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란, 한국 유조선을 왜 나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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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이란, 한국 유조선을 왜 나포했나?
겉으론 '해양 오염', 속으론 '제재 해제' 압력
한국 즉각 대응···美 국무부도 '동참'
발묶인 원유값 70억 달러와 '정치적 속셈'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1.01.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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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항해하던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전 10시경 이례적 성명을 내고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국제사회에 전례 없는 공표를 해댔다. 사실상 나포가 아닌 해양 위법 선박으로 체포된 것이다.  

  겉으론 '해양 오염', 속으론 '제재 해제'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이란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위법 사안. 특히 해양환경 오염에 민감하다"며 "이 문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나포 사유를 들었다.

이는 무장단체의 해적 같은 나포가 아닌 자국의 해양 앞바다에서 기름오염 등 해양환경을 오염 시켰다는 명분을 들어 사전 국제사회 비난을 피하기 위한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처럼 "한국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혁명수비대 주장과는 달리, 해당 선박은 '얼마전 검사도 했고 해양 오염을 하지 않았다"고 이같이 반발했다.

한국케미호의 선사인 디엠쉽핑 측은 "해양 오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 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외부 충격이 없으면 오염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미 3개월 전에 정밀검사를 했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 버리고 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이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 CCTV./사진=뉴스1
이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 CCTV./사진=뉴스1

'이란 혁명수비대가 접촉한 해역은 공해상" 이라고 반격한 한국케미호 선박은 7200 톤(t)의 화학물질을 싣고 UAE로 항해하다가 혁명수비대에 나포대 현재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 외무부의 입장은 "기술적인(Technical) 사안"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현지 호르무즈 주 검찰과 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그리 석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 사실상 현장 체포로 이뤄진 이번 나포 선박은 이란 법원 심판에 따라 석방 여부가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반면 물증이 없는 무리한 체포 였다면 쉽게 풀릴 가능성도 높게 점쳐 진다. 다만 이면에 한미와 이란 간 3국의 얽혀 있는 경제적 제재 조치에 따른 실타래가 풀릴때까지는 빠른 석방을 기대하기는 낮다.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한국 선박은 현지 해역으로 이동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을 이유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항구로 이동 시켰다. 

  한국 즉각 대응...美 국무부도 '동참'

한국 정부는 즉각 석방 할 것을 촉구하고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당 선박에는 20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었고 한국인은 5명으로 확인 됐다. 

외교부는 현재 선박에 대한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긴급 출동 시켰다. 앞서 오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최영함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해 상황에 대비해 선박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영함은 연합해군사령부(CMF)와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과 공조 대처 중이다. 

외교부는 납치 당일 저녁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국적 선박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이드 샤베스타리 이란 주한 대사
사이드 샤베스타리 이란 주한 대사

이 소식을 접한 미국 국무부도 10시간만에 입장을 내고 이란을 겨냥해 한국 유조선 억류해제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외교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은 5일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한국 국적 선박의 나포 경위를 묻고 해당 선박에 대한 억류를 해제하라"고 초치 했다. 

  발묶인 70억 달러, '정치적 속셈은?'

이같은 해당 선박의 나포는 겉으론 '환경 규제 위반'으로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이를 악용한 '제재 완화'라고 보는게,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는 이란중앙은행 자금 70억 달러(한화 7조6000억원)이 동결 돼 있다.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고 지불할 대금인데, 이 금액이 미국의 경제적 제재 조치를 받으면서 고스란히 '돈이 묶인' 신세가 되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이란의 경제적 제재로 외화난이 가중된 이란 정부가 한국이 이 자금을 이란에 돌여줘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초부터 이란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커졌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의약품과 방역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외화 확보가 시급한 상태였다. 

그나마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인도적 물품 거래에 이 동결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 했으나 미국은 끝내 보이콧 하면서 이란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에 더욱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요청에. 어느정도 협상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한국 은행 계좌에 묶인 이란중앙은행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 중이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양국이 동결 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힌 대목이다. 그렇게 될 경우 최우선으로 이란의 동결자금은 백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이란 보건부가 관련 절차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케미호 직원이 CCTV로 이란에 나포된 선박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케미호 직원이 CCTV로 이란에 나포된 선박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이를 노리고 이란 정부가 해당 선박을 타겟 삼고 유리한 입장을 점령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독자적으로 해당 선박을 나포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혁명수비대가 앞서 검찰과 "해당 선박의 나포는 호르무즈 주(州) 검찰과 해양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힌만큼 이란 정부가 직접 개입해 주도한 것으로 한미 양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의 30-4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곳에 대해 이란과 미국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 수차려 유조선을 납치하는 사례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용병이었던 솔레이마니가 미국 무인기 공습으로 사망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달인 1월 초에 들어. 조 바이든 당선인으로 정권이 바뀌는 시기와도 맞물려 이번 한국 선박 나포와 깊은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결국 한국 회사의 민간 선박을 억류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기획된 납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란 정부는 한국 선박에 대한 나포를 통해 국제사회 이슈를 만들어 한국 정부가 좀더 확실하게 미국을 움직여 달라는 시그널을 사실상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로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는 동안 미국 대선에서 비핵화 합의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 되면서 외교 환경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재 조치에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경제난에 시달린 이란에게는 70억 달러가 아주 긴요한 자금으로 사용될수 있는데도 한국 은행계좌에 그대로 묶여 속만 타들어갔던 이란 정부가 내린 최후 결론이 '한국 선박 나포를 이용한 재협상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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