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 면봉, 특허권 보호 "속지주의와 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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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 면봉, 특허권 보호 "속지주의와 그 한계"
유성원 대표변리사 "특허 획득한 국가 내에서만 효력"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8.03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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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코로나 19가 지역사회에 침투하여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단키트이다. 대량의 감염 확진자들이 증가할 때 빠르고 정확하게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만큼 필요한 것은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코로나 전염 초기 단계에서 바로 이 진단키트의 부족 사태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각 국가에서 환자들이 급속도를 증가하는 시기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국가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크지 않은 규모의 의료제품 중소기업 기업 N사가 이 수출물량을 감당했다. 진단키트의 생명은 빠르게 진단할 수 있으면서도, 진단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나라 N사는 이러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사진=지심특허법률사무소 제공

현재,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가장 손쉽고 간단한 방법은 비강 내에 검체 체취용 면봉을 깊숙하게 넣어서 체액 샘플을 체취하는 방식이다. 면봉 끝에는 체액이 적셔질 수 있도록 섬유 성분(보통 rayon이 사용됨)의 팁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의 일반 섬유를 사용한 면봉의 경우, 면봉 팁 섬유에 체액이 갇혀 버려 적셔있는 샘플의 40% 미만의 양만 실제로 10% 전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면봉 팁의 구조를 완전히 바꾼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나타났다. 바로 이탈리아의 COPAN이라는 회사인데, 면봉팁에 나일론 섬유를 사용하여 나일론 섬유들이 마치 고슴도치 털처럼 표면에 수직으로 일어나 있도록 제작하여 샘플 체액이 면봉 팁 섬유 내에 갇혀버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COPAN의 제품의 경우 거의 90%의 체액샘플이 검사를 위해 회수되어 사용될 수 있다. 이는 검사의 정확도를 매우 높일 수 있게 된다.

/사진=지심특허법률사무소 제공

이탈리아의 COPAN사는 이 기술을 2004년 경에 개발하여, 자국에 출원하였을 뿐 아니라, 국제특허출원 제도인 PCT 출원을 이용하여 다개국에 출원하였다. 한편, PCT 출원의 경우, 해외 여러 국가에서의 출원일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실제로 각 국가에서 특허권을 정식으로 획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특허청에 그 국가의 언어로 작성된 특허신청 서류를 다시 제출하는 국내단계진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국내단계진입은 최초의 특허출원일로부터 30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데, 각 국가 별 특허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특허출원 서류에 대한 번역도 해야 하는 등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허 제품의 시장성과 사업 전략에 따라서 국내단계진입을 하는 국가를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

한편, 이탈리아의 COPAN 사는 본 건 면봉 특허에 대하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 국내 단계 진입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마도 COPAN사의 주요 진출 해외 시장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지 않았거나, 특허 획득을 위한 비용 대비 시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대표변리사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대표변리사 /사진=박승진 사진기자

이에 대해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3일 공공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일부 정부 관계자가 우리나라 특허청의 높고 까다로운 특허심사의 눈높이 때문에 특허 획득에 실패했다고 하여 마치 우리나라 정부가 무언가를 대단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언급을 했는데, 이는 상당히 왜곡된 발언"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대표변리사는 "우리나라 특허요건 심사기준이 국내단계진입을 포기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대비 특별히 더 까다롭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실제로 COPAN은 우리나라 국내단계진입 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PCT 국제출원 단계에서 우리나라가 지정국으로 지정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는데, 원래 PCT 출원단계에서 특별히 따로 지정하지 않는 한, 출원 시 모든 PCT가입국이 자동으로 지정된다. 중요한 것은 국내단계 진입" 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 대표변리사는 "속지주의의 원칙 상, 특허권의 효력은 특허를 획득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있다" 면서 "우리나라 국내단계진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COPAN은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보호를 받을 수 없고, COPAN의 면봉 기술을 우리나라 기업이 사용하여 제품을 제조, 생산, 판매, 수출 등을 하더라도 COPAN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이어 "더 나아가 이 기술은 2004년에 국제공개되었기 때문에 현재는 부정경쟁행위 이슈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또 유 대표변리사는 "한국의 중소기업 N사는 여러 의료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는데, COPAN의 기술과 매우 유사한 진단 면봉을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빠르게 상당한 물량의 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준비는 사전에 해당 분야에 대한 FTO(freedom to operate) search, 특허동향 조사 등을 통해 특허 침해 리스크 뿐 아니라, 속지주의에 원칙에 따른 국가 별 특허 공백, 자유실시기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N사는 특허 공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전량을 생산하여 우리나라 시장에 판매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COPAN사가 특허권을 획득하지 않은 UAE와 같은 국가에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설명했다.

이와 같이 특허 정보는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서, 특허 침해 리스크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특허 공백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기회를 줄 수 있다.

특히, 속지주의에 의한 특허권 효력의 지역적 한계는 기술 추격자 포지션에 있는 여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아마도, 코로나 사태로 떠오른 한국의 N사는 이러한 기회를 잘 포착한 아주 좋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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