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빨라도 너무 빠른 '靑·老 디지털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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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빨라도 너무 빠른 '靑·老 디지털 격차'
코로나19로 더 빨라진 '디지털 격차'
'키오스크'가 더욱 두려운 이유
기차도, 은행도 "디지털에 밀린 노년층"
디지털 세대 격차 "어떡하면 좋을까?"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1.2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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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경기도 수원에 사는 76세 여성 박 모씨는 1달에 5-6번 정도 은행에 들른다. 각종 주민세, 건강보험료 등 공과금 지로 납부는 물론 병원에서 진료비를 내기 위해 현금을 찾으러 가까운 은행을 찾는다. 은행에 갔다 오는데만 45분이 걸리고, 대기시간도 만만치 않다. 반면 함께 살고 있는 서울로 직장을 다니는 손주 28세 이 모씨는 은행을 가본지 1년이 넘을 정도로 은행 갈 일이 거의 없다. 간단한 이체와 환전은 스마트폰의 모바일 뱅킹으로 해결하고 있다. 최근 더욱 결재 시스템이 간단해진 토스 어플리케이션과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가입했다.

박 모씨는 은행업무를 처리하는데 왕복 45시간과 업무처리 15분을 합해 1시간 정도 걸렸고, 김 씨는 불과 5분내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했다. 금융의 디지털 세대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 케이스다.

최근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전국민에게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 고용취약계층에게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청년층은 집과 사무실 업무를 보면서 1-2분만에 신속한 신청을 했지만 공인인증서 발급부터 낯설은 노년층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주민센터를 통해 지원신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로 더 빨라진 '디지털 격차'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 속 빠르게 스며든 디지털 기기에 고령층이 쫓아가기엔 너무 버거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4차 융합시대에 들어서면서 청년층과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일상공간속 스며든 디지털 기기는 음식을 스크린 키오스크로 주문 하고 영화·기차표 예매 등은 물론, 생활유통 마켓 편의점, 의류점, 카페 등은 물론 은행업무까지 스마트폰으로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속도 경쟁이 붙였지만, 이는 익숙지 않은 노년층의 '디지털 래그(Digital lag)'라는 부작용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디지털 래그'란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이른바 '디지털 소외'라고도 부른다. 앞으로 피할수 없는 디지털 세상이 오면서 정보 격차는 더욱 심해질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70%로 예상보다 높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노년층 수준은 64.3%에 그쳤다. 이런 다소 높은 결과는 디지털 취약계층인 70-80대와는 달리, 비교적 활용 능력이 있는 60-69세 젊은 노년층이 평균 수치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노년층에서 젊은층과 처지는 것 같고, 시대에 피할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시도하려는 디지털 접근률은 91.7%로 높았다. 그런데 역량과 활용 능력은 각각 60.2%, 68.8%로 떨어져 취약계층의 어려운 디지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이 결과는 디지털 사용량이 높은 도심속 노인층을 상대한 결과로, 시골 노인층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매출이 폭락 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대응의 방안으로 점점 디지털화로 탈바꿈 하고 있는 상황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더욱 고립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키오스크'를 피하려는 이유

실제 대형마트, 햄버거, 피자, 휴게소, 극장, 주차장 등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스크린 '키오스크'(무인주문단말기) 주문에 대한 편리성과 부작용에 대해 공공투데이가 28일 심층진단 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임대료 다음으로 부담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인건비' 를 줄이고, 간편한 주문 결재 등의 이유로 앞서 언급한 각 매장마다 너도나도 키오스크 도입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젊은층에서는 키오스크 사용이 늘고 있지만 노년층의 사용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 강남 역상동에 거주한 50대 큰딸 집을 자주 찾는, 대전에 사는 77세 그의 어머니 이 모씨는 평소 딸과 카카오톡을 주고 받고 정보 서치 또한 스마트폰에 능숙했다. 그래서 평소 키오스크 사용도 거뜬히 조작할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0월에 겪은 일이다. 이 모씨가 한번은 경부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음식을 주문하려는데 사람은 없고 키오스크 3대만 나란히 비치 돼 있었다. 사람 대신 무인주문단말기로 대체 주문을 받았다. 살짝 당황은 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줄을 서 기다리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 씨 차례를 기다렸고 자기 순서가 돌아오자 주문을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조작 하다보니 실수는 하지 않을까 연거푸 '확인하고 또 확인하다 보니' 결국 시간이 오래 결렸지만 주문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문 과정에서 뒤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주문중에 취소할지를 두고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이 씨는 본지와 이날 인터뷰에서 "휴게소에 가면 모두 무인단말기(키오스크)로 다 바뀌어져 놀랬다"며 "한번 저도 해봤는데, 스마트폰을 어느정도 해서 (키오스크 조작을) 자신있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시도해 보니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당황스럽고 (가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하고 부담이 컸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씨는 "다음에 (기기명을 알고난 뒤) '키오스크'인가 뭔가 하는, 주문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앞으로 (대면으로) 마음 편하게 사람있는 매장에서 사먹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매장으로 갈아타는 역전 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는 매장 내 직원이 상주하고 있더라도 주방에 들어가 있거나 조리하고 있는 등 각자 바쁜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키오스크가 익숙지 않은 노년층의 주문 실패는 매출 감소와 동시, 난감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자 60대 이상의 노년층 단골 손님이 '뚝' 끊겼고 매장 업주는 이를 포기하면서 젊은층만 대상으로 판매하는 역차별이 발생했다. 

  기차도, 은행도 "디지털에 밀린 노년층"

디지털 소외는 대중교통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레일 좌석표 예매와 관련 청년층과 노년층의 디지탈 격차로 인한 '좌석이냐, 입석이냐'를 놓고 표가 갈렸다. 보통 승객이 몰리는 명절, 주말에 구하기 어려운 기차표를 모바일에 익숙한 청년층의 빠른 예약으로 '좌석 표'가 순식간에 동이 난다. 반면 온라인 사용에 취약한 노년층에서는 좌석표가 없어 겨우 10% 선에서 남은 '입석 표' 마저 구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역으로 서둘러 달려가 보았지만 청년층의 발빠른 '좌석 표' 구매에 결국 밀리고 만다. 그렇다고 코레일 측은 기자에게 "연령별 사용현황을 취합해 좌석 표를 배분하지 않고 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런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실태조사한 결과 70대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시민의 14.6%로 아주 저조했다. 일반시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1.4%로 높았으나 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38.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7년 25.1%에 비해 소폭 올랐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PC를 포함한 모바일 앱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대다수는 젊은층이라는 얘기다.

은행에서도 그 현상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 관계자에 의하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70대 이상의 노년층은 5-6%에 머물러 있다. 은행들은 종이 통장의 폐지와 모바일 뱅킹 활성화를 위한 비대면 채널 시대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통폐합 하는 경우가 목격되고 있다.

이 점 때문에 기존 대면 거래를 해오던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을 현저히 떨어 뜨리고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 상품에서 모바일 우대가 우월적 혜택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예금 우대 금리나 수수료 및 대출금리 할인 등 기본적인 복지금융에서 조차 고스란히 소외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4.3%다. 2025년엔 20%로 가파픈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의학의 발달과 건강식, 운동 등 헬스케어 등의 발전과 함께 100세 고령화 시대로 이어지면서 70-80대 이상 초고령 노인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들의 디지털 소외는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세대 간의 디지털 격차도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대 격차 "어떡하면 줄일까?"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소외를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청년층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LG전자, KT엠보바일 등 민간기업과 협력해 월 1만8000원의 스마트폰을 지급해 기초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 주민센터 복지관에서 누구나 교육이 가능한 '디지털 배움터'를 설치, 교육로봇 220대를 노인복지시설에 투입해 무료교육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이달(11월)까지 '키오스크 체험존'을 설치해 음식 주문, 주차정산, 민원서류 발급, 무인 택배 등 10여가지의 가장 많은 일상속 디지털 교육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키오스크가 음식, 편의점, 의류 등 전 일상생활 공간에 파고 들면서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 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폰 보급과 키오스크 활용 능력을 키워 삶의 질을 높여 줘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예산이 많은 중.대형 도시에서는 가능하나 예산 마련 조차 힘든 시골 지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디지털 지역성 차이 문제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디지털 산업에 향후 5년간 약 58조원의 대규모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젊은층과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도 해소하고 90만개의 일자리도 생겨나는 '일석 이조'의 실적을 노리겠다는 전 국민을 상대로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할 것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일자리가 사라져 간다고 지적한 고용사회에 대해 정부가 '아니다'는 무언의 반기를 든 셈이다.

정부 말대로라면 앞으로 5년동안 '돈이 없거나 예산이 부족한' 시골 자치구 주민 센터와 노인층에게도 '디지털 격차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기여를 할수 있게 된다. 특히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일상속 활용도가 높은 키오스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령층 자택으로 찾아가는 이른바 '방문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과히 칭찬할만 한 일이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노령 인구의 댁에 찾아가 교육과 안내를 진행하는 서포트 인력을 고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이미 노년층 인터넷 활용능력으로 영화·가치표 예매,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몰, 카카오톡 사용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본 교육을 통해 디저털 소외 현상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들도 이를 함께 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시골 고령 노인층이 많은 NH농협 같은 경우 '큰 글씨 송금' 등의 서비스로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멀어지고 어느순간 디지털 시대로 교차하는 피할수 없는 '100세 시대'. 노년층 인구 증가에 따른 오프라인 배려 공간도 지금은 어느정도 필요해 보인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또 편리한 주문만을 위해 노인층을 무작정 소외 시키는 것 보다는 '100세 시대 늘어나는 노인층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대면 공간 등을 함께 하는 판매 전략을 높이는 게 아직은 이상적일 듯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점점 빨라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화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를 더욱 악화 시키고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 기기는 젊은층과 노년층 사이의 대화를 끊고 단어 표현 수준까지 격차를 보이며 몸과 마음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기기에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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