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엄이도종'(掩耳盜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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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엄이도종'(掩耳盜鐘)
  • 김민영 기자
  • 승인 2011.12.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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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웨이 김민영 기자)2011년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지난 16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일간지 칼럼리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교무ㆍ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 대학원장, 대학신문 주간교수, 정년퇴임한 원로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304명의 응답자 가운데 36.8%가 2011년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선택한 것.

엄이도종은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비판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씨춘추 (呂氏春秋), 통감기사본말(通鑑紀事本末), 문헌통고(文獻通考)를 비롯해 많은 문헌에 널리 사용된 고사성어다.

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어교육과)는 "FTA 문제라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며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고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이유로 엄이도종을 선택한 강신준 동아대 교수처럼 응답자들의 생각도 김 교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용찬 순천대 교수는 "선관위 해킹 사건 역시 개인의 단독범행이라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6월과 10월의 두 차례 선거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권력 다툼에 매몰돼 있다"라고 말했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는 "올 한 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의 문제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며 "아직도 선관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소통 부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정문현 서원대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정책 결정권자들이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며 "자신의 뜻대로 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만들어 대학을 무한경쟁의 시장으로 내몰아 가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는 "소통 부재는 현 정부 들어서서 계속 제기되던 문제인데 올해 들어 그 결과들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엄이도종 다음으로는 25.7%가 여랑목양 (如狼牧羊)을 선택했다. 여랑목양은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한다.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도 21.1%가 선택했다.

☞ 엄이도종의 유래… 춘추시대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백성 중 한 명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짊어지고 가기에는 종이 너무 크고 무거웠다. 망치로 깨서 가져가려고 종을 치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백성은 다른 사람이 종소리를 듣고 와서 종을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고 한다. 여씨춘추 (呂氏春秋)에 나오는 일화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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