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낙태죄, 정부가 '임신 14주' 제한한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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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낙태죄, 정부가 '임신 14주' 제한한 이유가?
임신 14주 놓고 '부처 간, 적지 않았던 충돌'
정치권 시끌···정의당 "한방 맞은 것 같다"
민주당, 국회에서 "14주 조정" 시사
  • 유성원 기자
  • 승인 2020.10.10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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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투데이 서울=유성원 기자] 헌법재판소(헌재)의 낙태(임신중단)죄 '헌법불합치'로 결정된지 1년 6개월만에 정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에 나섰다. 앞서 2019년 4월 11일 헌재가 지난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해온 낙태죄 조항에 대해 이례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도 시대 변화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기간까지는 유효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당장 낙태죄를 폐지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는 만큼 올해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이다. 다시말해, 현행 임신중단 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대한 낙퇴죄는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에 따른 법적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개선 입법이 이뤄질때까지 한시적으로 현행법을 존속시킨다는 말이다.

만일 헌재가 결정한 시기까지 입법부가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을경우 낙태죄는 내년(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상실되므로 앞으로 2개월 남짓 남은 정부로서는 마음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흘전(7일), 현행 낙태죄를 유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 예고안을 공식화 했다. 입법예고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여성(임부)의 임신중단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다만 임신 중기의 24주까지는 성범죄에 다른 임신이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불가피하게 발생될 경우에만 임신중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포함 했다.

   부처 간 '적지않았던 의견 충돌'

정부는 지난달 낙태죄 입법예고에 앞서 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논의를 거쳤다. 이과정에서 여성의 사회적 문제를 대변한 여성가족부와 출생 장려 문제에 부딪힌 보건복지부와 상당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 단체와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한 여성가족부는 '안전한 인공 임신중절을 받을 권리가 여성(임부)에게 있다"는데 초점을 뒀다. 사회·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나 성폭력 ▲임신기간에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 ▲임신 20주 이내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린 이혼 등 기타 피치못 할 사유로 원하지 않는 임신이 이뤄질 경우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인공 임신중절이 어렵게 되자 중국 등 해외원정 수술까지 벌이는 사회적 문제도 한 몫 했다. 자연스럽게 경제적 문제도 뒤 따른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내 여성 네 명 중 한 명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인공 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로 기뻐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로 기뻐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가부와 달리,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최근 국내 츨산률이 갈수록 줄어 들면서,, 낙태 허용을 크게 반기는 입장은 아니다.

지난 한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61만6300명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27일 ‘99년 인구동태 통계 결과’를 통해 출생아 수가 1996년부터 계속 줄어 1970년 이후 가장 적었고,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은 평균 출생아 수)도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1.42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7월 출생아 수는 2만306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55명(-8.5%) 줄어들었다. 7월 기준으로 198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적은 수이다. 출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소 기록을 52개월째 갈아치우고 있다. 1∼7월 사이 누적 출생아 수는 16만57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감소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결혼 건수가 줄어들면서 출생아 수는 더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우려했다.

이런 두 부처 간 입장차가 협의 과정에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두 부처간 가장 합리적인 '14주' 라는 결정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이 공공투데이의 해석이다.

   정치권 시끌...정의당 "한방 맞은 것 같다"

정부가 입법 예고할 조짐이 보이자, 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논란은 다시 수면위로 오르면서 헌재 결정 이전으로 역행하는 모습이 재연 되고 있다. 특히 이들과 애초 같은 노선을 탔던 여성가족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기자회견을 열고 "좀 황당 했던게, 저희는 여성단체와 여성가족부와도 소통하며 쭉 준비하고 있던 중간에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다. 사실 되게 해피(Happy)한 권고안, 특히 낙태죄 비범죄화를 국제기준에 맞춰 전면적으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도 이 권고안에 어느 정도 (수용할) 입장이라고 파악했다" 고 밝혔다. 이 대목은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주수 제한 없이 낙태를 전면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권고 했는데도, 여성가족부가 14주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쓴소리다.

이어 이 의원은 "사실 형법폐지안 자체는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건강권 등을 모자보건법 등에서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서 저희는 모자보건법 전면개정이 더 중요하다고 봤고, 성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완입법들, 성교육 등과 사회서비스 확충 등을 어떻게 할까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완전히... 한 방 맞은 것 같다. (정부안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고 비판했다.

그동안 정의당 주도로 여성단체와 여가부는 '주수제한 없는' 낙태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회적 문제로 다뤄 왔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결정에 도무지 이해 할수 없다는 태도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정부의 주수 제한이 없는 낙태죄를 전면폐지 하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 왔고 법안을 준비중이다. 다만 같은당 이정미 전 의원은 주수제한을 정한, 임신 14-22주는 태아의 건강 상태 외에도 임산부의 사회·경제적 사유가 발생될 경우 낙태가 가능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과 차이가 났다.

국회 여성가족위 여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그동안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고,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하는 내용"이라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낙태죄를 들어내겠다"고 말해, 추후 국회에서 몸통을 흔들것을 시사했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정부의 낙태죄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관련 강공 태세를 유지 중이다. 즉, 여성의 권리와 건강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국회, 14주 조정" 시사

국회 입법을 통과하는데 과반수 '키'를 쥐고 있는 더블어민주당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찬반양론이 분명한 상태에서 섣불리 입장을 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국회가 이를 해결 해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 안이 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판정에, 정부는 부합하는 법안을 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고 조정할 건 조정하고 그렇게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이 대목은 사실상 정치권에서 정부안의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음 달 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낙태죄 존치 등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0대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전 의원이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보수단체와 일부 종교계 반발로 제대로 논의도 못해보고 법안이 폐기됐다.

/유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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