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①보] '삥땅' 쳐본 "그시절 월급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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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①보] '삥땅' 쳐본 "그시절 월급봉투"
누런 봉투에 두둑한 월급 "그땐 그랬지"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0.10.1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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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 받는 날에는 현금을 꺼내 세어보는 게

매달 큰 낙이었고, 가장으로 가장 뿌듯한 날이었다.

그땐 그랬지...

[공공투데이 서울=김민호 기자] 현대 직장인들의 월급은 돈 한푼 손에 만져 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 말은 월급 타는 날도 오기 전에 카드 결제, 공과금, 은행 빚으로 '속속' 다 빠져나가는 허무함. 즉 '사이버 머니' 시대를 사는 월급쟁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의 상징은 월급봉투였다. 봉급 받는 날에 현금을 꺼내 세어보는 게 매달 큰 낙이었고 가장으로 가장 뿌듯한 날이었다. 퇴근할 때면 할거리, 먹을거리 등 각종 유혹에 휘말려 가끔은 '슬쩍' 손을 대는 추억도 솔솔했다. 반면 월급봉투를 소매치기 당하가나 놀음에 탕진한 안타까운 사연들도 종종 발생 됐다.

집에 들어가 아내에게 고생한 보람의 증표, 두둑한 '월급봉투'를 손에 건네면 그날 저녁에는 밥 반찬이 달라졌다. 덩달아 아이들까지 용돈 벌이가 됐다. 현금 만지기 어려운 사이버 시대 이전, 남편이 벌어온 소중한 월급이 어찌나 귀하고 감사한지 정년 퇴임할때까지 한달, 두달, 10년, 20년 한장도 빠짐없이 간직한 케이스가 다반사였다.

지금 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봉급날이 되면 월급봉투를 받았다. 주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들은 월급날이 되면 집에 돌아와 안주머니 두둑히 넣어둔 월급봉투를 침대나 식탁에 환한 미소와 함께 '툭' 던졌다. 어쩔땐 가불하는 재미로 출근하다가 월급 날만 되면 이것저것 제하고 받을 돈 없고 남는 것은 빈봉투 뿐.

1970년에서 90년대 초반의 직장인들은 회사로부터 누런 월급봉투로 대부분 받았다.

누런 월급봉투였지만 그곳에는 사랑하는 남편이 한달간 흘렸을 땀과 노력이 묻어 나 있어,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장농 속 깊이 차곡차곡 모아둔다. 이후 80년대에 들어와 은행들의 자동이체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월급봉투도 점점 역사의 뒤로 숨어 버렸다.

1990년대 중반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은헹계좌를 통해 월급을 지급했다. 이때부터 누런 월급봉투가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단, 가까스로 흔적이 남아 있던 곳이 있긴 했다. 가끔 사장이 자기방으로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불러들여 마치 상장 주듯 '보너스' 를 지급한 케이스였다. 이는 사장과 직원이 함께한 자리에서 설렘과 기쁨을 둘다 누려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IMF 외환위기가 찾아 왔을때는 4-5% 정도가 신용불량과 채무로 월급계좌가 압류된 일부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현금을 넣어 지급해 준적도 있다. 월급 계좌가 묶여 카드를 사용하지 못해 국내외 출장을 현금으로 다녀야 했다. 그러다 지갑을 잃어버리면 국제 공중전화 '수신자 부담'을 통해 회사에 긴급자금을 '공수' 받았던 기억도 제법 있다. 당시 이런 악조건 상황에서도 그들은 잘 극복했다.

그런데 지금의 직장인들은 마치 돈 버는 기계처럼 정서적 피곤함이 밀려오면서 자긍심과 만족감 마져 줄어 들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월요병'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런 현대 직장인들의 정서적 피곤함을 달래줄 '추억의 월급봉투'를 선사하는 곳도 거꾸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오일회사에서 '추억의 월급봉투'를 부활 시킨 사례가 화재가 됐다. 당시 직원 1800여명에게 12월 월급을 봉투에 담아 지급했다. 덤으로 이 회사의 사장이 '특별 격려금' 5만원 권 지폐와 함께 편지를 넣어 일일이 손에 건넸다.

한 기업에서 '추억의 월급봉투'를 재연해, 젊은 직장인들이 느끼지 못했던 1980년대가 주는 설렘과 기쁨을 누렸다.
한 기업에서 '추억의 월급봉투'를 재연해, 젊은 직장인들이 느끼지 못했던 1980년대가 주는 설렘과 기쁨을 누렸다.

이 편지내용에는 “과거 우리 부모 세대들이 그러셨듯 월급봉투의 설렘과 기쁨을 함께 느껴보고, 퇴근길 어깨 으쓱한 마음으로 들어가서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 가지길 바란다" 고 월급봉투 지급이유를 설명했다. 말 그대로 재생지로 만든 누런봉투를 사용해 과거 월급봉투로 받던 설렘과 기쁨을 모두가 누리기에 충분 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고 했다.

이처럼 월급봉투는 과거를 상징하는 추억물 중의 하나였는데 이제는 박물관에서만 볼수 있는 유물이 됐다. 가끔 앞서 언급한 이벤트로 부활 시키는 기업도 생겨 났지만, 옛날 그맛과는 사뭇 다르다.

불과 십수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 가장들은 이렇게 한달에 한 번 돌아오는 월급날이면 노랗고 두툼한 월급봉투가 그나마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을 통해 소리 없이 돌어온 월급 금액을 "나보다 아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사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일부 기업들이 이번 추석보너스를 일부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를 접한 꾼(?)들은 벌써부터 '삥땅'을 어떨게 칠까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월급이나 명절보너스의 '삥땅'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스란히 마눌님에게 바쳐야 하는 처지라는 얘기다. 여하튼 두둑한 월급봉투로 받던 시절이 '내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땐 그랬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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