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으로 개정되었다. 그간 각종 언론과 강좌를 통해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이 간절하다고 피력해 온 당사자로서 크게 환영한다.
지난 9일 20대 국회에서 폐기되었던 법률안인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 경찰법 전부 개정법, 경찰공무원법 등 지방자치 관련법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자치분권이 시대적 요청이자 국민의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리의 바람이 이제 첫발을 뗀 것이다.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내용 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박수를 보낸다. 21대 국회가 지방자치 관련법 개정을 의결함으로써 자치분권이 더 확대될 가능성은 커졌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방자치 관련법 전면개정은 유의미하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내년 7월부터는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이 연계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어 광역자치단체 경찰조직은 해당 자치단체명 경찰청으로 전환된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주민의 지자체 정책 결정 등에 참여할 권리 강화다. 주민이 조례·규칙의 개정·폐지를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3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감사청구 기준 인원은 기존 500명 이내에서 300명 이내로 감소하고 연령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된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는 특례 시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시군구는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 균형 발전 및 지방소멸 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했다.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로 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 등 지자체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집행부)와 지방의회’가 대립하는 한 가지 기관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정안 통과와 함께 기관구성 형태를 다양하게 둘 수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주민들의 동의만 있다면 여러 형태의 자치단체가 탄생할 수 있다. 현재 직선으로 선출하는 광역자치단체장, 시장 군수 구청장 등과 같은 기초단체장을 간선으로 선출할 수도 있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통합 여부 결정도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대도시의 구청장과 구의회를 통합하여 구성하는 것, 이른바 소멸지역으로 염려하는 지자체의 경우 기관 형태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해외사무소 설치 운영에 관한 조항도 담겨 있어 지자체의 해외사무소 설치가 자유롭게 되었다.
지방의회 독립성 강화도 눈에 띈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갖게 되고, 정책지원 전문 인력도 둘 수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가 협력해 균형 발전 관련 국가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중앙 지방 협력회의가 신설된다.
권한만 강화된 것이 아니라 책임 또한 강화했다. 시군구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시도가 조치하지 않으면 국가가 직접 시정, 이행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위법한 행정에 대해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도록 보완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겸직 규정을 명확히 하고, 겸직이 허용되더라도 이를 공개하도록 지방의회의원 겸직금지 조항을 정비했다. 그리고 지방의회 운영의 자율화,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설치 등 지방의회의 책임성 및 자율성 강화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우선 주민자치회 삭제다. 풀뿌리 주민자치가 자치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자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국회는 주민자치회를 삭제하고 말았다. 추후 법 개정을 통해서 부활시키고 확대해야 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 자치입법권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반자치적인 조항이자 악법 조항이었다. 법제22조를 삭제하고 개정한 법률에서는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그 법령의 하위법령에서 그 위임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하거나 직접 규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신설 조항 또한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조항이 없어도 법령에서 조례에 위임한 것을 하위법령에서 상위법령으로 조례에 위임한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것은 입법 관할의 위반으로 위법한 것이 된다. 법제22조는 삭제해야 할 조항이지 조항을 바꿔가며 신설할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하나마나 한 일을 한 셈이다. 모든 조항을 양보하더라도 자치입법권을 확보해야 비로소 지방자치가 바로 설 수 있다.
자치분권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다양성, 민주성, 효율성을 높여 잘 사는 나라로 나가기 위한 도구다. 국가경쟁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자치분권이 확대 강화되고 있다. 주민이 행복해지면 지역은 경쟁력이 생기고, 지역이 경쟁력이 생기면 국가는 강해진다.
즉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가 강한 국가를 약속한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21대 국회가 이제 자치분권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환영하고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회기 때마다 자치분권 관련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자치입법권과 풀뿌리 자치에 관한 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글=전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전문위원 김병도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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