 중소 규모 공연장 총 85곳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셧다운이 반복되자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홍대 공연장들이 문을 닫는 등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새로운 공연장의 출현과 반값 임대가 그들에게 반가울 리 없다.

서울시가 운영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공연장을 이달 4일에 오픈해 '반값 임대'로 내놓자 중.소공연장 운영자들이 크게 반발했다./사진=박승진 기자
서울시가 운영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공연장을 이달 4일에 오픈해 '반값 임대'로 내놓자 중.소공연장 운영자들이 크게 반발했다./사진=박승진 기자

애초 서울시는 "공익과 주민자치 활동 목적의 일반인 공연을 대관비 부담 없이 싸게 무대에 올리도록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관을 앞두고 돌연 "상업 공연도 올릴 수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25년 동안 홍대 공연장을 운영해 온 롤ㅇㅇ의 김 모 대표는 이날 본지 기자에게 “이러한 상황에 서울시가 170석 규모의 공공 전문 공연장을 개관하는것은 더 이상 소상공인들이 홍대에서 공연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공연 분야를 코로나19 특별 지원업종으로 지정해놓고 뒤로는 소상공인들과 경쟁하고 우리를 폐업의 길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6년 '클럽 성지'도 결국 폐업

특히 홍대 클럽의 'X세대의 성지'라고 불렸던 핫 플레이스 'Mㅇㅇ'(구 명ㅇㅇ)도 지난 1994년부터 26년간 홍대 최장수 클럽으로 유지해 왔는데, 결국 코로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런 상황을 그냥 볼수만 없어 홍대 라이브 클럽을 살리기 위해 최근 수백여명의 인디밴드가 모금 공연을 가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손님들을 불러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기타를 어깨에 둘러메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찾아왔던 그들도 자연스럽게 홍대거리와 멀어지게 됐다.

이처럼 수많은 청춘이 홍대 공연장 지하 계단을 바삐 오르내렸고 다양한 장르가 실험되고, 인디 밴드들이 대중을 만날 수 있었던 홍대거리의 공연장.

1990년대 '홍대 클럽 문화의 새 지평을 마련했다'는 그 상징성 때문에 90년대를 말하는 영화의 단골 배경이었다. 당시 가수 주변에 가까이 선 채 웃고, 환호하고, 함께 어울려 춤추던 이곳은 지금 코로나19로 금지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진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홍대 클럽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유성원 기자

 

'당신의 눈과 귀가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제보가 사회를 변화 시킬수 있습니다"
공공투데이는 당신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제보: [기사제보] 여기 클릭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골라보는 기자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