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날 특집] 국가직 전환, 8개월째 "달라지는 정부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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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날 특집] 국가직 전환, 8개월째 "달라지는 정부의 관심"
47년 만에 '국가직 전환'
정부 '소방예산 2200억' 과감한 투입
장비 보강·인력 충원 시급
스트레스 장애에 '극단적 선택' 까지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1.09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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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매년 11월 9일은 '소방의 날'로,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고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게 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1년 12월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근거해 제정됐다. '11월 9일'로 지정한 것은 재난·구급 신고 번호 '119'를 상징하는 번호 때문이다.

  47년 만에 '국가직 전환'

1973년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지방직으로 이원화 된 이후 47년만에, 2011년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발의 후 9년만인, 올해 4월 1일부터 국가직으로 완전 전환됐다. 이에 따라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2516명이 국가공무원이 됐다. 특히 지난해 4월 강원도를 덮친 국가재난급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이를 더 앞당길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2019년 4월 4∼5일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동해·인제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로,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강풍이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강원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 지역으로 점점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5일 새벽 0시 25분과 오전 11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조기 진화와 가용자원 모두를 동원한 총력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 이후 전국 시도의 가용 소방력이 총동원 돼 고성·속초는 산불 발생 12시간여 만에, 강릉·동해 산불은 17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같은 산불 진화 과정에서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차 872대·소방관 3251명이 강원도로 집결했고, 군 헬기 23대를 비롯해 110여 대의 헬기가 총 동원 됐다. 이는 화재 역사상 가장 많은 소방장비와 인력이 출동한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전국적인 소방력 동원이 가능했던 것은 앞서 2017년 7월 소방청의 별도 독립 되면서 부터다. 이전까지는 119 구조대가 관할지역을 넘을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가 떨어져야만 가능했다.

  장비 보강·인력 충원 시급

하지만 정부는 총동원 할수 있는 가용 소방 장비와 인력을 한곳에만 쏠리게 될경우 다른 피해 장소는 속수무책 당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결국 소방 장비와 인력이 충분해야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졌다. 급기야 정부는 소방청을 독립 기구로 분리하면서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극심한 재난피해 대책을 강구했고 이를 반영해 2200억 원의 역대 가장 큰 예산을 정부가 과감없이 투입할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본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 누구도 반기를 드는 이는 없었고 현장에 직접 소방력을 투입·지시 했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 시키는데 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으로 전환에도 기존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사용했던 노후 장비와 인력 부족의 한계에 부딪혔다. 국가직 전환이 시작된 달인 4월 29일, 경기 이천 물류센터 냉동·냉장 물류창고 신축 현장 지하 2층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시간만에 불을 진화 했으나 이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 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할수 있는 소방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인근 소방력을 동원해 불길을 잡는데 총력을 다했다.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충분한 구조 인력과 장비가 있었더라면 더 큰 피해를 줄일수 있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으로 인해 동료 소방대원이 오열하고 있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으로 인해 동료 소방대원이 오열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울산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건물의 높이가 113m로, 70m 이상에서 불을 진화 할수 있는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불길을 신속하게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고층건물에 힘들게 올라가 소방대원이 일일이 불을 끄다보니 12시간만에야 불길을 잡았다. 고가사다리차를 탑재한 소방차가 있었더라면 재산상 피해를 크게 줄일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인명피해는 발생 되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 일반사다리차는 461대가 있지만,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70m 고가사다리차는 불과 전국에 10대 뿐이다. 각 보유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수도권이 2대, 부산, 대전, 세종, 제주가 각각 1 대씩 보유 중이다. 경기소방본부는 내년에 1대, 충남소방본부는 오는 2023년도에 1대를 그나마 구입할 계획이었다. 이런데도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단지 시도 소방본부의 시급성을 고려해 구매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었다.

  정부 '소방예산 2200억' 과감한 투입

이런 고충을 알게 됐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처음 맞이한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소방청 예산을 역대 최대인 2200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국가직 소방공무원으로 전환 되면서 '간 큰 소방예산'도 편성이 가능해 진 셈이다.

소방 예산에는 소방헬기·특수·노후 장비 교체 등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족한 소방인력 증원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지금까지 현장인력·특별구급대 인원을 1만2천 명을 늘린 상황에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2만 명을 더 증원할 계획이다. 그렇게 될 경우, 실제 전국에 3만 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투입 되게 된다.

소방 장비와 인력 부족에도 올해 이들의 활약은 예상보다 컸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출동한 73만 구조현장에서 7만명을 구조했고, 또 300만명의 응급처치와 130만명의 구급차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 조치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심각 단계에 이를만큼 국가 재난상태가 발생하자 전국에 있는 소방대원들은 구급차를 몰고 대전으로 자원해 달려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무증상 의심환자를 전국 의료기관에 이송하기 위한 것인데 "스스로 감염 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자원해" 이들을 모두 치료할수 있게 됐다. 수송 과정에서 맡았던 위.중증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 돼 사망한 안타까운 소식도 들어야 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로 목숨을 잃은 환자 ▲독도 헬기가 바다에 추락해 실종된 4명의 소방관 ▲불길을 잡기 위해 화마에 뛰어들고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 ▲태풍으로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실종된 동료 소방관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스트레스 장애에 '극단적 선택' 까지

지난 5월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발간된 '2020년 주요 소방정책' 상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56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소방공무원 순직이 23명인 것에 비해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수면 패턴 문제를 가장 큰 자살 요인으로 꼽았다.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 현장 목격과 변사체를 대면해야 하고 때로는 동료 소방관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그만큼 마음의 병을 앓는 소방관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6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전체의 5.6%인 270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이었다. 우울증 위험군은 2203명(4.6%), 자살 위험군은 2453명(4.9%)에 달했다.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 경험은 연간 평균 7.3회였고, 지난 1년간 자해 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소방관도 1556명(3.1%)이나 됐다. 소방관의 평균 수명이 69세(재직 중 44세)로 공무원 직군 가운데 가장 낮은 이유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81세보다 무려 12년 보다 짧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소방관 인력을 2만 명 더 늘리겠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이유다.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인구(1004명)와 면적(1.94㎢)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문제가 심각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 기준 현장 소방인력은 법정 기준보다 25.4%(1만4967명) 부족하고, 소방서가 없는 기초지자체도 27곳이나 됐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 속 매년 평균 502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하고 있다. 최근 5년(2014~2018년) 간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2509명에 달했다. 위험 직무 순직자가 20명, 공상자는 2489명이다. 순직과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소방관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2516명의 국가직 전환은, 이들의 처우 개선과 재정 여건이 좋아지고 재난 발생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해 지게 했다. 그동안 제각각 지자체 별 지원 예산이 다르다 보니 소방 장비와 인력난 차이 또한 심했었다.

이제는 재난이 발생하면 시·도 경계가 허물어지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관서가 먼저 출동하는 등 공동대응 체계가 강화 됐다. 아울러 소방청장이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부터, 각 시·도에 언제 어느때라도 화재, 지진, 산사태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통합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금이라도 다행스러운 점이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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