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끊임없는 농협 사고, 농협이 먼저 할 일은?
상태바
[기자수첩]끊임없는 농협 사고, 농협이 먼저 할 일은?
호남본부 신영삼 부장
  • 신영삼 기자
  • 승인 2014.08.18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호남본부 신영삼 부장
절절한 지역사랑의 마음과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이 담긴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18일 오전, 굳이 ‘투철한 직업정신’까지 들먹일 필요조차 없는 벨류의 농협 직원 횡령사건을 보도 했다. 농협관련 사건 기사는 최근 전남지역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보니, 새삼스러울 것조차 없다.

보도 내용은 이렇다. 전남 해남화원농협의 한 직원이 지난 2010년경부터 김치 가공공장에서 재료로 쓸 강원도 배추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수천만 원을 횡령했다. 이 같은 내용이 납품업자의 폭로로 들통 났고,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감사에 나선 농협중앙회는 이 직원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화원농협에 통보했다. 관련 직원은 수천만 원의 횡령금액을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원농협은 해당 직원을 사법기관에 고발하지 않았다. 조직적 연루의혹에 대해 화원농협은 중앙회의 징계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화원농협의 고발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직원 한 사람의 범죄인지, 내부의 조직적인 범죄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엄벌의지’다. 이 같은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행태가 농협 직원의 범죄근절을 가로막는 ‘적폐’ 라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해당 사안을 감사했던 농협중앙회 검사국 측은 “우리는 감사만 할 뿐”이라는 식이다. 감사 결과만 해당농협에 통보하면 되고, 고발이나 징계는 해당농협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취지다. 왜 감사를 했는지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화원농협 측도 ‘내부 규정상 횡령 금액이 1억 원이 되지 않을 경우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사법기관에 고발하지 않았다. 중앙회 징계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고발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는 기자에게 항의성 전화를 통해 ‘전남지역 농협 이미지를 고려해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유는 ‘지역 농협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전남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결국, 전화기 너머로 고성까지 오갔다. 기자의 답변은 이렇다. 지역 조합원의 이익과 조합의 이미지를 고려해 기사를 내려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요구를 할 만큼 진정으로 지역을 아끼고 지역발전을 고민한다면 사고가 없도록 했어야 한다.

또, 기자에게 항의전화를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철저한 자아연찬 기회 부여와 관리, 사고 발생시 무거운 처벌 등 비리와 적폐 척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나름 노력을 다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그런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 같은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안 신영삼 기자 news032@

'당신의 눈과 귀가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제보가 사회를 변화 시킬수 있습니다"
공공투데이는 당신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제보: [기사제보] 여기 클릭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골라보는 기자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