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군사작전 방불케한 '아파트 감사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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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군사작전 방불케한 '아파트 감사 동의'
입주자대표자들 뒤 늦게 정보 입수하고 방해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미 늦어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쉬는 토요일 오전을 D-데이로 결정
군사지역 주민들답게 마찰없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고 철수
  • 박영호 기자
  • 승인 2022.02.15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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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고양시 감사 신청 적정 세대 수 동의 받고 사라져

[공공투데이 경기 고양=박영호 기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전광석화 같은 지자체 감사 신청 동의 방법이 화제다.

아파트의 비리들을 밝히기 위해 지자체 감사 신청 동의를 받는 아파트들이 각종 고소 고발과 방해가 난무한 반면에, A 아파트 주민들은 2개월 동안의 증거 수집 및 준비 기간을 거치고 치밀한 행동 계획을 세워 주민들로 부터 고양시 감사 신청 동의를 단 6시간만에 깔끔하게 끝내버리는 행동력을 보여줬다.

고양시 고양동에 위치한 A 아파트는 그 동안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및 동대표자들과 결탁된 관리사무소의 비리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대표 회장과 동대표들의 방해로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고양시에 아파트 감사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동안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문제를 제기하던 사람들을 입주자대표 회장은 경찰에 고소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압박한데다, 각종 개별적인 협박과 회유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구모습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구모습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더욱이, A 아파트 주민들은 고양시에 감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전 세대의 3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말부터 A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카페를 중심으로 결속하기 시작했으며, 각자의 역할을 나눠 은밀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들의 비리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모든 증거가 수집되자 A 아파트 입주 세대 30% 이상 동의를 얻기 위한 작전 수립에 착수했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에 있는 A 아파트는 군인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관계로 주부들도 마치 군사 작전을 방불케하는 행동 전략을 수립했다.

A 아파트 주민들은 우선 고양시 감사 신청 동의서를 들고 주민들에게 동의를 받으러 다닐 사람들을 은밀히 모집하였다. 자원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주부였으며, 자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팀을 나누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어서, 주민들에게 배포할 유인물을 만들고는 팀별로 동의서를 받으러 갈 아파트 동들을 배분하였다.

그리고는, 입주자대표자들과 친한 사람들의 동 호수를 미리 파악하고, 은밀히 감사 동의를 받기 위해 해당 세대는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작전을 세웠으며,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입주자대표자들로부터 고소당할 빌미를 만들지 않기 위해 주민 설득시 대화 내용도 미리 정했다.

끝으로, 행동 개시 일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쉬는 토요일 오전으로 정하고, 비상대책위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맞춰 입고 행동에 돌입했다.

드디어 D-데이인 토요일 오전, 비상대책위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측근들이나 관리사무소의 방해 없이 순식간에 570세대 중 감사 신청 조건 30%가 넘는 200세대 이상 주민들의 고양시 감사 신청 동의서를 받아내고는 철수해버렸다.

이에 뒤늦게 아파트 주민들이 고양시 감사 신청을 받으러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과 동대표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비원을 시켜 주민들에게 ‘고양시 감사 신청 동의를 하지 말아라’고 방송을 하면서 방해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미 비상대책위는 감사 신청 적정 세대 수를 초과해서 동의를 받아 해산한 상태였다.

이러한 A 아파트 비상대책위 주민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대해 비상대책위에 참여한 주민은 “ 남편들이 군인이어서 그런지 작전에 대해 한번 의견을 던지면 서로 즉시 이해를 하면서 또 다른 좋은 의견들이 나오는 등, 우리도 계획을 짜는 것이 마치 군사작전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군인 아내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아파트 주민들이 해당 지자체의 감사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주민 동의를 받기 시작하면 며칠의 시간이 걸리는 한편, 심할 경우에는 감사 신청 반대파들과 물리적인 충돌과 고소 고발전을 벌리면서 지자체 감사 신청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있다.

이에 반해, 이번 고양동 A 아파트의 경우 감사 신청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아무런 마찰도 없이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해 주고 전광석화처럼 끝내버려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A 아파트에 대해 한 입주민은 15일 공공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주민들의 쌓였던 분노가 행동하는 주민들에 의해 폭발한 것 같다”면서 “ 중간에 아무런 마찰없이 일을 잘 처리한 주민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A 아파트 주민 역시 “ 이렇게 고민하고 노력해서 받아낸 주민들의 고양시 감사 신청 동의서인데, 이번 기회에 고양시에서는 철저하게 아파트의 비리들을 찾아내고 비리자들을 처벌하여 투명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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