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특집] "빼빼로냐 vs 가래떡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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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특집] "빼빼로냐 vs 가래떡이냐"
상술이면 어때? 내가 좋은 걸···
누가 먼저 탄생했을까?···'간만의 차이'
전국 곳곳에 "빼빼로 NO, 가래떡 OK!" 진풍경
  • 강문정 기자
  • 승인 2020.11.1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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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강문정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이날은 공교롭게도 '농업인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셋 다 겹친 날이다. 그야말로 많은 행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셋 날 중 제과업체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자리잡은 '빼빼로데이'가 사람들의 대부분 기억속의 전부다. 그래서 이날 공공투데이는 가장 사회적으로 핫 한 '빼빼로데이'에 포커스를 맞추고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가래떡데이'와도 개연성 있게 특집으로 다뤄봤다. 다만 '지체장애인의 날'과 관련한 보도는 생략했다.

이날은 연인, 친구, 가족, 직장동료들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우정을 나누기 위해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는 이른바 '빼빼로데이' 라고 불리우는 날이다.

특히 천 년에 단 두번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 불리우는 지난 2011년 11월 11일은 숫자 '11'이 세번 들어 있어 당시 서울·수도권 도심에 강력한 '빼빼로 폭풍'이 불었었다. 길죽한 모양의 '1'이 4개 있는 날이라 기다란 막대 과자인 빼빼로를 먹고, 선물도 하는 행복한 날이다.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3대 이벤트' 중 한 날이다.  빼빼로데이는 특정 연인들끼리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와는 달리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와도 빼빼로를 편하게 주고 받는 대중적인 날로 각인돼 기타 여느 날 보다 더욱 기리는 이들이 많다.

  상술이면 어때? 내가 좋은 걸...

이날은 각자 서로간 사랑을 확인하고 우정을 더하기 위해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는 날로 각인 되면서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특별한 기념일을 바라보는 젊은층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잡 사이트가 최근 20-30대층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명 중 2명 꼴로 ‘제과업계에서 만들어낸 상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알바몬에 따르면, 빼빼로데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비슷하게 엇갈렸다. 즉 ‘제과업체에서 만들어낸 상술’이란 의견이 39.8%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성친구가 없는 사람에게 공허감을 주는 날’이란 의견도 14.4%를 차지했다. 반면 ‘서로 이벤트 할 수 있는 좋은 날’이라는 의견도 23.2%로 적지 않았고, ‘무료한 일상에 재미있는 자극을 주는 날’이라는 의견도 19.8%에 달했다. 이는 "빼빼로데이 기념일을 챙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결과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김수지(27 남학생)은 공공투데이와 이날 인터뷰에서 "오늘 빼빼로 데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 그런거에 관심없어요. 그럴돈 있으면 제 여자친구 하고 맛있는 밥이나 사 먹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발렌타인데이 등 무슨 날이 그렇게 많은지 (여자친구.친구.가족들을)다 챙겨줄려면 용돈이 100만원쯤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해, 부정적 의견이 팽배했다.

11일 빼빼로데이 날을 맞아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다양한 빼빼로들이 진열돼 있다./사진=박승진 사진기자
11일 빼빼로데이 날을 맞아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다양한 빼빼로들이 진열돼 있다./사진=박승진 사진기자

반대로 찬성쪽 입장도 들어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긍정적 평가였다. 본지에 익명을 요구한 박 씨(23. 여학생)는 "발렌타인데이, 빼빼로 데이 등 이런 날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 할수도 있는 좋은 이벤트라고 생각됩니다" 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개인적으로 이벤트를 챙겨주기 힘든 날도 있기 때문에, 의무적이든 자율적이든 이런날에는 선물을 주고 받고 (사랑을)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라는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빼빼로데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59.8%가 ‘빼빼로데이를 챙기겠다’고 답했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선물계획은 이성교제 여부, 또는 자신이 선물을 받을 가능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별에 따른 선물계획 비중은 6%P 차이(남 63.5%, 여 31.1%)에 그친 데 비해, 교제 중인 연인(84.5%) 사이는 솔로(38.2%) 보다 선물 계획이 무려 46%P나 높았다. 특히 스스로 ‘이번 빼빼로데이에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젊은층의 경우 82.7%가 선물을 준비 중이라고 답해, ‘받지 못할 것 같다(31.1%)’고 답한 젊은층 보다 52 %P나 높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빼빼로를 구입하는데 쓰는 선물비용은 얼마일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평균 비용은 3만3천원대이다. 남자는 3만4천원, 여자는 3만2천원으로 남자가 여자 보다 2천원을 더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그럼, 누가 먼저 '탄생' 했을까?

하필 '농업인의 날'까지 겹쳐 플랜카드 구호가 예사롭지 않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 NO!, 농업인의 날 OK!" 이라는 문구를 보면 살짝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대체 빼빼로데이 기념일을 없애라는 건지, 부추기는 건지 햇갈리는 '농민의 날'. 이들은 제과점에 배만 불리는 '빼빼로' 대신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힘들게 농사 지은 쌀로 만든 '가래떡'을 소비해 달라는 아우성 소리 때문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빼빼로데이에 가려져 관심을 못받은 서글픈 날을 기쁘게 지내야 할지, 아니면 안스러워 해야할지 괜한 고민이 앞서는 날이기도 하다.

'농업인의 날'은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1996년 정부가 공식 제정했다. 농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흙 토(土)자를 풀어 쓰면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가 되어 곧 토월토일(土月土日)인 11월 11일, 이 날이 농업인의 날로 탄생했다. 1996년 제정된 '농업인의 날'과 1997년 시행한 '빼빼로데이' 둘의 기념일 차이는 불과 '1년' 차이로 "누가 먼저냐"는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엔 힘든 상황이다.

농협에서 농업의 날을 맞아 전국에 각종 가래떡데이 행사가 한창이다./사진=박승진 사진기자
농협에서 농업의 날을 맞아 전국에 각종 가래떡데이 행사가 한창이다./사진=박승진 사진기자

다만 '빼빼로데이' 풍습이 먼저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1983년 롯데제과에서 초코 빼빼로를 처음 출시했다. 당시 영남 지역 소재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빼빼하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 처럼 번지고 있다는 내용을 해당 지역 신문에 기사화된 것이 그 시초다. 당시 날씬해질 수 있는 완벽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맞춰 먹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는데 이런 장난스런 계기가 주변 지역으로 퍼졌고, 이를 1997년부터 롯데제과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 함으로서 전국적으로 확산 됐다.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던 데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해당 제품 제조 회사의 마케팅 활동이 가세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됐다.

'가래떡데이'는 공교롭게도 빼빼로데이와 같은날인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6년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우리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누어 먹는 행사로 정했는데, 올해가 벌써 열다섯번 째 기념일이 됐다.

결국 둘의 기염일을 비교해 볼때, 제과업체에서 대중화 시킨 빼빼로데이 날에 농업인들의 가래떡데이가 겹쳐 우스꽝 스러운 진풍경이 생겨난 것이다. 농민들이 빼빼로데이에 얹혀가고 있지만 쌀 촉진 운동의 일환인만큼 국민들의 참여 또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곳곳 "빼빼로 NO, 가래떡 OK!" 진풍경

이날 전국적으로 '가래떡데이' 행사가 진행 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NS홈쇼핑은 쌀 촉진 이벤트로 ‘쌀 1kg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NH농협은 전국 해당 마트에서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가 한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경제지주는 카카오톡에서 ‘가래떡데이’를 검색해 채널을 추가하면 가래떡과 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모티콘(90일)을 무표로 배포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과도한 가래떡데이 행사가 제과점측은 이를 반길리가 없다. 제과업체로서는 정부까지 나서 밀고 있는 '가래떡데이'등에 묻힐 것을 우려해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은 이날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비단 제과업체 뿐만 아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정한 ‘삼치데이’, ‘참치데이’, ‘오이데이’, ‘삼겹살데이’ 등 다양한 ‘ㅇㅇ데이’ 행사들이 진행 되고 있다. 이밖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기념일 들이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다.

재밌는 점은 모든 ‘데이’의 주인공이 연인들이 대상인 것에 대한 역발상이 ‘솔로데이’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어 친구데이(7.6%)’, ‘가족데이(5.0%)’, ‘사과데이(2.6%)’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그 밖에 응답에는 ‘칭찬데이’, ‘귀차나(귀찮아)데이’, ‘공짜데이', ‘손편지데이’, ‘노폰(no phone)데이’ 등 재미있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줄을 잇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선 주위의 사람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연인이나 친구들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대로 풀어보면 ‘무슨 데이’마다 선물을 해야만 친구와 연인들 사이를 돈독히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꽤 있다. 다만 이런 사람들의 감성 마케팅을 끌어들인 특정한 날에 특수를 누리려는 업체들의 상술에 씁쓸해질 뿐이다.

기업들은 끼워 맞추기 식의 무분별한 '데이' 마케팅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신상을 남길 수 있고 지나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점은 우려 스러운 부분이다.
/강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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