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백마고지, 첫 번째 6·25 전쟁 전사자 고 김일수 하사 신원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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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백마고지, 첫 번째 6·25 전쟁 전사자 고 김일수 하사 신원확인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01.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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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김민호 기자] 지난해 비무장지대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국군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는 국군 전사자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로 신원을 확인했으며, 강원 철원 백마고지에서 발굴한 전사자 유해 중 첫 번째로 신원을 확인하게 됐다.

82번째 신원확인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82번째 신원확인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지금까지 6.25전쟁 전사자 중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2000년 4월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총 182명이며, 특히 비무장지대 화살 머리고지에서 2년 반 동안 유해발굴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총 9명에 대해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고인은 제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6․25전쟁 기간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시기인 1952년 10월, 강원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395고지)에서 중국군의 공격에 10일 가량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우리 국군은 군사적 요충지인 강원도 철원 일대 백마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12차례의 공방전을 벌였고, 고지의 주인이 7차례나바뀌는 등 상호간에 대혈전을 치뤘다는 전사기록이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손실이 발생했으나 고인을 비롯한 국군은 ’승리를 위한 일념‘으로 끝까지 방어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 결과 중국군을 퇴각시키고 백마고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발굴 당시, 고인은 개인호에서 상체가 유실된 상태의 머리뼈 하체 부위의 일부의 유해만 남아있는 상태로 마지막 순간까지 진지를 사수하던 중 적 포탄 공격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고인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던 숟가락, 전투화, 야전삽, M1탄 등 다수의 유품이 발굴됐다.

이번 고인의 신원확인은 발굴 유품의 단서와 사전에 등록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인의 발굴 유품 중 ’김종○'이라고 적힌 숟가락이 발견됨에 따라 신원확인의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전사기록과 유가족의 연계성을 추적하였고 ’김‘씨 성을 가진 유가족 중 사전에 시료를 채취한 18건에 대해 전사자 유해와 유전자분석 및 대조를 실시했다.

최초에는 전사자의 이름을 ’김종○'이라고 예상했으나 유전자 분석결과 ‘고 김일수 하사’로 밝혀졌다.

고인의 남동생은 2018년에 경북 구미 보건소에서 시료채취를 실시했으며, 당시 고인의 조카(남동생의 자녀)가 서울 현충원 배롱길에 설치된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 홍보 현수막‘을 보고 아버지에게 연락 후 시료 채취를 권하면서 이뤄졌다.

고인은 스무살 청춘의 나이에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하나만으로 부모와 형제를 남겨둔 채 6·25전쟁에 참전했다.

고인은 생전에 농업에 종사하며 어려운 가정을 도우며 살다가, 전쟁이 발발하자 마을 주민의 환송을 받으며 국가를 위해 입대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후에 고인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눈물로 세월을 보냈지만, 고인의 신원확인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1989년에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전사자의 남동생 김영환(75)님은 "형님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국유단의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 피싱이라고 의심했던 것이 너무 낯뜨겁고 미안했다. 형이 70년이 지나서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너무 기쁘다"라며 "이제라도 현충원에서 안식하길 바란다"라며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는 유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의미 있는 귀환행사와 안장식이 거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국방부는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채취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현재 유전자 시료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5만여 명으로, 유해에 비해 시료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우리의 호국영웅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서는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채취와 확보가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182번째 신원확인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 [사진=국방부]
182번째 신원확인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 [사진=국방부]

6.25 전사자 유해 신원확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남북은 ‘9‧19 군사합의’ 이행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실질적으로 완화함으로써, 68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우리가 다가가지 못했던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유해발굴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국군은 2019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의 유해발굴작업을 통해 약 3000여점의 유해(잠정 유해 420여구)와 10만 1000여점의 유품을 발굴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약 110일 동안 비무장지대 백마고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하면서 총 37점(잠정 유해 22구)의 유해와 8000여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올해에도 국군은 비무장지대 백마고지에서 유해발굴을 지속 확대해 나감으로써 국가의 숭고한 책무를 완수해 나갈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6·25전쟁 72주년인 올해에도 국방부는 그동안의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비무장지대 내에서 유해와 유품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다해 수습하겠다"라며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마지막 호국의 영웅까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있도록 6.25 전사자의 유해발굴과 신원확인을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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