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투데이 정읍=이길연 기자] ‘천년 고찰’ 내장사가 한 승려의 방화로 대웅전은 잿더미로 변했다.

전북도 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30분쯤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전북도 소방본부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인력 85명과 탱크차와 펌프차 등 차량 21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오후 7시53분쯤 초진을 완료하고 오후 9시1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화재는 승려 A(53)씨의 소행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대웅전에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절에 온 뒤로 사찰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정확히 확인된 게 아니어서 추후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창건된 고찰이다. 당시 이름은 영은사였다. 1557년(조선 명종 12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을 새로 건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정했다.

내장사는 오랜 역사 속에 여러번 비극을 겪었다. 정유재란 당시 전소됐고, 이후 1639년(인조 17년) 부용대사가 재건했다.

1900년대까지 신개축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그러다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두번째로 전소됐다.

1957년 주지 야은 스님이 해운당을, 1958년 다천 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했다. 1974년 국립공원 내장산 복원 계획에 따라 대규모 중건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2년 10월 31일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장사는 잿더미가 됐다. 이후 정읍시는 25억원을 들여 건물을 복원했다.

/이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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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연 기자 csa0595@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