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아본 韓-美 기획된 첫 'TV 정치광고'
상태바
[기획] 돌아본 韓-美 기획된 첫 'TV 정치광고'
한국 '개인 중심의 정치 부각' vs 미국 '국가 중심의 정치부각' 큰 차이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26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MBC 서프라이즈 화면 캡처
사진=MBC 서프라이즈 화면 캡처 (실제)

[공공투데이 서울=김민호 기자] 정치광고는 후보자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전략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당락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미디어 정치의 축이다. 일반 광고와 달리 제약도 많다. 그러나 단 한 차례 방영된 60초짜리 광고가 선거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정치광고의 일대 혁명으로 기록될 만하다. 또 ‘눈물’, ‘보통사람’ 등 감성적 소구를 사용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후보자나 정당이 직접 메시지를 작성해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정치광고가 본격화된 1950년대 이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미국 린든 존슨 대선 후보자 vs 한국 김대중 대선후보자' 의 첫 정치광고가 어떻게 다른지 돌아봤다.

# 린든 존슨 대선후보..."엄청난 폭발적 반응"
1963년 11월 미국 텍사스에서 울려퍼진 3발의 총성과 함께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뤄졌고 이 대선에서 딱 두명의 후보만 맞붙게 됐다.

우선 민주당 후보 린든 존슨으로 여섯 차례나 상원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자 케네디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다. 상대 후보 진영에는 공화당 소속의 배리 골드워터로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층을 받고 있는 유력한 후보자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본격 선거에 돌입하자, 당시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에 대한 인식문제가 대두 되면서 양측 유세는 맹렬한 핵전쟁 억제 선거전에서 판세를 가릴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2년 전 쿠바 미사일 사태로 소련과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가면서 미국인들은 '핵전쟁 억제 공약'을 들고나온 배리 골드워터에 더욱 힘을 실어 주게 됐다. 기가 죽은 린든 존슨은 이를 뒤집을 만한 좋은 묘책이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날 자신의 수행비서와 산책을 나가던중 이른바 '데이지 꽃'이라고 불리는 꽃잎을 따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신의 한수' 같은 정치광고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이 광고는 최고의 광고 제작자 토니 슈워츠가 만들어 1964년 9월 7일 밤 10시에 CBS를 통해 미국 전역에 1회성 광고로 송출 됐다.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고 있는 소녀.
소녀 주변에서 핵폭발 카운트다운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고 있는데 카메라가 소녀의 눈동자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면서 갑자기 엄청난 핵전쟁의 폭발음이 들리고 버섯구름 섬광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공중 높이 치솟아오르는 장면을 담아 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결국 데이지 걸 광고로 린든 존슨은 단 6개 주를 빼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 됐다. 이 광고는 아직까지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정치계에서는 '신의 한수' 같은 정치광고 모두가 기억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사진=네이버 동영상 캡처
14대 김대중 후보캠프에서 제작한 국내 첫 TV 정치광고 /사진=네이버 동영상 캡처

# 14대 김대중 대선후보..."단순 내용에 중심"
반면 국내 정치광고는 1992년 김대중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최초의 TV광고를 방송했다. 이때 김영삼, 정주영 후보가 동시에 정치광고를 방송하기도 했다.

이 광고의 핵심전략은 타깃 설정이다. 열렬한 지지자와 반대자는 광고 타깃에서 제외 해야 하고 몇번의 광고로도 태도 변화를 기대 할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층의 일부라도 태도 변화를 유도할수 있어야 하고 이들에게 어필하고 공감할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고 기획했다. 그리고 솔직하면서도 반전 있는 메시지로 리얼한 현장 에피소드 표현방식으로 담아내 신뢰도를 높혔다고 지금의 광고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14대 대통령 선거는 1992년 12월 18일 이었다. 바로 60일 전인 1992년 10월 19일 일요일 아침에 김대중 대통령후보 선거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한 관계자를 전화로 급히 불러 들였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격없이 만나서 돌어보니 "전날(18일) 여야 3당이 이번 대선에서 TV광고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기획과 제작을 맡아 달라" 는 당부였다. 때마침 직장을 이직중에 있는 캠프 관계자는 흔쾌히 수락하고 광고기획에 착수했다.

이때 상대후보 진영의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집권당의 위세를 이용하여 한국의 거의 모든 대형 광고기획자를 섭렵해 진행했다. 또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는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에서 지원했다. 구원등판으로 등반한 캠프 관계자는 소수의 스탭들과 작은 제작팀을 겨우 꾸리게 됐다. 상황은 여러면으로 열악했고 오로지 기획력에서 승부를 걸었다.

김대중 TV광고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은 여야의 교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금요일은 바꾸는 날'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또한 특정한 이슈를 활용하는 것은 쉽지만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노려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야 겠다는 발상을 구상했다.

특히 카피(대회)에서 투표 참가자들과 '물가 인상', '입시 지옥' 등은 김대중 후보가 미워도 정권이 교체되어야 하고, 자질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차선 선택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 광고에서는 철저히 유권자 선택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품에 김대중 후보를 등장시키지는 않았다.

김 후보에게 보고 전, 예상대로 관계자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당연히 상품에 김 후보를 실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열열한 지지자들에게는 굳이 광고할 필요가 없고 상대편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 또한 돌아 오지 않는다는 핵심 기조를 고집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광고를 마음에 들어했고 이후 광고가 송출되자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을 보탰다. 이후 '여자 그룹 편', '남자 그룹 편','정한용 모델 편' ,'김대중 후보 자택 도서관 편' 등이 제작 되었지만 현재는 '여자 그룹 편' 광고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다만 30년 늦게 출발한 국내 정치광고는 전반적으로 김대중 후보 개인 중심의 이미지 부각으로 기획된 광고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한국 광고보다 30년이나 앞선 미국 린든 존슨 후보의 당시 기획된 첫 정치광고의 경우 국가 핵심 안보문제에 중점을 두면서 천진 난만한 아이가 안전하게 잘 자랄수 있도록 핵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가 중심의 정치내용으로 기획, 전달 되었다는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한국 정치인들은 대부분 개인의 권력과 명분, 능력 중심을 위한 '개인 부각' 정치를 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치인들은 개인의 사리 사욕 보다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국가 부각' 중심의 정치인으로 1950년대부터 이미 걸어 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두 광고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두 나라의 제작자에서 관철되는 공통점은 개인과 국가 부각광고라는 큰 차이가 있으면서도 '철저히 두 후보의 개인 이미지를 광고에서 배제해 최소화 했다' 는 점을 느낄수 있었다.

아래 카피는 미국 보다 30년 늦은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만든 정치TV 광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김대중 14대 대선후보 광고 카피

"뭘 그렇게 생각해요?"
"어, 투표할 때 누구 찍을까 하고."
"찍긴 누굴 찍어요. 언니, 우리 그날 여행이나 가죠?"
"가길 어딜 가. 투표는 해야지."
"투표는 해서 뭐해요.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야당 한다고 찍어놨더니 제멋대로 여당하고 말이야."
"하지만 투표는 안하고 물가가 오르네, 입시지옥이네 불편만 하고 있을거야?"
"투표한다고 달라져요?"
'그러니깐 이번에는 바꿔야해, 40년 동안 여당과 야당이 한번도 안바뀐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어, 그게 바로 문제가 있다고"
""정치 잘못하면 바뀐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럼 누굴 찍지?"
"김대중!"
"김대중?"
"언니 그 사람 싫어하잖아?"
"싫어하는 건 개인감정이고, 대통령을 뽑을땐 그 사람의 능력과 지조를 보는 거야."
"능력과 지조"
"바꿔야 한다."
"응~,그러니까 지금은 정권교체가 더 시급하다는 이야기네."
"맞어, 바꾸려면 될 만한 사람을 찍어 줘야겠네요."
"응, 금요일엔 바꿉시다."
(아나운서) "그렀습니다. 금요일엔 바꿉시다"
(음악) 김대중으로~~

/공공투데이 유성원 기자

'당신의 눈과 귀가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제보가 사회를 변화 시킬수 있습니다"
공공투데이는 당신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제보: [기사제보] 여기 클릭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골라보는 기자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