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공공의료기관' 확충 해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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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공공의료기관' 확충 해야만 하는 이유
민간의료 천국의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한국 공공의료서비스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05.1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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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가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은 주말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 가까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생각지 못했던 의료문제에 부딪히며 곤혹을 치뤘다.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대응이 시급해졌다. 방역 관점에서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될 때 가장 큰 차이는 ‘봉쇄전략’에서 ‘완화전략’으로 바뀌는 것이다. 봉쇄전략이 외부 유입 차단으로 국내 유입을 막고 접촉자를 찾아 격리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완화전략은 지역사회 확산을 늦추고 중증환자나 사망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하자는 계획이다.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전국의 학교 개학이 일주일 연기된 됐다. 또 사상 처음 교육부 장관의 ‘휴업명령권’이 발동되어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의 신학기 개학일이 3월 2일에서 9일로 연기됐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추후 감염증 확산 상황을 예의 주시하여 추가적인 조처가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구 시민들에게 최소 2주간 자율적 외출 자제와 이동 제한을 요청했다. 또한 학교·학원의 휴업·휴원 조치와 대중교통·항공기·철도·선박 운행 등도 제한할 수 있고, 대규모 문화·체육 행사 금지와 국내외 여행상품 판매 자제도 권고할 수 있다.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은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병에 대한 공포증이 질병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공포증과 배외주의’, 2월 3일) 미국에서 독감으로 8,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며 "확산 추세로 볼 때 10년 만에 최악의 독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지만 미국 독감의 위험성을 이유로 미국 공포증을 부추기는 발언은 찾기 어려운 반면에 중국 공포증 유포는 양상이 심각하다" 고 비판했다.

  끔직한 코로나재앙 오기 전에 막아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최근 주간보고서(MMWR Weekly, 2020년 2월 21일)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 미국에서 최소 2900만 건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고 독감 사망자가 1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말 통계(1500만 명 감염, 8200명 사망)와 비교할 때 3주 만에 거의 두 배로 급증한 수치다. 미국 인구가 한국의 6배 정도니까 미국 독감 사망자 16000명을 우리나라로 환산하면 올 겨울에 독감으로 2500명 넘게 사망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지난 3주 사이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두 배로 폭증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재앙으로 번질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도 전국에 걸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등 11개 관련 학회가 참여한 ‘범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진짜 우려되는 건 앞으로 일주일”이라며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노출된 상황이라 다음 주에 진단되는 환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의 걱정은 국민적 공포의 확산이다. 안일한 방심도 문제지만, 지나친 공포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국내 확진자가 74만1천여명이었고 사망자가 260명 발생했다. 신종 바이러스는 그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머지않아 백신이 개발되고 인간 면역체계가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극복이 가능하다고 감염전문의들은 말하고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가 종식 되었 듯, 분명 코로나19 사태는 끝날 것이라는 긍정적 희망을 점치고 있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한국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당장 확진자 급증으로 음압 병상이 부족해졌다는 것을 확인 했다. 현재 전국에 음압 병상은 총 1027개이고, 이 중 국가지정 음압 병상은 198개로 19%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가지정 음압 병상을 확충하고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사회로 급격히 확산되면 치료병상 대란이 일 수도 있다. 벌써부터 대구·경북 지역은 치료병상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공공의로기관 확충하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신종 전염병이 5~6년마다 닥치는데 그때마다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공의료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는 이유다.

공공의료시설이 충분히 갖춰지면 감염병이 유행할 때 지역 거점병원을 비워 신속하게 격리 대상자들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공의료시설 비중이 2015년 기준 5.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평균 53.5%에 턱없이 못 미치며, 심지어 민간의료 천국이라는 미국(23.5%)보다도 훨씬 열악한 형편이다.

​미국은 의료보험제도가 우리와 달리 국민의료보험이 아니라 민간보험회사에 맡겨져 있다. 보험료가 비싸 저소득층의 가입이 어려워서 주에 따라 심한 곳은 미가입자가 30% 가까이 되기도 한다. 병원비가 워낙 비싸 의료보험이 없거나 설령 있어도 본인 부담이 많은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독감에 걸려도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은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그래서 매년 독감으로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공의료의 미비로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독감은 코로나19보다 훨씬 위험하다.

  예산 삭감한 말뿐인 '공공의료'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역지자체는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광역시에 전문 역학조사관은 1명뿐이었고, 나머지 1명은 의사 면허가 없는 시청 공무원에게 임시로 역학 조사를 맡기고 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보수 때문에 역학조사관을 모셔오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허튼 소리에 지나지 않다. 대구시는 작년 12월에 신청사 건립 계획을 확정하였는데 총예산이 3천억 원에 달한다. 대구시는 이미 건립기금으로 1308억 원을 모아놨고, 올해부터 매년 200억 원씩 5년 동안 1천억 원을 적립할 예정이다. 반면 선제적 대응을 해온 경기도는 최근 역학조사관을 대폭 증원했다. 경기도는 기존 6명에 지난달 29일 민간 역학조사관을 6명 더 충원했다. 이어 지난 14일 공중보건의 12명과 민간전문의 4명을 새로 충원해 총 28명으로 5배 가까이 늘렸다.

2017년 현장검역인력 27명의 증원예산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당시 미래통합당은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다. 2018년 보건복지 예산도 현장검역인력 45명의 증원 예산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20명만 증원한 예산안이 통과됐다. 2019년 예산도 마찬가지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이를(코로나19 확산) 빌미삼아 또 다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거센 반발이 일자 이틀 만에 “예비비든 추경이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에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을 바꿨다.

공공의료 관련 예산을 죄다 삭감해 놓고서 신종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무턱대고 정부만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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