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인물기획] 정의용이 누구길래?···靑, '외교부 장관'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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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인물기획] 정의용이 누구길래?···靑, '외교부 장관' 내정
정의용 안고 북미 대화 '재시동'
백악관-평양 오가며 '성사에 달인'
지소미아·사드 등 '외교 해결사'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1.01.20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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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청와대는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를 개각 하고 장관 모두를 교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물러난 자리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같은당 권칠승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이 가운데 정 내정자가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오르면서 언론과 여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정 내정자는 주미국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등 여러국가들을 두루 거치며 문재인 정부에 외교관으로서 가교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 개각 중 정 전 실장의 인사와 관련 사임도, 유임도 아닌 외교부 장관직 후보로 발탁된 게 이례적인 인사 조치였다. 

예상대로 이날 많은 언론과 여론에 반응을 이끌었고 이는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등 대화를 재개하고 최근 급격히 냉각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즉, 정 내정자의 외교·안보 능력을 앞세워 바이든 새 행정부를 움직이고 북한 김정은 전 국무위원장(현 노동장 총비서)과도 경색 해진 남북 관계를 다시 풀어 보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에게 가장 신임을 얻은 정 전 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갑자기 갈아 탔는지 그 이유가 궁굼해, 공공투데이가 20일 자세히 분석해 봤다. 

  정의용 안고 북미 대화 '재시동'

정 내정자는 처음부터 변함 없이 한·북·미 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달성하기 위한 안간힘을 써 왔던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외교·안보 정책에서 주도해 온만큼 '이보다 더 잘아는 적임자'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2018년 3월 문 대통령은 정 내정자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했다. 이 둘에 대해 서 전 원장은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대북 전략통으로 북한과 대화 경험이 풍부하고 김여정·김영철 방문 당시 협의를 주도해 가장 유력한 특사 후보로 꼽혀 왔었다. 

정 내정자 역시 누구보다 백악관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도널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요청했 듯, "당시 방북 결과를 미국과 잘 공유하겠다"는 뜻이 담길 정도로 미국에서도 외교적 신임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2018년 3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사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평양에 파견했다.
2018년 3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사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평양에 파견했다. /사진=뉴스1

청와대는 이에 대해 "장관급 인사가 방북 한 특사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를 직접 확인할 첫 기회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해 한반도 정세를 풀어볼 것이라는 구상을 세웠었다. 

당시 서 전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 내정자도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안보 핵심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대북 협상 결과를 토대로 백악관과 공유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직후인 이 해 3월 8일 백악관을 찾은 정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중개하는 역할도 했었다.

  백악관-평양 오가며 '성사에 달인'

정 내정자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특사)와 김영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각각 만날때 배석하기도 해, 앞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 이들과 계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정에 대한 한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정 내정자는 2018년 북미·남북 간 정상회담을 성사 시키기 위해 백악관과 평양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 해 3월 5일 대북 특사로 정 내정자를 보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전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다음날인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 시키기도 했다. 

대북 특사 이후 정 내정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찾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메시지를 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나자"고 곧바로 수락 하면서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도 열리게 된 것이다. 

9월 5일에도 재차 대북 특사로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건네는 등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도맡아 왔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면서 사실상 두 정상의 만남은 마지막이 됐다. 누구보다 외교적 성과가 두드러진 만큼 정 내정자를 외교부 장관으로 두고 남은 임기내 북미 간 대화를 다시 밀어부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 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3월 4일 대북 특사단으로 파견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북한 김정은 전 국무위원장(현 노동당 총비서)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사진=뉴스1
2018년 3월 4일 대북 특사단으로 파견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북한 김정은 전 국무위원장(현 노동당 총비서)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사진=뉴스1

정 내정자도 외교부 장관에 지명을 받은 이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말 안해도 다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답변을 던졌다. 

청와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대북공조 방향은 같다. 문 대통령이 당시 "지금은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북미 대화가 먼저"라며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미간 대화 할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내 여기에 집중 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정만호 청와대 소통수석은 이날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도 확고히 정착·발전시키는 등 우리의 외교 지평과 위상을 한 단계 올려 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점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하지만 줄곧 '톱다운' 방식의 트럼프 협상을 비판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북 기조에 있어 비교적 '깐깐한' 태도로 나오며, 전면 재검토에 나설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북한도 "더이상 미국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북미간 대화는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지소미아·사드 등 '외교 해결사' 

이밖에 정 내정자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중단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돼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있다. 2019년 8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 군사정보 보호협정 종료의 계기가 된 일본 정부의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결정이 나오기 직전, 정 내정자는 일본으로 달려가 '물밑 협상'을 벌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에 따르면 정의용은 7월 말 극비리에 일본으로 파견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담판을 벌였다.

아에라는 “정 실장과 야치 국장이 담판에 나섰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타협을 허락하지 않아 마지막 협상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해 8월 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7월 중 정부 고위인사 파견이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 내정자를 염두해 둔 언급으로 해석했다.

또 정 내정자는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설치 논란과 관련해 한미 간 변함없는 동맹을 보여줬다가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한미 동맹 균열설을 일축하고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을 감안할 때 미국 성향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자 이 두 정상 회담을 사드를 지렛대로 활용해 회담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나오며 비판은 수그러 들었다.

문 대통령과 첫 인연은 2017년 2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합류했다. 국민아그레망은 정 내정자를 비롯한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구성돼 문 대통령 후보시절 외교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 빠르게 주변 4강 특사를 보내고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아그레망을 이끈 정 내정자의 도움이 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는 등 외교 공백을 메웠다. 이후 민간 출신 첫 안보실장에 임명돼 외교에 무게를 두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안보’ 정책을 주도했다.

1946년 4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난 정 내정자는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해 30여 년 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이스라엘대사, 제네바 대사, 국제노동기구 이사회 의장을 두루 거쳤다. 17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과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지냈다.

정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외교안보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다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온화한 성품이지만 외교담판의 자리에서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이 올려주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료를 만들고 보충하는 등 치밀한 성격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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