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⑦보] 손으로 '왱왱' 돌렸던 '수동식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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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옛날특집⑦보] 손으로 '왱왱' 돌렸던 '수동식 전화기'
"교환원입니다. 어디로 연결할까요?"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0.11.29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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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왱왱' 5-6바퀴 힘차게 돌리면,
교환원이 나와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연결해 줬다.
그땐 그랬지...

[공공투데이 서울=김민호 기자] 2016년 1월 우리의 가슴을 웃기고 울렸던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성황리에 종방했다. 당시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지금을 찾아 볼수 없는 옛 물건들을 몇가지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중 몸체에 손잡이가 달린 '돌리는 자석식 발전 전화기'(돌리는 전화기)인데, 어떤 용도와 방식으로 사용 됐는지 그때의 추억을 소환했다.

국내에서 1970-1980년 초반 사이, 주로 사용했던 '돌리는 전화기'를 보유 하거나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별히 관공서나 학교, 부유한 가정집, 동네를 대표한 긴급연락을 취할수 있는 마을 이·통장 집에서만 볼수 있던 아주 귀한 수동형 통신 장비다.

1970년대 이 수동형 전화기에 붙은 핸들을 돌리면 교환원이 나오고, 전화번호나 지역명을 말하면 교환원이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교환원이 안내 상담사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아이가 학교에 아픈 상태로 등교 하거나, 방과후 집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 되던 부모는 마을 이장집을 서둘러 찾아가 전화기 몸체에 달린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힘껏 5-6바퀴를 '왱왱' 돌려 자가 발전을 일으키면 그 전기가 곧바로 교환국에 송신된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어디를 찾으십니까?" 라는 예쁘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면, 이 부모는 지역과 학교이름만 대면 교환원이 학교 교무실로 연결시켜 줬던 추억의 기계식 수동전화 였다.

1970년대 교환원의 모습
1970년대 교환원의 모습

이후 학교 담임 선생님이 "길동아, 니네 아버지한테 전화 왔는데 받아볼래?"라고 교무실로 데리고 갈때, 이때가 가장 설레고 긴장됐다. 전화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아주 신기하고 궁금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아빠 뭐라고? 뭐라고? 안들려?" 목소리가 끊겼고, 점점 아빠의 목소리는 전화속에서 사라져 갔다.

아무래도 수동식이였던 '돌리는 전화기'는 음질도 좋지 않았고 잡음도 좀 심했다. 요즘 말하면 '감도'가 좋지 않았었다. 선도, 기계도 아날로그인데 다 교환대까지 한번 더 거쳐 가야만 해서 이런 노이즈는 더욱 심했다. 보통 자식을 입대시킨 군부대, 부모님이 입원한 병원 외에도 도청이나 지자체 등 관공서에 용무가 있을 경우 흔히들 사용했다.

당시 교환국에 근무하는 교환원들은 전부 여자였다. 이 교환원들의 처우는 상당히 좋았고 주변 인프라 관계가 고위관료직들이 많아 파워 또한 상당했다. 왜냐하면 관공서, 경찰청, 청와대, 검찰청, 법원 등의 고위공직자 또는 그의 비서들의 1급 보완 내용까지 듣기 때문에 계급과 처우가 상당히 좋을수 밖에 없었다.

다만 당시 "교환원들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다"고 알려졌으나 여전히 확인된 바 없다. 이들의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는 들을수 있으나 사실상 어느 지역, 어느건물에 '짱박혀' 있는지 보기도, 만나기도 힘든 '비밀 요원' 같은 직업 이었다.

결국 교환원은 일반인 사생활 얘기부터 국가 비밀정보까지 세상일을 모두 꿰뚷고 있는 '전화감청'이 가능한 직업이면서도 이를 얘기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술을 아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위관료직으로부터 '감청 내용을 지켜달라'는 일종의 로비로 술을 접대 받으면서 술이 상당히 늘게됐다는 당시 한 교환원 출신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현재는 옛날 손잡이로 돌리며 전화를 걸었던 수동식 '자석 발전 전화기'가 가끔 골동품으로 적지 않은 금액에 팔리고 있다.
현재는 옛날 손잡이로 돌리며 전화를 걸었던 수동식 '자석 발전 전화기'가 가끔 골동품으로 적지 않은 금액에 팔리고 있다.

그 이면에 숨은 성격들도 종종 공개됐다. 농협, 면사무소 전화업무가 많은데 특히 교환원에게 '가스나야'라고 부르거나 '결혼했니?' '남자 친구있니' 등의 반말섞인 장난전화가 주를 이뤘다. 상습적 장난전화를 거는 그들에게 교화원들도 "야이 XX야?", "장난전화 하지마라", "너희집 전화번호, 주소 다 안다", "너희 부모에게 이른다" 등 욕은 욕으로 응수했다. 전화 교환업무도 바쁜데 이런 장난 전화 받으면 당연히 화가 난다며 우리도 '화풀이 할때도 있다"고 이 교환원은 말한다.

그렇지만 무거웠던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 자가 발전을 시켜 전화기 몸체 우측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왱왱' 5-6바퀴를 시계 방향쪽으로 힘차게 돌리면, 교환원이 "네 말씀하세요 어디로 연결해 드릴까요?" 라는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로 전화를 돌렸던 총각들의 옛 추억도 '새록 새록' 하다.

총각들은 참다못해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름과 나이', '회사가 어디냐'고 다짜고짜 묻는 전화에도 찡그림 없이 유연하게 대처한 교환원. 많은 총각들이 교환원의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에 반해 당시 '내 여친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그들 사이에서도 입방아에 오를만큼 인기가 절정이었다. 반면 "얼굴이 예쁠까?", "어떻게 생겼을까?", "어디에서 근무하지?" '3대 물음표'가 유행처럼 번질만큼 당시 교환원들의 인기가 높았다.

1980년 중반 이후 전화기 몸체에 동그란 형태에 숫자 다이얼을 넣어 만든 옛날 기계식 다이얼 전화기가 도입, 사랑 받으면서 더이상 '돌리는 전화기'는 생산이 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전자식 다이얼 전화가 생겨나면서 교환원을 연결하지 않고 직접 발수신이 가능해 졌다. 결국 상냥하고 친절한 교환원의 목소리도 '돌리는 전화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숨어 버렸다.

지금도 옛날 생각이 나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이얼 전화기'를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현재 손가락 터치 방식의 스마트폰과 달리, 손가락을 걸어 우측으로 '끼리릭-끼리릭' 돌리는 그 맛은 결코 잊을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재밌다.

게다가 "따르르르르르르릉~"하고 울리는 벨소리가 언제 들어도 정겹고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그때 그시절.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그때의 상냥하고 친절했던 교환원의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그 시절의 추억이 아니었나 싶다. 그땐 그랬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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