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 특집] 근로기준법 위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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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 특집] 근로기준법 위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전태열 열사의 "노동운동의 시작"
장기간 노동이 결국 죽음으로···
이들의 죽음에 "정부가 움직였다"
20대 건설사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니···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1.13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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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202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5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는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봉제노동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사회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1970년 이날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 자살했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서 봉재 기술자였던 전상수 아버지 슬하에 1948년 2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전태일은 6.25 전쟁이 발발해 부산으로 피난을 갔으나 아버지 사업의 파산과 동시 1954년 가족 모두 서울로 상경했다.

아버지가 큰 빚을 지고 있던 당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건을 떼다 파는 행상을 시작하다 17살인 1965년 청계천 평화시장 한 학생복 제조회사 보조로 취직했다. 아버지 재봉기술 도움으로 빠르게 재봉사가 될수 있었던 전태일은 이듬해 재봉공장 회사로 직장을 옮겼고 빚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도 다시 모여살게 됐다.

  전태열의 "노동운동의 시작"

그런데 당시 500여개 봉제공장들은 대부분 좁은 공간에 다락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밀집 시켰던 노동환경이 아주 열악한 시기였다. 창문이 없어 햇빛도, 환기도 들지 않는 어둡고 숨이 막히는 좁은 공간에서 14시간씩 장시간 일을 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시다'라고 불리운 보조원들은 13-17세의 어린 소녀들로 당시 임금은 '100원' 정도였고 이 임금 조차도 제때 나오지 않아 수시로 밀렸다.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속에 힘든 노동생활을 보면서 전태일은 이때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함께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결국 폐렴을 앓자 해고 당했고 이를 도우려다 전태일 역시 해고 당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게 한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때가 1968년으로 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 공부를 시작했고 다믐해 1969년 6월부터 동료 노동자들과 '비보회'를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운동을 가시화 했다.

막노동 시절 전태일은 1970년 9월 평화시장에 '상동회'를 조직해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을 조사해 노동청, 서울시, 청와대를 상대로 진정을 넣었다. 당시 '경향신문'이 관심을 보여 이를 보도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주목은 받았다. 하지만 사업주들의 조직적 방해와 행정기관의 비협조적 태도로 무산됐다. 결국 1970년 이날,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갖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현실에 대해 항거 했다. 최후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채 내뱉은 말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이었다. 병원에 후송 되면서도 그는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주세요"라고 유언장을 남기고 그날 세상을 떠났다.

전태일의 죽음은 사회적 노동운동을 크게 번진 촉매제로 작용했다. 노동자 스스로가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모두가 거리로 나와 연대해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했다. 전태일 사망 3일뒤인 이해 11월 16일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에서 농성과
시위가 벌여졌고 종교계에서는 추모식이 열리는 등 노동자들의 저항이 잇따라 이어지며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중요한 단초가 됐다.

  장기간 노동이 결국 죽음으로...

건설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우체부 집배원, 택배 기사 등 42명.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사망한 야간노동자들의 숫자다. 우리가 잠든 사이, 야간 노동자들들은 쓰러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48명의 야간노동자들이 고달픈 밤을 지내야만 했다.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던 전태일,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는 모두 야간노동자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제출받은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1~6월 산업재해 사망자(승인 기준)가 1101에 육박한다. 이 중 최소 148명이 정도가 야간노동자였으나 통계 숫자에 가려져 조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가장 사회적으로 컸던 노동사건 역시 우체국 집배원과 택배 기사 과로사로 숨진 노동문제였다.

이달 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뇌·심혈관계질환, 교통사고, 극단적 선택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총 16명이다. 2015년 15명, 2016년 19명, 2017년 19명, 2018년 25명, 2019명 17명으로 최근 5년간 매년 15명 이상의 집배원들이 숨져갔다. 이런 비극이 이뤄지고 있는 원인은 바로 장시간에 걸친 노동시간이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982시간 이상을 훨씬 웃돌았다.. 집배원들은 고혈압질환(1.75배), 뇌혈관 질환(1.23배), 동맥색전증 및 혈전증(2.95배), 고혈압성 심장병(2.36배)으로 입원할 위험성이 유난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집배원 9명이 과로사로 숨지자,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창사 61년 만에 첫 총파업을 경고했다. 당시 우정본부에 인력 2000명 충원과 토요배달 폐지, 주5일 근무 등을 요구했던 노조는 수많은 진통 끝에 협상을 이끌어 냈다. 현재 우편 배달 인력 805명과 택배 배달 인력 2288명을 충원 했다. 근로시간도 주당 노동시간 47.8시간에서 40.4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말 기준 2100시간으로, 지난 2017년 대비 393시간이 단축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기사들이 올해 과로사로 14명이나 숨졌다. 이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택배노동자의 수와 같아 올해 유난히 사망자가 폭증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주문상품이 늘면서 장시간 노동에 걸쳐 사망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지난달만 무려 5명이 과로사로 숨을 거뒀다.

최근 5년간 택배물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택배물량은 약 27억9000만개로 그 양은 엄청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국토교통부 등에서 제출받아 월별로 살펴본 결과 코로나19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1월에는 지난해 2억4285만개, 올해 2억4549만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월부터 크게 차이를 보였다. 2월부터 7월까지의 택배물량은 지난해 13억4280만개, 올해 16억5314만개로 23%가량 급증했다. 택배업계는 올해 총 택배물량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36억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문제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노동자들은 대부분 30-40대 절믄 나이여서 지병이 없었고 월 6000개-1만개 가량 배달하며 70-80시간 장시간에 걸쳐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죽음에 "정부가 움직였다"

점점 코로나19 여파로 물량 급증에 따라 노동시간과 처우 또한 열악해 질 것을 대비해 정부가 하루 최대 작업시간과 심야배송을 제한 하도록 택배사에 권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택배 물량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이를 조정하도록 하고 산재보험 기입 또한 확대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배송 물량 증가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른 데 대한 정부 대책이 나온 것이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그 실효성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까지 표준계약서를 도입, 작성하게 한다면서도 단지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을뿐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택배 기사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수 고용직에 해당되는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택배사에 의무적으로 강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권고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전태일 열사의 인물정보
전태일 열사의 인물정보

이와 관련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며 “택배산업의 불공정 관행 개선, 인프라 확충을 통한 산업 육성 지원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 등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서울 광진구 배달권역에서 일하고 있는 38살(남성) 김모 택배 기사는 이날 공공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실제로 물량은 쏟아지는데 이를 방치해 놓고 그대로 퇴근할 수 없는 노릇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정부의 대책에 이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심야배송과 주5일제 근무 확산 유도등은 권고사항에  그칠 뿐, 실효성을 담보하기엔 부족한 대책이다"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의 가장 큰 원인은 분류작업시 이뤄지고 있는 인력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50년 지난, 지금도 "근로기준법 위반" 여전 

1970년 이날 바로 전태일 열사가 자신을 희생해 몸을 던지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 소리가 울린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근로기준법 위반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서울남부지법 약식6단독(김인택 부장판사)  따르면 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약식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은 이날 이 법원 형사5단독 김인택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앞서 '타다' 금지법이 국회 통과로 지난 4월 11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한 가운데 타다 기사 2백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타다측이 법 개정 이전 여객운송사업에 해당해 근로자 파견이 금지 됐는데도 이를 어겼으며, 일방적 사업중단에 따른 휴업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태열 열사 사망 50년만에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태열 열사 사망 50년만에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A 건설회사는 건설노동자들을 모집하여 일을 시킨 후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들은 결국 A 회사 대표가 임금체불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했다. 그러자 회사는 피해 노동자들이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근 건설사 대표가 잠적해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자 50% 임금만 지불하고 합의를 종용했다. 그런데 임금을 다 받지 못한 피해노동자들은 A 건설사와 끝까지 다퉈 보기로 연대하고 검찰청에 이번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으로 고소한 상태다.

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노동자 67명에게 지급해야 할 금품 2억 6000여만 원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 조모(56)씨를 지난 8월 18일에도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된 조씨는 2011년 10월 20일부터 현재까지 11개 병원의 개폐원을 반복하면서 노동자 160명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다. 피해 노동자들이 민사재판을 통해 체당금을 지급받도록 하는 등 소액 체당금 제도를 악용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것..

코로나19 이후 필수노동자인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요양보호사 사업장 중 95%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블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보호사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전체 1352개 사업장 중 1291개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위반사업장의 경우 총 4986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돼 사업장당 약 3.9건이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작업환경과 더불어 불안정한 고용 문제 등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이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건설사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니...

또한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상위 20대 건설사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소관법률 위반 신고 및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공능력상위 20대 건설사에서 발생하는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위반 신고가 사흘에 한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에 신고된 고용노봉부 소관법률 위반 접수 건수는 근로기준법 465건, 퇴직급여법 134건, 파견법 3건, 기타법률 25건으로 총 627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많은 건설사 순으로 ▲현대건설 (신고 73건, 위반 34건) ▲GS건설 (신고 58건, 위반 31건) ▲롯데건설 (신고 56건, 위반 25건) ▲대림건설 (신고 40건, 위반 19건) ▲계룡건설산업 (신고 37건, 위반 18건) ▲HDC현대산업개발 (신고 39건, 위반 17건) ▲현대엔지니어링 (신고 54건, 위반 15건) ▲삼성물산 (신고 42건, 위반 14건) ▲대우건설 (신고 44건, 위반 12건) ▲한화건설 (신고 30건, 위반 12건) 확인됐다.

특히 근로기준법 위반은 전체 위반 263건 중 177건으로 모든 건설사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이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관계법률 위반 신고나 위반을 해도 발주자는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중요한 수치로 시공능력 평가액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사수주에는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에도 크고 작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줄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고 최저임금 및 임대료 인상 등에 의해 소상공인들이 잇단 줄폐업 되면서 고용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 22살의 봉제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산화해  갔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90%에 달하고 있을 만큼 벼랑끝에 몰린 상태다.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이날, 이런 높은 수치를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던져 노동개혁을 펼쳤던 50년 전 전태일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는 씁쓸한 날이 됐다.

한편,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열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열사에게 최고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계 인사에게 국민훈장 1등급에 해당하는 무궁화 장이 추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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