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같은 자영업자 상표권 피해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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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죽' 같은 자영업자 상표권 피해 막으려면···
  • 강문정 기자
  • 승인 2020.12.1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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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공공투데이 서울=강문정 기자] 골목상권을 지키고 이를 돕기 위한 취지로 제작된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외식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알려진 백종원 대표가 등장한다. 백 대표는 열심히 살아가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외식업 창업주나 기존 사장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고칠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식당 운영자가 지켜야할 '장사의 기본'을 일깨워 더욱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송으로 알려졌다.

특허 관련 전문가들에게도 '골목상권'이라는 프로그램이 서비스업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식당 운영자 A 씨가 오랜 기간 열정과 노력을 다해 독창적으로 개발한 매뉴와 음식명이 타 업체에 선점 당하는 사태가 발생돼 충격을 안았다.

포항 죽도시장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죽'이라는 메뉴를 연구하여 무려 100여가지의 레시피를 만들었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덮죽'이라는 메뉴를 탄생시켜 백 대표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포항 '덮죽' 메뉴를 개발한 식당 대표. /사진=SBS 골목식당 화면 캡처.
포항 '덮죽' 메뉴를 개발한 식당 운영자. /사진=SBS 골목식당 화면 캡처.

밥에 양념과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음식을 덮밥이라고 하듯, 죽에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메뉴를 개발해 덮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소고기, 해물, 부추, 시금치, 양파, 당근 등 건강에 좋은 재료를 죽에 함께 얹어서 먹는 메뉴로, 맛도 좋고 먹기도 편안한 아주 독창적인 창작물이었다. A 씨도 상당히 친절한 나머지 순식간에 화재를 몰고 왔다.

그런데, 서울의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이 덮죽의 레시피와 이름을 그대로 베껴서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매뉴인 양, 여러 가맹점을 내고 심지어 “덮죽덮죽”이라는 상표등록까지 한 사태가 벌어졌다.

통상 영세한 자영업자 일반 음식점 운영자들이 장사만 할 줄 알았지, 상표권의 중요성을 잘 몰라 가게의 명칭이나 메뉴 이름에 대한 상표출원을 잘 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한 전형적인 피해를 준 케이스 였다. 이는 잘 알고 있는 다소 영악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도를 벗어난 전형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전에도 타 신생업체의 브랜드를 선점 출원해 유사한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포항 덮죽집 사장님의 눈물 어린 호소로 언론에 화제가 됐고 불길 같은 비난 여론에 힘입어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가 덮죽 사업을 접는 것으로 빠르게 해결됐다. 하지만, 만약 포항 덮죽집이 골목식당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여론의 구제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고, 약삭 빠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행동은 알려지지 않고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변리사는 18일 공공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상표법은,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사용주의가 아닌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다" 며 "선출원주의가 법적 관계를 좀 더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이 되고 있으나, 선출원주의는 포항 덮죽집 같은 사태와 같이 먼저 사용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허점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변리사는 "우리나라 상표법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명칭의 경우, 해당 연예인이나 방송사 등 진정한 사용자 또는 권리자가 아닌 제3자의 상표권 등록을 허락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선출원주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명인이 아니거나 인기있는 방송에 소개된 경우가 아니라면 선출원주의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어 먼저 사용했더라도 상표권을 타인에게 뺏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표권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권리이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무체재산권으로 선출원주의 맹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상표 브로커들의 끊이지 않는 먹잇감이 되고 있다.

몇년전 개그맨 이경규가 개발한 '꼬꼬면'이 방송에 소개되자 곧바로 제3자애게 꼬꼬면 상표권을 빼앗긴 바 있고,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토토가(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 프로그램 명칭도 선점 당했다. 또한 최근 EBS의 유명 캐릭터 펭수의 여러 명칭과 유행어가 상표출원을 선점 당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표출원을 사업 초기에 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 변리사는 "음식물의 경우, 독창적인 레시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특허법 상 특허권도 수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음식을 발명해낸 경우 특허권 출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업 운영자에게도 "작은 권리라도, 내 창작물은 반드시 법적 보호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강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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