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울산 고층 화재, 왜 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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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울산 고층 화재, 왜 커졌나?
70m 고가사다리차 없어 "화재 더 키웠다"
고층건물 느는데도, 고가사다리차 대비는 '나몰라라'
전국 23층 이상 고가사다리차 보유는 불과 10대 뿐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0.10.0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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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울산=김민호 기자] 전날밤 울산 33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9일 아침까지 거센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만에 불길은 모두 잡혔다. 다만, 일부 고층에서 불씨가 남아 다시 번질 위험이 있는 만큼 소방당국은 고가사다리차와 헬기를 동원해 잔불을 끄고 있다.

잡히던 불길은 이날 아침 6시쯤 18층에서 다시 살아나 건물 33층 꼭대기까지 불길이 한때 거세게 일면서, 소방당국을 바짝 긴장 시켰다.

이 건물은 최고 높이가 113m로 70m 이상 고층에서 다시 타오르는 불을, 고가사다리차가 없고 소방대원의 접근도 힘들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날이 밝는데로 소방청은 울산 소방서와 인근 부산과 경남의 소방본부에 장비와 인력 등 동원령을 내려 합류했다.

소방청은 현재 건물 15층에 현장 지휘소를 마련하고 잔불을 정리하면서 집에 남아 있는 주민이 있는지 가구별로 방문, 수색과 구조에 힘을 쏟고 있다.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했던 주민 20여 명은 이날 새벽 큰 불길이 잡힌 뒤 비상계단을 통해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와 자력으로 대피한 주민 등 88명이 병원으로 이송 됐다.

불이 난 주상복합 건물에는 127가구에 모두 380여 명이 사는데, 불이 났을 때 건물 안에 있던 주민이 몇 명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진=울산 남구 아파트 시민 제보
/사진=울산 남구 화재 아파트 인근에 거주한 시민의 제보

이들은 모두 연기를 마시거나 찰과상을 입는 등 비교적 가볍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들은 울산시가 마련한 호텔로 이동해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대피 과정에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기 전에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또 건물 중간에 있는 피난안전구역, 즉 대피층을 비롯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확보돼 있었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지금까지 실종신고나 숨진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고가 커지고 불씨가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가 당시 울산에는 바람이 초속 17m로 강하게 불고 있었고 고가사디리차가 부족했던 원인으로 진단했다. 게다가 건물 외장은 드라이비트와 같은 불에 아주 잘타는 스트로폼 같은 가연성 단열재가 화마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알루미늄 안에 사용된 외장 단열재가 불에 잘타고 가벼워 3층층에서 발화된 '불똥'이 강한 샛 바람과 함께 고층 두군데로 번지며 순식간에 33층 건물 전체를 덮쳫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지은 건물에는 불에 잘 안타는 '불연성 소재'를 사용 하도록 했지만, 이 화재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 해당 되지는 않았다. 또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발코니가 없어 불의 확산을 지연 시킬 수도 없었던 것으로 진단 했다.

반면 비상 통로 방화문이 닫혀 있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고 주민들은 쉽게 옥상으로 빠지면서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통로 비상구 계단측  방방화문이 잠겨 있었더라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는게 안전 전문가의 판단이다.

또 다른 원인은 114만명에 이른 울산 지역 소방서에는 고층 건물 재난발생시, 재난 구조할고가사다리차가 없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전국에 일반사다리차는 461대가 있지만,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불과 전국에 10대 뿐이었다.

각 보유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수도권이 2대, 부산, 대전, 세종, 제주가 각각 1 대씩 보유중이다. 경기소방본부는 내년에 1대, 충남소방본부는 오는 2023년도에 1대를 그나마 구입할 계획이었다. 이런데도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단지 시도 소방본부의 시급성을 고려해 구매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가 12층에서 발화가 추정되는 만큼 울산소방본부에 고가사다리가 있었다면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면서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건축자재, 소방시설, 화재 대응 장비 등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고층건축물 화재 안전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건축 안전전문가(기술사) 안 모(50대)씨는 9일 공공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주상복합 공급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도 고층 건물에 대한 화재 등 재난 대비에 대한 장비와 인력이 소흘하다"면서 "특히 (울산) 고층 건물 화재시 신속하게 대피 할수 있는 70m 이상의 고가사다리차 도입이 시급하고, 또 도심에서 진압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건축자재와 소방시설 등 건축물 내의 화재 예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한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KTX 편으로 이날 오전 8시쯤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을 점검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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