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⑩보] 그시절 '껌종이 따먹기' 기억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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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⑩보] 그시절 '껌종이 따먹기' 기억 하시나요?
'껌좀 씹었던 아이" vs "껌종이 잘따는 아이"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1.01.17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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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껌종이'를 따서,

내손에 수북한 껌종이들가 쌓여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그땐 그랬지...

[공공투데이 서울=김민호 기자] 지금은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된 40-50대의 어느덧 중년이 되버렸다. 가끔은 편의점에서 '껌 한통'을 구입하면,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은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각자 나름대로 여러가지 추억의 사연들이 있다. 이 중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사이 '껌종이 따먹기' 시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났다.

그때 그시절, 가장 핫 했던 추억의 '껌종이 따먹기'를 17일 공공투데이 '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⑩보' 주제로 정하고 추억을 슬슬 소환해 봤다.

당시엔 껌종이 따먹기 외에도 구슬치기, 딱지 치기, 종이 따먹기, 깡통차기, 술래잡기, 오징어다리, 대나무스키 타기, 땅따먹기, 고무줄 넘기, 벼슬치기, 자치기 놀이, 동네야구·축구, 숨바꼭질, 화투놀이, 엽전 따먹기, 제가치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면서 자랐던 것 같다.

이 가운데 가장 좋았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껌종이 따먹기' 놀이를 했던 기억이다. 당시 껌종이는 한면은 한글로 돼 있었고, 반대편은 영문으로 표기 돼 있었다. 80년대 출시된 껌종이는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 나열해 봤다.

우리 머리 속에 아직도 기억나는 '껌 CM 송'이 틀어 박힌 게 있다. 그만큼 껌 사랑은 강력했던 것 같다는 소리다.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롯데- 롯데 껌"의 TV-CF와 함께 절로 흥얼 거리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이들도 이 노래 만큼은 잘 불렀을 정도로 당시 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 때문인지 이빨 새 껌을 넣고 '똑-똑' 소리내며 껌을 씹는 재주를 보인 이른바 '껌싶는 아이'가 상당히 인기를 누렸다. 이 껌은 학생들간 '깡'이기도 했다. 일진 학생들은 엉덩이 뒷주머니에 항상 껌을 달고 살았다. 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깡다구'의 힘을 발휘 하는데 깜만한 역할은 없었다. '짝짝' '똑똑' 소리내면 입꼬리를 한쪽으로 몰고 씹으면서 눈을 째려보는 아이들은 당시 천하무적이어였다. 그만큼 '껌'은 아이들의 '깡'을 상징할 정도의 엄청난 병기였다.

동시 순수한 아이들의 '껌종이 싸움'도 이 해부터 시작됐다. 일단 껌종이를 주워 모으거나 일부러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 껌 한통을 사서 '껌은 씹고, 껌종이만 빼서' 모아두고 껌종이 많은 친구에게 무조건 찾아간다.

상대가 보지 못하게 껌종이를 가리고 손을 쥐고 내밀면 '한글' 또는 '영문' 중 어느 한쪽을 맞추는 소위 '홀·짝' 놀이와 비슷한 상대의 껌종이를 따오는 놀이다. 비싼 껌일수록 껌종이 계급도 높았다. 이 땐 뭘해도 재밌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껌을 출시한 3대 산맥은 '해태'와 '롯데', 그리고 '오리온' 싸움이었다. 하지만 해태 제품은 몇개 안되고 롯데가 당시 껌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수두룩한 껌이 나왔다. 그 뒤를 오리온이 바짝 추격했다. 아직도 '초코파이'는 군에서나 민간에서나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제품으로, 초코파이 시장을 앞세워 껌 또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 회사들이 출시했던 껌 이름은 하나 같이 촌스러웠다. 이름 조차도 특이하고 별나면서도 나름 순수한 면도 있었다. 그럼 기억나는 껌들이 있는지 일단 추억을 소환했다. 박물관에 전시될 만한 귀한 유물이 된 이 껌종이들은 당시 세월을 가늠하게 해 줄수 있는 잣대가 됐다.

해태에서는 츄잉껌 '치클스피아'(CHCLESPEAR), '치클쥬시'(CHICLEJUICY), '치클민트'(CHICLEMINT), '셀렘·민트'(SALEN MINT), '난'(蘭), '허브·껌'(Herb·Gum), '화이팅껌'(FIGHTING), '모든이껌'(MODNIGUM) 등이 당시 가장 인기를 누렸던 껌 들이다.

이 가운데 '화이팅 껌'은 해태 껌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파이팅'이란 특별 껌을 출시해 장안에 화재가 되기도 했다. 

롯데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껌'(ICE CREAM GUM), 같은 회사 풍선껌 '황금철인'(영문없음), '향기나껌'(Hyanggina), '롯데환씨껌'(FANCY GUM), '롯데딸기껌'(STRAWBERRY), '롯데환희껌'(Whanhee), '라일락'(LILAC), 만화있는 풍선껌 '우주작전'(영문없음), '수노아'(영문없음), '슈가프리', '롯데후레쉬민트'(FRESH MINT), '롯데스피아민트'(SPEARMINT), '롯데 쥬시후레쉬'(JUCY&FRESSH), '커피껌'(커피껌), '고려인삼껌'(高麗人蔘껌), '이브'(Eve), '영웅'(HERO), '꽃향기껌'(PERFUME), '라일락껌'(LILAC) 등 그 종류와 맛도 다양했다.

롯데는 노골적 '껌 마케팅'을 했다. 대부분의 껌 앞에 자사 네이밍인 '롯데'를 붙여 '롯데껌'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태나 오리온에 맞서기 위해 후발주자인 '롯데 껌'를 고의로 부각시키기 위한 전초전을 펼쳤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껌 네이밍 앞에 촌스럽게 굳이 '롯데'를 붙여야만 했을까 싶다.

특히 롯데는 풍선껌인 '우주작전'은 껌속에 만화를 별도로 그려 넣어 만화를 보면서 껌을 씹고, 풍선도 불며 '일석 3조'의 신선한 돌풍을 몰고와 껌 마니아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당시 아이들은 만화방이 한창 인기를 누렸는데, 어쩌면 껌도 그 시대 흐름을 반영했던 것 같다.

마지막 오리온 '딸기향 아이스크림 껌'(Strawberry ICE CREAM GUM), '바나나향 아이스크림 껌'(Banana ICE GREAM GUM), '계피껌'(CINNAMON), '능금껌'(Apple), '수퍼민트'(SUPERMINT), '후르스껌'(FRUITS), '신바드'(영문없음) 등이 가장 많이 팔려 나갔다.

그 가운데 계피껌은 아이들에게 입맛이 맞질 않았고 건강을 생각한 어른들 사이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다. 앞서 롯데에서 건강 껌을 출시한 '고려인삼껌'과 막강한 양대 라이벌을 누렸던 껌으로 유명했다.

'껌 한번 안씹어 본 사람 없을 정도'로 껌울 고르는 취향도, 성격도 제작각이다. 이 껌들을 보면서 옛날생각이 절로 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귀찮은 휴지 조각에 불과 하겠지만, 그 당시 우리에겐 껌종이는 '소중한 재산' 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껌종이를 보면 줍고 모으고, 놀이를 통해 친구의 껌종이를 따려고 발악했다.

길에 떨어져 발자국이 선명하게 밟혀 있어도, 흙에 절반에 파묻혀 있어도 상관 없었다. 동네 슈퍼마켓을 샅샅이 뒤지는 수고로움도 마다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지라도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조각이다. 그야말로 '껌종이 모아 자랑하는 껌값'으로 행복해 졌던 추억과 맛이 있던 시절이었다.

“껌종이는 다른 수집품처럼 세월이 흐른다고 금전적 가치가 오르지 않는다. 대신 껌종이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을 모으면서 지난 세월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몇 장이더라도 연상되는 추억이 제각각 있다.” 통상 이 말은 요즘 껌종이 수집가들이 내뱉는 말이다.

지난 197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출시한 껌의 종류는 한 세트에 100~200여 종이 넘는데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껌종이에 대한 추억도 다양하다. 유년시절 즐겨했던 '껌종이 따먹기' 놀이 외에도 껌종이의 예쁜 도안과 멋들어진 글귀는 연애편지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껌을 하도 씹어 치아가 빠지고, 도서관 책을 모조리 뒤지고도 허탕을 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비일비재하다.

그때 그시절, 상대의 껌종이를 따서, 내손에 수북한 껌종이가 '형형색색' 쌓여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이 부족해서 껌종이 마저 소중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그땐 그랬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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